아파트 첫 매도 / 나는 적폐인가
등기에 잉크가 겨우 마르고 단기 매도를 위한 준비를 했다.
시세보다 수천만 원 낮게 매수했기에 매도에도 크게 부담은 없었다.
싸게 산 부동산은 출구 전략에서도 여유롭다.
그래도 매도의 과정은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에 역시나 서툰 부분들이 있었고, 부동산 규제가 스펙터클하게 일어나고 있던 시기라 수익과 세금은 직결되었다.
Why? 단기 매도를 하려 했을까
2020년 7·10 대책 3줄 요약
다주택자(특히 법인) 취득세+보유세+양도세 ‘동반’ 인상
① 취득세 (주택 구매 시) 최대 4%→12%
② 종부세 (주택 보유 시) 최대 3.2→6%
③ 양도소득세 1년 미만 40→70%,
2년 미만 기본세율→60%
2번의 종부세가 부담스러웠다. 다음 해 6월 기준으로 조정 지역인 인천의 아파트를 2채 보유하고 있으면 보유세 6%를 납부해야 하기에 5월까지 1채를 매도해야 했고, 상대적으로 단기 매도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급매 투자 건을 매도할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로, 매수했던 부동산에 매도 의사를 전했다.
매물들의 시세보다 500만 원 정도 높여서 매물 접수를 하니, 살 때는 세상 좋던 매물이 팔 때는 전혀 다른 조건으로 브리핑이 되었다.
부동산 사장님은 "그 집은 비선호하는 B타입에 수리 안된 기본 집이라 그 가격으로는 안 팔려요."
같은 분이 맞나 싶었다.
내가 매수할 때만 해도 "입구동 고층에 급매니까 너무 잘 사셨어요."라고 했었다.
초보 투자자만 혼돈되었을 뿐 사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도 사람 마음이 괜스레 부동산 사장님이 얄미웠다.
직접 인천 가서 매도 시세조사를 해보기 전에 다른 부동산에 전화해서 매수 희망하는 척하면서 연기를 했다.
(민망하게도 이 부동산에서 매도 계약을 하게 되었다. 어설픈 연기를 하려거든 다른 전화를 빌려서 하는 것이 좋겠다.)
7.10 대책 이후 매수/매도 심리가 눈치 게임을 하면서 거래량이 줄어 들었고, 문의 전화도 오지 않았다.
매도 접수를 좀 더 많은 부동산에 해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겨울이 갈수록 부동산 거래량은 줄어서 해를 넘기게 되었다. 데드라인이 있는 거래는 심리적으로 쫓기기 마련이다. 5월까지 매도를 해야 하기에 수익을 조금 더 포기하고 급매 접수를 했지만, 여전히 수익은 수천만 원이었다. 2월의 어느 날, 매수하는 척 시세 조사했던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고 실거주로 매수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고 했다.
심지어 내가 생각한 급매에서 300만 원을 더 깎아 달라고 했다.
종부세 6%와 300만 원 사이에서 계산을 오가며 고민하다가 결국 매도하기로 했다.
가계약금 계좌를 공유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입금 문자가 울렸다.
너무 싸게 팔았나.. 싶기도 하고, 첫 매도 경험이고 가계약금이지만 수백만 원이 들어오니 기분이 묘하기도 했다.
본 계약일을 정하고, 9개월 만에 아파트를 다시 찾았다.
단지를 둘러보면서 아직 1채가 남아 있기에 그리 서운하지만은 않았지만, 집이라는 것도, 투자라는 것도 인연이라 여겨서 그런지 떠나보내는 마음이 못내 허전했다.
물론 내 평생 단기간에 벌어본 가장 큰 금액이었지만, 단순히 '와! 돈 벌었다!' 하는 기분은 아니었다.
계약 현장에는 매수자분이 상기된 표정으로 앉아 계셨다.
왜냐하면, 가계약하면서부터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시동을 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 못난이(매물)도 팔릴 정도면 곧 폭등각이다
계약서에 있는 내 주소를 보면서 "제 고향이 이 동네입니다. 너무 반갑네요." 하기도 하고, "첫 집으로 아파트 처음 살게 되었어요. 부부가 장사해서 장만했어요."라고도 하셨다.
정부에서 말하는 집은 이렇게 사는 거다!라는 메시지를 그대로 실천하고 계신 것 같았다.
그 뒤로 내가 매도한 가격에서 1억 5천이 가파르게 오르는 그래프를 내 눈으로 보게 되었을 때, 나는 생각했다.
진짜 돈 번 사람은 따로 있구나.
나는 집 장사로 수천 벌었지만, 매수자는 실거주로 평생 꿈에 그리던 아파트를 장만했고, 가족들과 그 집에서 오래도록 행복하면서 따뜻한 보금자리가 효자 노릇까지 했으니 나 또한 여한이 없다!
집 장사...
그렇다. 나는 정부에서 말하는 적폐에 투기꾼인가? 돈을 벌고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부동산에 관심을 가진 건 2017년도부터이고,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건 2020년부터였다.
부동산으로 경제적 투자를 넘어서 앞으로 내 인생의 시간과 열정을 투자를 하고 싶었다.
그로 인한 경제적 자유와 심신의 안정도 꿈꿨다.
하지만, 주변 지인들만 봐도 부동산에 회의를 넘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적대시하는 경우도 흔치 않게 봤다.
나는 홈베이킹을 배우거나, 운동으로 크로스핏에 빠져 있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고 여겨서 부동산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와 멀어지기도 하고 상처를 받은 적도 많았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아, 사람들 모여 있을 때 조심해야 하는 이야기 중 정치, 종교와 더불어 부동산도 있구나...'
부동산 투자는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알아도 어떤 신념하에 선택하지 않는 경우도 알게 되었다.
지인 중에 연 매출 200억의 여성 CEO가 있다.
그분께서는 부동산 투자의 매력을 알지만, 사업으로도 부를 쌓고 있는데 부동산까지 손대는 것은 욕심 같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그분이 더욱 크게 보였다.
나와 생각은 다르지만 신념을 지키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생각은 서로 다른 수 있어도 틀린 것은 아니라고 여기는데,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많았다.
1. 가족마저도 투기꾼이 나라 망친다는 걱정과 부정을 함께 줬다.
부동산은 정부 정책과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관계라는 것을 투자를 하면서 몸소 느꼈다. 그래서 부동산 얘기는 정치 얘기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이견이 있으면 언쟁이 높아지기도 하며 반대로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눈빛과 표정으로 불편함을 내비치기도 한다.
투기와 투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이 부분에서 '모르고 하면 투기, 알고 하면 투자'라고 정의하고 싶다.
나 역시 불나방처럼 투기를 했던 경험도 있고, 그 안에서 방법을 찾아가며 투기로 시작했기만 투자로 끝내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우선 부동산이라는 것이 규모가 큰 투자에 속하기에 부모님께서 걱정하시는 부분도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점점 과정의 공유를 줄이고, 숫자의 결과로 보여드리게 되었다.
투자가 외롭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가족과 친구에게 이해시키려 하기보다 투자의 뜻과 결이 맞는 사람들과 소통을 늘려 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2. 피땀 흘려 번 돈만 내 돈이다. 불로소득은 죄악이다.
오랜 친구의 말이다. 이 말을 하던 친구의 눈빛은 아직도 깊은 상처다.
나를 죄인 취급하는 듯 눈빛으로 귀싸대기 맞은 기분이었다.
부동산은 정말 불로소득일까?
나는 자신 있게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부동산 하나 취득하고, 보유하다가 매도하는 한 사이클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정보 수집하고, 투자금을 모으고, 대출과 세금까지 익히며, 결심을 모아 계약까지 할 수 있는 것인지는 경험을 해보면 '불로소득'과는 거리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3. 부동산 투자도 하고 돈도 많다야
부동산 투자는 종잣돈이 많아야만 가능할까?
종잣돈이 많을수록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은 맞다.
하지만 '많아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소액 투자의 기회와 방법도 찾을수록 많다. 물론 투자금이 소액이면 수익도 적을 가능성이 높다. 콩이 한 바퀴 구를 때와 호박이 한 바퀴 구를 때 어디에 흙이 많이 묻겠는가! 처음부터 호박을 굴릴 수 없다면 콩을 여러 번 굴려서 호박을 만들어 가야 한다.
아주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웃고 떠들고 먹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아니 보낸 척하고 돌아오는 길에 운전대를 잡았는데 사무치게 외로웠다.
나는 입은 없는 사람처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꺼내지 않고, 듣고 싶은 얘기만 해주다 왔다.
우리 집에 있는 그림이다. 평소 관심 없던 그림이었는데 이날은 집에 와서 그림을 다시 보았다.
뒷모습 반 이상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남자가 보인다.
"예술은 위로라 했던가 "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그림과 시를 통해 채우려 했다. 어떤 말보다 그림 한 장이, 시 한 편이 위로가 되는 날이 있더라.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외로운 날의 일기) 이제 다 괜찮다고 다독였는데, 이 시를 읽으니 눈에서 땀이 난다.
긴 하루의 마무리로 매일 챙겨 먹는 영양제들 사이에 외로움 한 알을 섞어서 물 한 모금과 함께 꿀꺽 삼킨다.
결국, 혼란스럽고 스스로도 맞는 길을 가고 있냐고 자문하며 흔들렸다.
극복이 어려웠다.
나는 나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는 과하게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편이다.
전문가를 통한 심리 상담을 받고 싶었지만 비용 부담이 되지 않도록 지역구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봤다. 지역차가 조금씩 있을 수 있지만, 찾아보면 무료 상담이 가능한 방법들이 있다.
주 1회 1시간씩, 총 10회를 무료로 상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예약했고, 대나무숲에서 외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행복재테크에서 부동산으로 돈 벌자고 모인 사람들끼리 실컷 투자 공유하고, 친구들하고는 다른 공감되는 얘기를 했다.
꼭 친구와 모든 이야기를 공유할 필요는 없다. 그로 인해 상처를 받을 이유도 없었다.
카테고리별로 구분하여 현명한 인간관계를 재정의해가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투자를 계속 이어갔고 상승장도 이어지면서 숫자로 결과가 나오니 온갖 부정의 표현을 보냈던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너 한다는 투자 어떻게 하는 거야?"
그 질문들을 듣는 순간, 심리 상담을 다녔던 것 이상의 치유가 되었다.
그렇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더니 이제 와서 왜 그러나 얄밉거나 서운하지도 않았다.
내가 쌓아온 시간이 인정받은 것 같아서 반갑고 고마웠다.
나에게 '인정'의 욕구는 삶의 동기부여와도 같은 것이었다.
앞으로도 상승과 하락의 굴곡을 겪으면서 시선 또한 변화하겠지만 생각이 다른 우리라도 '함께' 살아가면 좋겠다. 정 어려우면.. 응원은 못해도 욕은 하지 않으면서 :)
투자하며 마음이 힘들 때 도움이 되었던 것
1. 뜻이 맞는 투자 친구를 만난다
2. 자본주의 이론과 원리에 대한 공부를 한다
3. 내 성향에 맞는 성공한 투자자의 글을 통해 위로받고
멘탈을 단단하게 한다. (추천 : 우석님)
나는 블로그에 몇 번 우석님 글을 소개했었는데 사람의 첫 인연이라는 것이 참 중요하다.
처음으로 집을 사야겠다! 하는 동기부여를 이 분을 통해서 많이 받았다.
17년 겨울.. 돌띠들아 돌 깨러 채석장 가자고 했을 때, 나는 돌띠 189284번쯤 되었던 거 같다.
결국 그때 못 깬 아쉬움은 두고두고 많이 남지만, 이 또한 운명이려니... 더 오래, 그리고 깊이 부동산 공부를 하려나 보다 한다.
부동산 공부가 꼭 필요할까?
왜 필요할까? (물론 관심 있는 분들에 한해서)
나는 돈이 들어가기 때문인 거 같다.
그 돈 지키거나 더 키우려고 투자하기 때문이다.
내가 알아야 투자도 하고, 전문가 상담을 받으려도 뭘 알아야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러니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한다.
문득 돌띠를 추억하며, 나는 돌띠를 벗어났나? 혼자 피식 웃음이 난다.
벗어나긴 아직 멀었고,
구르는 돌쯤 된 것 같다.
적어도 이끼는 끼지 않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