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그 어떤 인생을 살아도 나는 너를 구할거야! 라는 카피가 마음에 든다. 다중우주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간 세탁가게. 그곳에 일에 파묻히다 못해 세금까지 걱정해야 하는 주인공이 있다. 딸은 동성애자에 남편은 이혼을 원하고 그녀의 인생은 뭐하나 되는 일이 없다. 그야말로 아무도 원하지 않는 인생이다. 그런 그녀가 다중우주를 체험하게 된다. 선택지에 따라 각자 다르게 사는 인생 속에서 그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몇년전만해도 아마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와 왠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돈 때문에 일을 해야하고 원하는대로 인생이 흘러가주지 않는 것 같은... 이 우주 어딘가에 상상의 끝을 달릴 멋진 내가 존재하는 건 아닐까. 아마도 유명한 작가로 사람들의 관심과 존경을 받거나 배우가 되어서 영화나 연극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결론적으로 나는 지금의 나에 만족하고 있다. 다중우주가 있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나 자신이 억울하지 않다. 나는 가끔 스파이가 되어 적들을 물리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또는 한 왕국의 여왕이 되어 내 마음대로 살아갈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상상도 해본다. 모든 사람들이 내가 사용한 물건이나 내가 다녀간 장소에 대해 폭발적인 관심을 가지고 나를 흉내내고 싶어한다는 건 어떤 걸까. 왠지 한시도 편할 날이 없을 것 같다.
수천 수만의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서로 만나거나 연락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걸까. 도대체 어느 차원에 존재한다는 걸까. 내가 죽게 되면 모든 신기한 일들에 대해 알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