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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미화 Apr 03. 2023

나는 평범한 엄마다

 


  나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애 엄마'다. 내 이름보다 '누구 엄마'라는 호칭이 익숙한 나이가 되었다. 목 늘어진 검은색 티셔츠에 무릎 튀어나온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을 마주할 때면, 애 키우면 이런 후줄근한 모습은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이들이 조금만 더 크면 외모도 꾸미고, 배우고 싶은 것도 배우고, 하고 싶은 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며 스멀스멀 올라오는 꿈들을 다시 내 안에 욱여넣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지금 생각하니 참 어리석었다. 실패하더라도 한번 해봤으면 좋았을 것을. 그때 마음의 틈 사이를 비집고 꾸역꾸역 올라온 생각들을 그냥 밖으로 내뱉어 버릴걸. '그날 시작했더라면 많은 시행착오 끝에 오늘 보다 더 좋은 결과가 있을 텐데'라고 후회만 하며 그렇게 '평범한 엄마'로 지내왔다.



"나는 내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나의 밤은 후회로 가득하다."  -F. 스콧 피츠제럴드



  더 이상 후회로 내 삶을 미루기 싫었다. 특별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먼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부터 하기로 마음먹었다. 둘째 아이가 세 돌이 될 무렵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학원 일을 먼저 계획했다. 아이들이 어려 마음에 걸렸지만 계획대로 진행했다. 첫째의 초등 입학과 동시에 개원한 수학 교습소는 내 아이들이 어리다는 핑계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소소하게 운영되었다. 수업은 많이 해봤지만 운영은 처음이라 정말 열정 하나로 시작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코로나로 인해 학원가의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많은 학원들 사이에 간판 하나를 더 올린다는 건 나에겐 말 그대로 도전이었다. 그렇게라도 밀고 나가 내 삶을 전환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열정과는 달리 소소한 내 일터는 대형 학원들 사이에서 간신히 숨만 쉬고 있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하루는 첫째가 나의 퇴근길에 이렇게 물어본다.


"엄마? 엄마는 한 달에 얼마나 벌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벌고 있어."


  의도 없는 순수한 질문이라 믿는다. 이래저래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어려움을 감내하고 시작한 지 어느덧 1년 차에 들어섰다. 주변을 보면 다들 일하면서 애 키우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던데, 다들 그렇게 특별한 엄마로 산다고 생각했다.  나 평범한 아줌마라 자처하며 살았다. 나 스스로 평범이라는 것을 하찮은 것으로 깎아내리고 있었다. 착각이었다. 내가 생각한 '특별한 엄마'는 없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고 있는 '평범한 엄마'인 내가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삶의 전환이 일어난 것은 분명했다.


  하고 싶은 일들로 '생각'만 가득 찬 사람이라, 뭐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그냥 생각만 하다가 세월을 보낼 것 같았다. 어떤 방향으로 흘러 갈지는 모르지만 '일단 시작해 보자'의 결과는 옳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예상보다 무진장 어려웠다. 하지만 부딪히는 과정에서 많이 깨지고 실수하며 배울 수 있었다. 앞으로의 내 방향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획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지금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될 뿐이었다.


"선생님! 선생님은 몇 시까지 수업해요?"

"음... 일찍 마치면 5시 반, 늦게 마치면 6시쯤?"

"선생님! 왜 늦게까지 수업 안 해요?"

"애 데리러 가야 해."


  명함은 원장이지만 주 업무는 육아로,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이자, 살림꾼, 선생님, 그리고 꿈 많고 하고 싶은 거 많은 지극히 평범한 아줌마로 치열하게 살고 있다. 애초에 '특별함'은 좋은 것이고 '평범함'이 좋지 않은 것으로 구분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나는 지금 '평범한 엄마'로 '특별한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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