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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글쓰기, 다정함을 좋아합니다. 소박한 마음의 소리일지라도 '일단'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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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아서 씁니다
빌런 vs 히어로
악랄하고 지독한 슈퍼빌런의 결말은 언제나 통쾌하다. 그들의 악행을 편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변하지 않는 공식과도 같은 예측가능한 빌런의 결말은 때로는 시시하게 느껴진다. 저리도 처참히 깨질 거면 적당히 나쁘게 살지. 이런 단순한 생각이 떠오르다가도, 막상 철저히 부서져 소멸되는 그 뻔한 결말을 보며 짜릿함을 느끼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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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분전
생각이 많아서 씁니다
비대해진 '객관'앞에서 쫄지 말기
“객관적으로 말해서 그건 아니라고 봐.” 누군가 그런 말을 했고, 나도 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의견이 ‘객관’이라는 거대한 덩치 앞에서 압도당하는 상황이 여러 번 되풀이되면, 생각마저 마비된다. ‘내가 정말 틀린 건가’ ‘내 의견은 어딘지 모르게 미숙한 것 같아’라는 생각에 의기소침해진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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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3. 2025
생각이 많아서 씁니다
개똥철학과 깨달음의 경계
모호한 게 제일 정확한 거예요. 왜? 인생이 본래 모호하기 때문이에요. 알 듯 모를 듯해야 말에 힘이 붙어요. 시가 철학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철학하고 있다는 걸 들키면 개똥철학이에요. 시에서는 폼 나는 말 안 하는 게 폼나는 거예요. 뭐 좀 안다고 자랑하지 마세요. 본래 모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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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1. 2025
생각이 많아서 씁니다
말은 사라져도, 마음은 남는다.
말은 사라져도, 마음은 남는다. 하지만 그 마음도 어딘가에서 시작된 작은 떨림이었을 것이다. 그 떨림이 반복되고 확장되며, 누군가의 말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그 떨림의 성분이 어떤 것이 든 간에. 휘발되는 말들이 결국은 형태를 만든다. 우리가 쓰는 말들, 전하고자 하는 감정들, 그 모든 것들이 쉽게 사라질지라도 서로 얽히고 반복되며 눈에 보이지 않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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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0. 2025
생각이 많아서 씁니다
밑져야 본전이다
기꺼이 실패하자
몸이 기울어지는 순간 크게 다치겠다는 것을 직감한다. 휘청거리던 두 바퀴가 결국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몸이 땅으로 내팽개쳐진다. 11살,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나는 손목에 금이 가고 말았다. 몸이 기울어질 때의 그 서늘한 느낌, 순간적인 판단으로 땅을 짚었을 때 손으로 느껴지는 그 날카로운 통증. 처음 깁스라는 걸 했다. 다행히 오른손으로는 숟가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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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9. 2025
생각이 많아서 씁니다
숨을 고르고 힘을 모은다
완벽함이 무너진 자리, 나의 케렌시아
강박적인 일상이 무너져버리는 상상을 한다. 어떤 날에는 그저 상상에 그치지만, 또 어떤 날에는 작정하고 가지런한 일상을 흩트린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어떤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다. 가지런한 강박을 위해 아무것도 안 한다는 말은 어쩐지 부조화스럽다. 일상의 모든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때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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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8. 2025
생각이 많아서 씁니다
당신의 뒷모습
기억 속의 한 장면
방문을 여는 순간, 퀴퀴한 공기가 폐 속으로 훅 밀려들었다. 담배 연기가 벽지에 스며들어, 색도 냄새도 떼어낼 수 없는 흔적이 되어 버렸다. 오래도록 쌓인 냄새는 웬만해선 빠지지 않는 법이다. 당신이 피우던 담배의 니코틴이 찌든 외투가 옷걸이에 걸려있다. 가까이 가지 않았지만 어쩐지 당신이 거기에 있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창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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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1. 2025
아이와 함께 자라는 시간
학급 봉사 위원
의문의 1표
있잖아요, 작년 이맘때쯤 초등 3학년 첫째 아이가 해준 이야기예요. 학기 초에 학급봉사위원을 뽑거든요. 일종의 반장선거와 같은 거죠. 요즘은 봉사위원이라고 하더군요. 어쨌든, 그 봉사위원 선출한다는 걸 아이가 일주일 전부터 말했어요. 그래서 슬쩍 물어봤죠. “율아, 너는 후보로 나갈 생각이야?” “당연하지! 한번 나가보고 싶어!” 호기롭게 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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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06. 2025
생각이 많아서 씁니다
우리가 쉽게 만난 사이는 아니지
진통이 시작된 건 새벽이었다. 처음엔 그냥 배가 단단해지는 기분이 들다가 서서히 고통이 밀려왔다. 진통은 바다와 같았다.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와 몸을 뒤흔들고, 다시 빠져나가기를 반복했다. 책으로만 배운 ‘출산과 분만’에 대한 얄팍한 지식은 상상도 못 했던 진통의 위력에 산산이 부서졌다. 처음에는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규칙적으로 찾아오는 통증 사이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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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05. 2025
아이와 함께 자라는 시간
삶을 태우는 작은 순간들
우리는 자문해야 한다. 마음으로 감각하는가? 가능한 한 전력을 다해 공감적으로 도약하는가? 주변 세상을 목격하는가? 우리를 위해 포석을 깔아 둔 이들의 어깨를 등반하고 있는가? 날마다 우리 자아의 모든 조각을 사용하고 우리의 삶을 소모하고 소진하면서 매일을 살아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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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09. 2024
아이와 함께 자라는 시간
사소한 것들의 연대기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사람이 존재한다.' 그렇다. 다른 게 아니고 이게 바로 성공한 삶이 아닐까. 쓸모가 생존이 되어가는 세상에서 나의 쓸모에 대해 의심이 들고 좌절할 때 너는 너 자체로 나에게 유용한 존재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쌀도 밥도 안 나오는 일들의 위대함'이란 이런 게 아닐까. 오늘도 아이들을 생각하며 다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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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8. 2024
진실은 언제나 프레임 밖
착한 사람 콤플렉스
착하다는 말의 덫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착한 어린이지.’ (미덕의 강요) ‘저 아이는 착해서 누구나 좋아해.’ (일반화오류, 혹은 편향적 해석) ‘학생들이 다 착해서 수업을 잘 따라줘서 고마워요.’ (다양성의 억압) ‘착한 네가 참아야지.’ (무조건적인 수용) ‘넌 착하니까 이 부탁도 들어줄 거지?’ (자기희생 강요) ‘그 사람은 착하니까, 이렇게 말해도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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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7. 2024
아이와 함께 자라는 시간
엄마, 천백 살까지 살아
행복하다고 말하는 조그마한 입술을 바라보다가 행복해지고 싶다 외치고 싶은 굳게 닫힌 입술을 떠올린다. 꽃 같은 그 작은 입술을 떠난 ‘사랑해’라는 단어를 재빨리 움켜잡고 가슴 깊숙이 살고 있는 어린 나에게 살며시 놓아준다. 분명 따뜻한 말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에 시린 바람이 인다. 왜 이리도 ‘사랑’, ‘행복’에 집착할까 생각했다. 아이들의 웃는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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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5. 2024
진실은 언제나 프레임 밖
오늘도 삭제합니다
언제부턴가 정면사진은 영 어색하다. 렌즈를 응시하고 있는 사진을 보면, 나를 닮은 낯선 이가 서 있는 듯하다. 어설프고 나 같지 않은 나. ‘너, 누구세요?’ "자연스럽게 찍어주세요!"라고 남편에게 폰을 건넨다. 남편은 각도와 방향을 신중하게 잡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 모습에 나도 살짝 기대가 된다. 렌즈를 살짝 비껴간 무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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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4. 2024
아이와 함께 자라는 시간
나의 새치를 뽑고 있는 너에게
2024.8.22 너의 작업 일지 : 흰머리 8개 + 돼지털 2개, 합계 2,000원 (+어깨 안마 서비스) 솔직히 말하자. 한 올당 200원은 너무 심했어. 엄마가 머리숱이 많으니까 너에게 머리를 내어주었지만, 너 그건 알아야 해! 머리숱은 자산이란 걸 말이야. 너는 오늘 엄마의 노후 자산의 일부분을 겨우 2000원의 너의 노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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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3. 2024
진실은 언제나 프레임 밖
여는 글
<진실은 언제나 프레임 밖 > 매거진
느닷없이, 갑자기? 그것이 시작인 줄 누가 알았을까. 사실은 느닷없는 시작이란 없다. 우리는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쓰는 사람’이라 해놓고, 쓸 수 없어서 늘 힘든 고민을 한다. 오늘은 어떤 글을 쓸까, 내일은 어떤 글을 쓸까. 어쩌면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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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2. 2024
관계의 표면장력
감정의 콜라주
표정이 왜 그래? 내 표정이 어때서.
잘 웃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실없이 웃는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반대로 무표정일 때는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차갑고 냉정해 보인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무표정이 감정을 가지는 건가. 그런 말은 어쩐지 ‘당신은 참 어려운 사람이네요’라고 거리를 두는 말, 혹은 ‘당신은 좀 별로예요’라는 말로 혼자 오해하기도 했다. ‘아무도 널 신경 쓰지 않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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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1. 2024
아이와 함께 자라는 시간
숨바꼭질
보이지만 보이지 않느니라
하나아, 두 우울, 세에엣……. 몇 번째의 카운트인지 모르겠다. 거실 모퉁이에 돌아서서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숫자를 센다. 늘어지는 숫자만큼 잠시라도 내 시간이 늘어났으면 하고 바랐다. 열을 세기도 전에 부산한 소리가 멈춘다. “엄마, 다 숨었어!”라는 목소리가 소파 뒤에서 선명히 들린다. 이제 나는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에 들어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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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0. 2024
아이와 함께 자라는 시간
자라는 대로, 기다리는 대로
꿈을 품은 베란다 텃밭
둘째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왔다. 베란다 창틀 밖에는 폭 30cm, 길이 3.5m 정도 되는 좁고 긴 공간이 흙으로 채워져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 아이 키 정도 되는 아로니아 나무가 어울리지 않게 서 있었다. 이사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나무가 시들어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심어놓은 이유조차 알 수 없던 그 나무를 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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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07. 2024
아이와 함께 자라는 시간
어머니, 신상 기저귀 좀 쟁여놔야겠어요
미치겠다. 즐거워 미치겠다.
육아는 체력전이라 했는가. 체력이 달리면 정신적으로도 확실히 힘들다. 아기 낮잠 겨우 한 시간, 그것도 운이 좋으면.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날은 그렇게도 억울할 수가 없다. 푹 자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도대체 저 작은 생명체는 어디서 저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먹고 싸고 자고만 하던 아이가 뒤집기를 하고 배밀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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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0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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