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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미화 Feb 29. 2024

대붕 이야기

불행하다는 것을 직면할 용기가 있는가

 첫째 아이에게 <소요유>에 나오는 대붕 이야기를 해주었다.


"북쪽 바다에 물고기 한 마리(곤)가 있었는데, 그 물고기는 자기가 사는 바다세상이 너무나 좁아서 답답하고 갑갑했대. 왜냐면 그 물고기는 몸집이 아주 커다란 물고기였거든.  어느 날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하늘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는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보다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야.  날고 싶은 욕망이 컸는지, 물고기는 어느 순간 새(붕)가 되었어. 하지만 사방이 산으로 막혀있어 거대한 새가 날아오르기에는 힘들었지.  날지 못하는 그 큰 새는 물속 세상도, 드넓은 창공도 아닌 애매한 세계에 머물 수밖에 없었데."


"그래서 어떻게 됐어?"


"불행에서 벗어나려 했는데 더 답답하고 갑갑한 세상에 갇힌 거지. 더 불행해진 거야."


"그래서 죽었어?"


"아니, 그 큰 새는 어떻게 하면 자신이 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주위를 살폈대. 그리고는 결국 해답을 찾았대."


"날았어? 어떻게?"


"응. 바람.  아주 강한 바람이 몰아치는 때가 있었는데 그 바람이 회오리바람처럼 일어나 그 큰 새를 높은 하늘로 올려줬대. 새가 회오리가 생기는 그때를 기다린 거였지. 그렇게 해서 새(대붕)는 높은 창공에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었대. 아주 자유롭고 행복하게 말이야."


"와. 멋있다. 엄마."





'불행에 대한 자각은
 행복에의 의지를 기르게 된다.'
-강신주의 <장자수업>중에서





불행까지는 아니지만,

결핍이 결핍된 세상에서 우리가 대붕처럼 날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그리고 벌써 대붕은 우리 곁을 떠나갔는지도 모릅니다. 그의 날갯짓이 만든 바람 소리만이 우리 귀에 속삭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세계가 불행하다는 것을 직면할 만큼 용기가 있느냐고.
-강신주의 <장자수업>중에서




"엄마, 근데 그 물고기는 얼마만큼 크길래, 바다가 좁았던 걸까?"


물고기가 컸던 건 불행이었을까 행운이었을까.

나는 부모로서 바람과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나중에 다시 아이와 이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더 많은 질문을 해봐야겠다.


바람을 따를 것인지

바람을 피할 것인지

혹은 지금 나의 위치는 어디인지.

애매한 세계 어딘가에서 하늘을 보며 고개만 들고 있는 건 아닌지 자꾸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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