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아홉 살 열 살 열한 살 열두 살,
이 5년은 네가 네 방식대로
생을 펼치는 것을 받아들이는데 쓰마.
내 잣대로 너를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잣대로 너를 속단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네가 세상의 잣대로 잘하는 아이라면
그 또한 내게는 기쁨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네가 세상의 잣대로 못하는 아이라도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인 내가 그 누구보다 너만의 장점을 잘 알고 있으니,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장점으로 생을 일구는 법을
배우게 되어 있으니, 유사 이래 내내 그래 왔으니,
시절의 겁박에 새삼스레 오그라들어
너를 들볶지는 않을 것이다.
이때의 내 진정한 숙제는
이전에 겹쳐 있던 너와 나의 생을 따로 떼어놓고
나란히 세우는 법을 배우는 일.
<엄마의 20년>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