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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미화 Mar 19. 2024

너와 나를 세우는 일

경험의 축적.


좋은 것들을 쌓아갈 너의 시간이 부럽다.

살아보니, 살면서 바람이 많이 부는 시기가 오더라.

시리고 아프고 힘든 시기말이야.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시린 바람 덕에 엄마는 조금씩 앞으로 나갈 수 있었던 거 같아.


오랜 시간 잔잔한 호수 속에 있었던 거 같아.

평온함이 무력함으로 가는 순간이 많았어.

그럴 때마다 답답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했어.


고요함은 행복인 줄 착각하고 산 시간이 너무 아까웠어.

너희를 낳고 키우면서 깨달았어.

잔잔한 호수 위에 돌멩이를 마구마구 던져

파문을 일게 만든 건

바로 너희였어.

물결치던 그 모습이 어찌나 요란스럽던지

이런  정말 사는 거구나 싶었지.


맞아, 어쩌면 나에게 시린 바람을 주고

나를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건 너희들이었는지 몰라.


내가 깨달은 것들을

조심스레 이야기해주고 싶어.

내가 하지 못한 것, 가지지 못한 것들을

결코 강요하지는 않을 거야.



다만, 좋은 것들을 쌓아갈 너희들의 시간이 참 부러울 뿐이야.


방향은 바람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어.

그럴 때마다 너무 아프게 흔들리고 어지럽지 않도록

너의 마음에 묵직한 무게추가 될 만한

가치 있는 것, 좋은 것들을 마음껏 쌓아가보자.


너만의 축적이 가치 있게 쓰이고

그로 인해 너의 삶이 빛날 수 있도록 말이야.


늦었지만, 엄마도 그래볼게.






여덟 살 아홉 살 열 살 열한 살 열두 살,

이 5년은 네가 네 방식대로
생을 펼치는 것을 받아들이는데 쓰마.
내 잣대로 너를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잣대로 너를 속단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네가 세상의 잣대로 잘하는 아이라면
그 또한 내게는 기쁨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네가 세상의 잣대로 못하는 아이라도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인 내가 그 누구보다 너만의 장점을 잘 알고 있으니,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장점으로 생을 일구는 법을
배우게 되어 있으니, 유사 이래 내내 그래 왔으니,
시절의 겁박에 새삼스레 오그라들어
너를 들볶지는 않을 것이다.

이때의 내 진정한 숙제는
이전에 겹쳐 있던 너와 나의 생을 따로 떼어놓고
 나란히 세우는 법을 배우는 일.

<엄마의 20년>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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