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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 Nov 23. 2023

저는 남매쌍둥이의 엄마입니다.

순서가 중요한가요?

13층.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문이 열리자 할머니 한분이 서계신다.

“4학년? 6학년? 누나랑 학교가나보네~”

“둘다 5학년인데요”

뭔가 억울한 아들의 목소리이다.

“쌍둥이에요”

아들의 대답에 살짝 고개를 갸웃하시기에 얼른 대답해드렸다.

“쌍둥이야~~그래,  누가 오빠야?”

네? 어르신??? 좀 전까지만해도 누나라고 하셨잖아요? 쌍둥이라는데 누가 오빠냐구요?? 1층.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그렇게 우리 셋만 남겨졌다.

첫인상은 누나 동생사이, 쌍둥이라고 밝혀지면 급변하는 오빠 동생사이. 둥이들 둘 다 불만가득이다. 처음 겪는 일도 아닌데 여전히 적응이 안되는 상황이다.




12년전.

뱃속에 아기집이 두개라는 사실을 알았을때부터 남편과 약속했던 부분은 아이들의 서열을 나누지 말자는 것이었다. 누가 먼저 만들어졌는지도 확실치 않고, 자기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먼저 꺼내졌다는 이유로 형, 동생 하는건 좀 아니지 않나? 적장자 계승으로 왕위를 물려줘야하는 시대도 아니고 그냥 평생 친구를 만들어주자는 의견에 우리는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 부부만의 착각이었다.

생판 모르는 남의 손에 의해 아들녀석이 먼저 꺼내진 그날, 손대면 곧 부러질 것처럼 가늘디 가는 아이들의 발목엔 000아기 1, 000아기 2라는 발찌가 채워졌다. 남매 쌍둥이가 나오면 아들을 오빠 만들어 주려고 태어난 순서를 바꿔 출생신고하는 일도 많았다는데, 아주 확실하게 번호표를 뽑아들고 있는 모습에 ‘아들이 먼저 나와서 다행이네~’ 라고 말씀하시는 시모님의 말씀은 내안의 청개구리 심성을 건드린 첫 사건이 되었다.

출처 : 픽사베이

아들은 태어날때부터 작았다. 딸아이와 200그램 차이로 태어났으나 점점 벌어진 5킬로그램, 5센티미터의 벽은 자라는 내내 넘어서지 못했다. 변함이없는건 아이들의 피지컬 스펙만이 아니었다. 쌍둥이를 향한 질문역시 줄어들긴 커녕 점점 더 진화해갔다. 누가 먼저 태어났어요? 라는 질문은 기본이다. 옵션처럼 따라붙는 질문은 누가 오빠에요? 이건 질문인가 확인인가. 이런걸보고 답정너라고 하는거겠지. 별뜻없이 하는 이런 질문에 내안의 청개구리는 가시를 잔뜩 심어 대답했다.

"둘이 손잡고 같이 나왔어요~"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어른들 사이에선 아들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뼈아프게 느끼게 된 에피소드이다.




 당연한듯 아들을 1호로 보는 시선들에 화가 난 것은 아니다. 그저 어릴때부터 1호, 2호 이렇게 규정지어 지는것이  결국  K-장녀와 K-장남을 만드는 것 같아서 싫을 뿐이다. '어쩐지.. 행동이 첫째같더라. '누가 봐도 막내같아' 이런말이 어느순간부터 불편해졌다. k-장녀로 불이익을 받으며 컸나? 라는 오해가 있을까봐 밝혀두자면 난 무남독녀 외동딸이다. 심지어 요즘엔 엄마는 외동이라 우리 맘을 너무 몰라~ 라는 말로 아이들에게 무시아닌 무시도 당하고 살고 있다. 그래서 감히 아주 조금은 중립적인 자리에서 느낀바라고 생각한다.

첫째답게, 아들답게. 이런 좁은틀에 아이들을 가두지 말고 좀더 넓은 울타리안에서 아이답게 어른답게 살아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스스로 결정한 일도 아닌데 태어난 순서가 뭐가 그리중요한가. 내 옆에 평생 내 편인 친구가 있다는게 중요하지.  둥이들이 함께있는 모습을 보며 여전히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게 이렇게 외쳐본다.


여러분~~ 전 남매 쌍. 둥. 이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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