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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ingliz Dec 28. 2023

동화 같은 '그린델발트',
설마는 없었다. 역시나였다.

#3 최대치의 기대를 최대한으로 충족시켜 준 스위스 그린델발트

내가 이곳에 와 있다니!

짜릿하고 온몸이 저릿했다.


여유롭게 머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주하니 조바심이 들었다.

펼쳐진 그림 속에 나도 담기고 싶은 마음, 속해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서 그린델발트에 도착한 첫날, 그리 좋은 날씨도 아니었는데도 산책을 서둘러 나섰다.

그린델발트 기차역에서 내린 그 순간의 감흥을 도저히 숙소 안에서만 간직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산을 따라 올라가면 아이거와 샬레를 한 번에 볼 수 있지 않을까?

기차 안에서 보았던 그 풍경 속을 직접 걸어보는 기분은 어떨까?

하는 설렘을 잔뜩 품고 나섰다.


산은 꽤 높았다. 캐리어를 끌고 올라갈 생각을 하니 아득해져서 숙소를 아래쪽에 잡길 잘했다며 남편과 끄덕이며 한 걸음씩 내디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에 겨운 숨소리가 점점 거세질수록 

동시에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으리라는 마음속 기대감도 커져만 갔다.


일부러 뒤를 돌아보지 않고 올라가다가

이만하면 꽤 많이 올라섰다고 생각이 들 때쯤, 남편과 동시에 서서 뒤돌아보았다.


'하나 둘 셋'

 

기대를 빗나가지 않고, 바로 뒤에는 어김없이 내가 바라온 스위스 그 자체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뻔한 반응이고, 예상했던 반응일지도 모르겠지만, 뻔하게끔 대단했다. 감동이 일었다.

그리고 순간적인 경탄이 크디컸다.

나만이 멋지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올라와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같은 감정을 느꼈을 거라고 확신했다. 이렇게 기대를 가득 안고 왔는데, 이를 최대한으로 만족시켜 줄 수 있다니.


비가 온 탓에 습한 데다가 땀까지 나서 정신이 없는데도 

내가 마시는 공기가 맑다는 것은 즉각적으로 오감으로 느낄 수 있었고, 눈앞에 거슬리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일상 속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기 위해 예쁘지 않은 물컵은 빼내고, 포장지는 잠시 옆으로 치우고, 어울리지 않는 는 색 조합은 잠시 내려놓곤 하는데, 이곳에서는 그럴 필요를 못 느꼈다.

어느 화면도 그 자체로 어긋남, 이질감을 찾을 수 없었다.


그간 이곳에서 살아왔던 이들이 자연 속에서 자연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살아왔던 덕분이었을테다.

또 타고난 자연에 탁월하게 조화를 이루어낸 사람들의 아름다운 합일테지.

그게 아니라면 압도적인 풍경에 매료되어 무언가를 배제할 생각을 과연 품지도 못한 것일지도.


그 순간 이 풍경에 빠져있던 나는 조바심이랄까, 무언가를 더 봐야겠다는 그런 조급한 마음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최대한의 만족이 선물해 준 안정감일까. 최고를 보고 난 후에 드는 여유로운 마음일까. 

이후부터 온전히 동화 같은 이곳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그래서 이 날의 산책이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3박 4일의 그린델발트 여정에서 아주 멋진 선물을 받았던 첫날이었고

그린델발트를 오롯이 즐기는 법을 알게 된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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