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지원 Oct 05. 2024

영화 '파일럿' _ 성희롱 그리고 퇴직

뛰어난 전문가도 전문성을 발휘할 직장이 있어야 존재합니다.

성희롱 파문으로 기장에서 해고된 남자가 생계를 위해 여장을 하고 다시 부기장으로 입사하여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남자임을 밝히고 하차하면서 본인이 정말 하고 싶었던 비행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영화였다.


누구에게나 직장에서 안 좋은 일이 한번 정도는 있을 수 있다.

해고를 당할 정도는 아니어도 본인이 한 행동이 이상하게 와전되고 확대되어 본인이 스스로 사직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본 영화의 주된 스토리라인은 바로 이러한 상황들의 연결이다.


직장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아무리 국내 최고의 파일럿이더라도 비행기를 몰 수 있는 직장이 있어야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어떠한 전문가 또는 전문자격소유자도 이 전문성을 풀어낼 수 있는 직장이나 공간이 있어야 실제 전문가로서의 활약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쫓겨나듯 회사를 나오게 되는 순간

그리고, 이 사건이 본인이 부지불식간에 벌어진 말 몇 마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에서 더욱 언행의 신중함을 생각하게 되었다.


남자가 여장을 해서라도 꼭 일해야 하는 현실적 사유와 열망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이런 스토리이다 보니, 인사관리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쟁점들이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성희롱 성립 여부


‘특정 여성들을 예쁘고 아름답다.’고 한 것이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는 사건이 이 영화의 발단이다.

회식자리는 오픈된 공간이다.

이런 곳에서 취중에 말실수를 하는 경우는 많을 것이다.

그리고, 성희롱 관련 발언이 구설수에 오르게 된 것이다.


성희롱이란 '성에 관련된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불쾌감, 굴욕감 등을 주거나 고용상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의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말한다.

이에는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유형으로 분류되는데, 언어적 성희롱이 발생한 것이다.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에 해당하는데, 아무리 칭찬이라도 성적 객체로서의 여성을 특정하여 발언한 것이 공개적 성희롱으로 인식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성이 많은 항공사의 특성상 불필요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정 남성에게 본인이 평가받아야 하는 객체로 인식되는 순간 불쾌감이 클 수 있다.

기장의 발언을 들은 특정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일단 성희롱은 성립한다.

(실무적으로는 만약 녹음 내용상에서 특정인이 거론되었다면, 당사자는 발언자를 모욕죄로 고소할 수도 있다.)

물론, (영화이니까 자세하게 다루고 있지 않는 장면이지만) 이 정도의 성희롱으로 해고 또는 권고사직까지 당해야 하는 사안인지는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반복성, 지속성, 영향도, 반성여부 등)


녹음파일의 외부 공개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1:1 대화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의 녹음파일을 외부에 유출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서 당사자간 녹음이 아닌 다자간 상황에서의 녹음은 불법이다.

일종의 공익제보를 위한 사항이라고 보이게 되면 별도의 판단이 필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본인이 당사자가 아니고 다른 인원이 성희롱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인의 발언을 녹음하는 것은 불법이다.

(주로 이 대목은 형사소송 등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있을지의 문제로서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사항이다.

 인사담당자들은 징계위원회 등에서 근거자료로 채택할지는 법원과 같이 엄격 판단은 필요하지 않다.

 회사 실무에서는 녹취자료의 법적인 효력과는 무관하게 사실관계 확인용도의 자료로 사용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언론과 인터넷에 배포하였다.

물론, (본 영화에서는) 성희롱 가해자를 익명처리 하여 유포하였고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고 올려서 명예훼손까지는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는 녹음 부분에 대한 더 자세한 법적인 판단까지는 하지 않기로 한다.)


징계해고? 권고사직? 애매함


기장 한정우가 지명된 녹음파일이 아님에도 재벌가 남매간 다툼의 희생양으로 같이 표적이 되어서 해고되었다.

(영화에서 이에 대한 절차는 자세하게 다루지 않았다.)

녹음파일이 유포되고 특정인이 지목되지는 않고 풍자되어 돌아다니는 것으로 볼 때, 사회적 이슈 하에서 그 진위여부와 무관하게 퇴직한 것으로 보인다.

(녹음파일로 인해서 해고가 된 것인지, 본인이 스스로 사직한 것인지는 정확하게 묘사되지는 않았다.)


현실에서는 이런 직장 내 질서 문란 행위가 있으면 정식 조사를 통해서 징계에 회부되고 이런 절차를 거쳐서 징계가 되었어야 한다.

(물론, 현실이라면 이런 발언만으로 다른 사유와의 병합 없이 해고 양정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내용으로 볼 때 이런 큰 물의를 끼친 점을 이유로 본인이 사직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어느 항공사에서도 이런 물의를 끼친 기장을 채용하지 않는 상황이다.  


타인 신분을 도용한 입사… 이로 인한 형사 처벌?


타인 명의를 도용하여 취업한 행위는 명백한 범죄이다.

이로 인한 형사처벌과 함께 회사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도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무리 회사에 입사하고 싶어도 여동생 명의를 도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명의도용 관련 혐의, 사기죄, 업무 방해죄 등 여러 가지 범죄가 병합되어 벌어진다.

타인의 신분증을 이용하여 신분을 속이는 행위,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타인은 기망하고 거짓 정보를 제공한 행위, 회사의 정상적인 채용 행정 행위를 부정한 방법으로 기망한 행위로 업무를 방해한 점 등 범죄 혐의점이 매우 많은 사안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 절대 현실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타 생각해 볼 사항들


여객기 비상착륙 성공을 통한 특별 승진


이는 내부 인사제도 및 공식적인 절차와 무관한 포상 개념으로 보인다.

항공사로서는 엄청난 사고 및 손해배상에 직면할 수 있었던 사안을 기장의 뛰어난 실력으로 구해냈다.

당연히 회사 경영에 큰 기여를 한 것이므로 포상 성격의 조치들이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여성 기장 비율 상향


영화에서는 여성 CEO의 의지로 여성 기장 비율을 의도적으로 상향하려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했다.

실제로도 내부적으로 여성 인재 비율을 상향하기 위한 의도적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여성 소외 및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여성고용 우대 제도 (Affirmative action)이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적극적 고용 개선 조치’를 통해 ‘직종별, 직급별 남녀비율 및 임금 수준 현황’을 매년 4월 말까지 취합한다.

그리고 평균 70%에 미달하는 기업은 관보에 게재되고 발표된다.

최근에 여성 임원 비율을 늘리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고, 여성 우대 정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만, 너무 의도적으로 여성에게만 기회를 주거나 너무 편중된 정책의 경우, 조직 내 파장 및 능력 위주의 고른 인사와는 거리가 멀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주제는 다른 사항이지만, 미국에서도 이러한 특정 계층 우대 정책 중 하나였던 ‘소수 인종 대입 우대 정책’은 오히려 다른 인종들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점이 장기간 동안 지적되었다가 2023년 위헌 판결로 인해 폐지되었다.)

남초현상이 일반적인 항공사 기장 자리에 여성 파일럿의 증가는 긍정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대 정책이 실력이나 우수 인력 위주의 인사정책을 퇴보시키면 안 될 것이다.

특정 성이기만 하면 실력과 무관하게 기장에 보임하여 승객들의 안전이 위협당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 보면 기업별 특성에 따라 의도적 여성 우대 정책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우대 정책으로 인한 왜곡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 고려하여 전체적인 역량 개발을 위한 점진적 프로그램 등이 병행되어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모회사 자회사 간의 인사이동


흔히 있을 수 있는 사안이다.

연봉 슬라이딩 (단, 자회사에서 모회사 이동의 경우에는 모회사의 연봉이 높은 경우 (단기간 내 자회사로 재이동이 예상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모회사의 동일직급 연봉으로 인상도 가능) 복리후생은 각 회사의 것으로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시 이전 회사로의 재이동은 약정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며 소속 이동 후에는 이동 후 회사에서 근무하게 된다.

영화에서처럼 자회사의 기장을 모회사로 이동시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전제조건은 본인의 동의인데 (일반적으로 모회사의 근로조건이 좀 더 우수할 수 있으므로) 당사자 동의는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특별 대우를 통해서 이동시키는 경우에는 일반조건보다 우위에 있는 조건이 제시될 것이므로 이런 관점에서 보면 되겠다.




영화를 보면서 최근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루는 직업군이 정말 다양해짐을 느낀다.

파일럿은 상당한 전문성을 요구하기에 고용불안정을 느끼지 못했었으나, 코로나를 계기로 절대적인 안정적 직업은 없음이 증명되었다.

누구나 직장을 통해서 본인의 역량을 발휘해야 하지만, 직장의 고용안정성이 언제나 담보되지는 못한다.

평생직장은 없고 평생 직업만 있다는 말이 2000년대 초반부터 나오기 시작하였다.

벌써 20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좀 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평생 직업도 직장이 있어야 풀어낼 수 있다. (직장에는 일을 제공하고 수입을 지불받는 고객사도 포함된다.)

평생직장은 없지만 직장 없는 평생 직업도 없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 네이버영화 - 포토 - 포스터 & 스틸컷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제리 맥과이어' _ 해고의 정당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