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6시 20분에 울리는 알람소리를 듣고 인상을 찌푸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알람을 끄러 핸드폰이 있는 책상 앞으로 간다. 혹 일어나서 몇 걸음 걸어 알람을 끄게 된다면 잠이 깰까 싶어 일부러 침대에서 4피트 정도의 거리인 책상에 핸드폰을 두고 자곤 한다. 그렇지만 퍽이나. 습관이 되다 보면 고작 몇 걸음 걷는다고 잠이 깨진 않는다. 결국 나는 핸드폰을 갖고 다시 침대로와 10분이라도 더 잠을 청한다. 그렇게 아침부터 5분이라도 일찍 일어나기로 한 '다짐'을 실패하며 출근 준비를 한다.
겨우 일어나서 얼굴 씻고 이를 닦고 대충 옷을 입고 밖에 나오는 데까지 15분이면 충분하다.
내가 아침잠이 많은 건지 게으른 건지 둘 다인건진 모르겠지만 요즘의 나는 주로 하루를 이렇게 시작한다.
(이런 나를 내가 잘 알기에 샤워는 주로 밤에 하는 편이다.)
물론 꾀나 자주 "10분이라도 일찍 일어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며 나름 메모장에 정밀한 계획을 쓰고 알람을 맞추고는 책상 위에 핸드폰을 두고 침대로 가 잠에 들곤 한다. 대충 나의 '이상적인 아침 계획'은 이렇다.
6시에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나 샤워를 하고 간단한 아침을 10분 안에 먹고 옷이나 화장으로 치장도 좀 하다 7시 5분 정도에 집을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치장은커녕 양말 짝이나 맞춰 신고 나오면 다행이다.
가끔 일찍 잠에 들어서인지 이유 모를 어떤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 아침 일찍 일어나는 날엔 이상적인 아침을 맞이하곤 한다. 그렇지만 요즘은 자꾸 취침하러 가는 시간이 늦어져서 그런지 아침에 눈 뜨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오늘도 어김없이 실패를 맞이하며 출근준비를 하고 7시 6분 정도에 출근길을 나서면, 고작 계획한 시간보다 1분 늦게 나왔으면서 분주한 탓에 늦을 것 같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나는 기차역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간다.
기차역(LIRR)에 도착하면 나는 항상 계단 바로 옆인 Platform에 서서 2분 정도 기차를 기다린다. 그곳에는 항상 소녀같이 이쁘게 차려입은 할줌마들 3-4명이 수다를 떨고 있다. 오늘은 어쩐 일인지 키가 아담하신 아리따운 할머니 혼자였다. 그렇게 역에 가까스로 도착해서 7시 12분 기차를 타면 기차 안에 거의 반 누운듯한 자세로 널브러져 앉아 있는다. 나는 그 자세로 반 눈을 감은 채로 SNS를 하다 도착지 역 근처에 있는 31st St 7 Ave Starbucks에서 아아 그란데를 미리 시켜놓는다. 그러고는 내리기 10분 전에 혼자 또 '아! 아침부터 핸드폰은 안 좋지. 핸드폰 사용시간 줄여야지.'라고 생각하며 스크린을 끄고 눈도 같이 감는다.
이렇게 20분 정도를 가면 기차 종점인 Penn station에 도착한다. 도착지 역에 내리면 나는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스타벅스를 향한다. 사실 기차를 탑승하고부터는 다급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렇지만 나는 며칠 굶은 흡혈귀가 혈액을 찾는 마냥 스타벅스를 향한다. 스타벅스에 도착하면 대부분 낯이 익은 아침 shift 직원이 쭉 배열된 Reserved Drink 앞에 서서 커피의 주인을 찾고 있다. 나는 이미 오 분 전에 나왔을 나의 커피를 향해 돌진하며 직원에게 내 이름을 말하고는 커피를 받는다. 받으면서 "Straw Please"라고 말하는걸 절대 잊지 않는다. (뉴욕에 있는 모든 Starbucks 지점은 환경 보호 차원으로 2년 전쯤부터 Plastic 빨대를 Counter에 두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빨대를 갖고 싶으면 직원에게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 이 지점의 좋은 점은 커피를 건네받을 때 직원들의 활기찬 인사와 눈웃음도 덤으로 같이 받는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이런 아침인사는 아직 잠에서 덜 깬 나에게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렇게 짧게나마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눈 후, 나는 커피에 빨대를 꽂고는 다시 빠른 걸음으로 28가에 위치한 오피스를 향해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