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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니 Jan 20. 2024

솔직하지 않은 글을 쓰는 이유

결국은 두려운 거다.

 매월 1회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다. 인문학 수업을 오래 하신 선생님과 함께 7명이 모여 각자의 글을 읽고 품평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난주 두 번째 모임을 가졌다. 그날 "나 또한 가해자입니다_동생에게 용서를 빌었다."라는 글을 읽었다. 글을 읽고 나니 주변 분위기가 급 가라앉는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한분이 좀 더 설명을 해줄 수 없느냐고 물으셨다. 고마웠다. 그냥 듣기엔 나의 글은 조금 불편할 수는 내용이니까. 동생이 장애아를 키우는 얘기, 엄마가 동생을 외면한 이야기, 내가 아이를 낳고 동생의 심정을 헤어릴 수 있어서 결국 용서를 빈 이야기,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나온다. 그분들의 한탄 소리가 들리고 붉어지는 눈을 보니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거 같아 마음이 벅찼다. 다시 한번 글을 쓰기 잘했구나 하며 스스로 위로해 준다.




 한분이 글을 읽는다. 내용은 글을 써야 하는데 나한테 말하고 싶은 글과 타인과 공유되는 글을 구분하는 게 어려워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인 일기장과 서브 일기장에만 본인의 속마음을 담은 글을 쓰게 되는데 이곳 글쓰기반에서는 아직 자신의 아픔이나 울컥하는 마음을 담아서 타인과 공유하는 게 맞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읽고 있는 그녀의 글은 그저 변죽만 울리는 글밥들만 나열이 될 뿐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항상 잘 웃고 호응도 좋고 서슴없이 질문을 하는 그녀에게 이런 면이 있나 하면서 쳐다보게 된다.




 모임 마무리 단계에서 선생님과 그분 사이에 약간의 설전이 오간다. "00님의 글은 사실 솔직하다고 보기 어려워요. 이런 글을 쓰면 글쓰기가 늘지 않아요.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일단 감정을 토해내는 글쓰기를 해보는 거예요."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아직 이 공간이 제 얘기를 해도 될 만큼 안전한 곳인지 확신이 서질 않아요. 그래서 글쓰기의 공간을 구분 지어놓고 글을 쓰고 있어요."




 선생님께서는 "글을 구분 짓고 쓰지 말아요. 그냥 쓰면 돼요. 일단 내 글쓰기반에 들어왔으니 일단은 나를 한번 따라 해 보도록 해요. 정말 맞지 않는 다면 6개월 후에 나가면 돼요.(우리는 2년 과정 중 6개월치를 선납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스승을 찾아 떠나면 돼요."  사람 좋게 웃으시던 선생님도 본인의 글쓰기 철학과 맞지 않는 그녀에게 돌직구를 날리신다.




 그런데 나는 선생님과 그분이 다 이해가 간다. 사실 브런치에 "부모에게 사과를 요구해야 될까."라는 글을 연재 중이란 말을 입에 올리기 너무 어려웠다. 그중 한 글을 골라 글쓰기반에 가져갈 때도 몇 번이나 그냥 평범한 글감으로 바꾸어 다시 가져갈까 고민했었다. 두려웠었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었다. 이곳에 사람들은 적어도 내 이름과 내 얼굴을 알고 있는데 내가 부모를 비난하는 글을 쓰고 그걸 낭독까지 하게 되면 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무섭고 두려웠다.




 그래서 첫 번째 글쓰기 날 가져가 글은 최재천 교수의 책을 읽고 서평 하는 내용이었다. 나의 근황얘기와 곁들여 감정이 별로 드러나지 않은 글을 가져간 것이다. 그런데 그때 한분께서 가져온 글에 큰 충격을 받았다. 40대 초반인 그분에게 갑자기 찾아온 폐경과 갱년기, 불면증을 다룬 얘기였는데, 그분이 그 글을 읽는 장면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렇게 개인적인 글을 올려도 되냐며 그래도 감정을 토해내는 글쓰기를 말씀하셔서 이렇게 써봤다고 하셨다. 떨리는 목소리, 눈물이 삼켜진 숨소리, 미세하게 떨리는 손까지 얼마나 절절하고 솔직하게 글을 쓰셨는지 그냥 그대로 너무나 좋았다. 솔직한 글을 들려주셔서 감사했다.




 그날 나도 결심을 했다. 이러려고 글쓰기를 하는 게 아닌가. 글이 가진 힘이 있는데 왜 나는 나의 이야기를 쓰는데 남의 눈치를 보고 있나. 내 감정은 내 것인데 그냥 쓰면 되는 것인데 나는 너무나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정말 솔직하게 글을 쓴다. 그래서 이제 내 글이 몇 번 읽어도 껄끄럽지 않고 자연스러워 좋다. 글쓰기반의 00분께는 어쩌면 시간이 필요한 지 모르겠다. 한 달 전의 나처럼 일단 내가 나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언젠가 솔직한 글을 쓰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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