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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니 Feb 06. 2024

나에게 시궁창을 선물한 부모

아버지라는 사람의 협박

 부동산 업무 관련해서 연락 오는 부모의 문자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마무리시킬 거고 앞으로 본인들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 관여하고 싶지도 않고 무엇보다 조금만 알아보기만 하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애좀 먹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세금이니 신고니 어떻게 부동산 11채나 가지고 있는 엄마라는 사람은 아예 행정 업무를 나한테 맡겨버리고 부동산의 "부"자도 모르는 사람처럼 굴었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부동산에 빠져  자기 자신도 모자라 딸까지 구렁텅이로 빠트리려고 했는지,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은 이런 상황에서 쓰이나 보다.




 그래도 본인보다 본인 남편이 더 행정업무를 하기 낫다고 생각했는지, 아빠에게서 전세계약서를 가지고 오라는 등 임대에 관해 물어보는 연락이 왔지만 당연히 대답하지 않았다. 모든 일련의 업무는 내가 가지고 있는 서류와 무관했고, 사실 나는 거의 계약 만료된 임대차계약서를 몇 장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세무서에 신고를 해야 하니 어떤 걸 준비해야 되냐고 묻는 엄마는 한심하기 짝이 없었고, 사실 그게 궁금하며 세무서에 문의하면 된다. 이 와중에도 내 손을 빌려가며 무엇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는 거 자체가 어이가 없고 황당하기만 했다.





 한창 일을 하고 있는데 아빠에게서 문자가 왔다. "세무서일 내가 다 했고, 서류 다 가져다 놔! 부모를 이런 식으로 엿 먹이냐? 네가 사람이냐?" 숨이 턱 막히고 황당해서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내가 잘못한 게 무엇이지? 행정업무에 필요 없는 부동산 서류를 이제껏 가지고 있는 거? 내가 부모를 엿 먹인 적이 있었나? 내가 사람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부모에게 막돼먹은 짓을 하고 있었나?




 엄마와의 문자로의 치열한 공방이 지긋지긋해 더 이상 그 짓거리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건 내가 할 말은 해야겠다 싶었다. 내가 그동안 한 것들이 있는데, 본인들이 겪어보니 그런 일들이 굉장히 힘에 겨웠었나 보지? 그래, 사람이라면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듯이 자식의 상황과 처치가 입장 바꿔 생각돼야 되는 것이 아닌가? 억울함과 분노, 그 따위 말을 들어야 하는 나 자신이 너무 비참에 답장을 했다.




 " 지금 뭐 하는 거야? 내가 5년 동안 고생고생해서 뒤처리 다했는데 그땐 아무 말 없다가.. 뭘 했다고 내가 엿을 먹이고 내가 뭐 어째? 알았어. 서류 가져다줄게. 근데 가져다 줄 서류도 거의 없어. 계약서류들 다 엄마집으로 송달됐고.. 혹시 있으면 찾아서 갖다 줄게. 내가 그동안 그 많은 일을 했는데 그러는 거 아니야. 연락하지 마." 내 할 말을 다했다. 나는 열심히 일을 해주었고 대가 없이 그랬고 아무 말도 못 들었고, 더 이상 엮이고 싶지도 않으니 연락하지 말자고 했다.




 그다음에 오는 문자에 손이 떨렸다. "다시는 너희와 인연을 끊으마 그리고 아빠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똑똑히 보여주마.".. 이런 저질스러운 협박을 하는 부모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불현듯 솟구친 불안함에 세 아이가 눈앞에 아른거렸고 부모와 가깝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다.




 " 협박하지 마." 이 말을 끝으로 답장하지 않았다.  내 아빠라는 사람은 문자를 몇 번 고치는 가 싶더니 " 부모가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너희 같은 자식이.. 이렇게 까지 해야만 했는지. 네 엄마를 죽이고 싶다. 살고 싶지도 않고 내 마음이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사위란 놈은 이런 일이 있으면 중재를 해야지? 나쁜 놈의 자식들! 그래 다시는 보지 말자"




 협박이 안 먹히니 자기 아내에 대한 원망과 애꿎은 사위에게 화살을 돌린다. 감정 기복이 워낙 심하시니 더 이상 엇나가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되나. 내 남편을 들먹인 것에 대해서 지적하고 싶지만 더 이상 대거리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힘이 없다.




 이런 수준의 부모를 벗어나기 위해 지난날 무던히도 애쓰고 살았다. 이제 막 날개를 펴고 내 삶을 살고자 하는 나에게 내 아버지라는 사람은 어떻게 이리도 시궁창 같은 하루를 선물할까. 어떤 부모가 자식에게 위협을 가하고 협박을 할까. 난 이제 어떡해야 하나. 부모 집을 지나야 만 갈 수 있는 슈퍼, 병원, 약국이 모두 지뢰밭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가기가 무서워진다. 그래도 정신 차려야지.. 난 아이들의 엄마니까. 아무리 화가 나서 내뱉은 말이라도 말의 수위라는 게 있는 거다. 나는 오늘 더 확인받았다. 내가 부모와 절연해야 할 이유가 더 확실히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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