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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니 Feb 19. 2024

브런치는 관대하다.

꾸준히 글을 쓰라는 독려일까.

  "부모에게 사과를 요구해도 될까"의 제목의 브런치북을 연재하면서 솔직히 중간에 연재를 그만두고 싶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좋은 반응들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연재를 서둘러 마무리했었다. 부모와의 갈등을 가감 없이 글로 옮겨 담을 때마다 그날의 상처들이 고스란히 떠올랐었기 때문일까.. 그래도 잘 버틴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큰 후유증을 앓았었다.




 연재 중간부터 잠잠했던 불면증이 되살아나더니 잠을 자지 못한 횟수가 늘어났다. 그때는 그게 연재의 후유증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나에게 감기처럼 찾아오는 계절 독감인  넘어가 보려 했었다. 하지만 부모이야기를 더 이상 나열하는 게 버거워, 연재 말미에는 내가 부모에게 벗어나려는 노력위주로 연재 방향을 잡았던 걸 보니, 지금생각해 보면 글을 쓰는 것이 많이 힘에 부쳤나 보다.




 연재를 서둘러 마무리 짓고 매일 들락날락했던 브런치스토리도 잠시 숨 고르기 하듯 하지 않았었다. 그 사이에 나는 쿠*에서 수면보조 건강식품을 사 먹었고 그걸로도 잠들기가 어려워 정신과에서 사흘 치의 약을 처방받아먹었다.




 그러면서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은 욕구를 참치 못하고  결국 다음 브런치북인 "별거 없는 뚝딱 요리사"의 연재도 시작해 버렸다. 가볍고 소소한 내용이지만, 세 아이를 키우면서 요리가 일상이고 즐거움인 나에게 이번 연재는 새로운 설렘으로 다가왔다. 아픈 이야기도 없고 날을 세우며 애쓰지 않아도 술술 기록되는 글은 오랜만이었다. 정말 별거 없어서 별거 없이 기록된 글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남다른 먹성에 놀라시고 재밌게 반응해 주시니 나도 덩달에 즐겁게 글을 쓰고 있었다.





 그 사이에 "부모에게 사과를 요구해도 될까." 브런치북도 많이들 읽어주시는지 지난주엔 완독률 높은 브런치북으로 두 번이나 메인에 올라갔었다. 글을 올릴 당시처럼 갑작스러운 조회수 폭발은 아니었지만, 내 글을 누군가가 끝까지 읽어주신다는 것만으로도 큰 울림을 선물 받을 거 같았다.




 사실은 내가 힘이 부쳐서 급하게 마무리 지은 연재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분들은 내 글을 읽고 힘이 나실 수도 있단 생각엔 내 글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브런치스토리에서 선물을 하나 더 받았다. 역시 지난주에 "별거 없는 뚝딱 요리사"가 메인에 오르더니  메인 자리를 약 1주일 정도 유지했었다. 오늘부터 메인에서는 볼 수 없지만 뭔가 꾸준히 글을 쓰고 싶은 설레는 동기부여가 되어준 것은 틀림없었다.






 지금 살짝궁 생각해 보건대, 브런치스토리는 좀 관대한 것 같다. 이제 브런치를 입문한 지 갓 2달 된 새내기 작가가 첫 번째 연재 후 지쳤을까 봐 독려차원에서 또 다른 글을 메인에 딱! 하니 글을 올려준 건 아닐까 싶다.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만 누구나 꾸준히 글을 쓰고 독자와의 소통이 괜찮다면 언제나 사랑받을 수 있는 글이라는 건 확인시켜 주는 것은 맞다.




 요즘 "부모에게 사과를 요구해도 될까' 제2편을 연재해 볼까 생각 중이다. 다만, 제1편처럼 부모와의 날 선 갈등과 상처를 나열하는 방식보다는 다른 방식을 택하고 싶다. 내가 내 자식을 키우면서 느껴보는 부모라는 위치와 자식으로서 느꼈었던 감정을 함께 다뤄볼까 한다. 내가 받았던 상처에 집중하기보다 앞으로 아이들을 잘 키워나갈 수 있도록 나는 부모와는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연재를 해봐야 알겠지만, 이번 연재는 부디 내가 같은 후유증을 앓게 되지 않도록 나 스스로를 독려하고 다시 힘을 내자는 목표로 글을 쓰고 싶다.




 1주일 정도 고생했던 불면증은 거짓말처럼 지금 사라졌다.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할 당시 나는 그 글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 같다. 연재는 마무리되었고, 지금은 그 글을 다시 보지는 않는다. 나는 지극히 감정적인 인간이라 지난 상처에도 혼자만의 구렁텅이에 자주 빠지는 것 같다. 상처받은 글을 쓰는 이유가 글로 나열하여 보고 또 봐서 남의 글 보는 듯 언젠가 내 글도 그렇게 바라봐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었는데, 그런 경지에 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가 보다.





 그래도 지금은 글을 쓰고 싶어 진다. 두 번째 연재를 언제 시작할지는 미정이지만, 불편한 이 마음도 나의 것이니 그동안 나를 다독이며 또 새로운 나를 알아가며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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