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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NDOM Dec 05. 2023

미술과 과학이 교차하는 예술가의 세계

“다양한 색깔, 하나의 나”

호기심으로 공부하던 지식이
작품의 세계관으로
페르소나를 담은 졸업작품을 준비하며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접한 이론으로 기대어
저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작업 중입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공유하며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쌓고 있는 미대생 안서진 님. 요즘은 졸업 전시회 준비를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철저한 계획과 실험을 통해 작업을 준비하고 계획을 완벽히 따르며 작품을 완성하는 서진님은 배움을 즐기고 취미로 삼을 정도로 진심이십니다. 그래서 며칠 후 열리는 졸업 전시회를 위해 다양한 이론을 작품과 조화시키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의 새로운 발돋움을 준비하는 서진님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출처 : Instagram @leean_on






인스타그램에서 다양한 작품을 구경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작품을 꾸준히 업로드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디자이너를 준비하기 위한 포트폴리오의 일종으로 활용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예술하는 분들은 이런 방식으로 SNS 계정을 운영하는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은 저의 재능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해서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디지털 작업만 올리려고 생각했는데, 인스타그램 특성상 이미지로 작품이 정리되어서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보이니까 유화, 아크릴이나 클래식한 아트도 남기고 싶더라고요. 요즘 포트폴리오 트랜드가 글보다는 이미지, 이미지보다는 영상으로 진화하는데, 인스타그램이 딱 적합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작품의 유형에 상관없이 모두 올리는 중이에요!






그렇다면 서진님만의 작업 노하우가 있을까요?


처음에 작업물을 구상하고 계획서를 적을 때 작업의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계획합니다. 어떤 부분에 어떤 색을 사용하는지 아주 세세하게 결정하고, 새로운 물감을 사용할 때는 어떤 성질을 갖고있는지 분석하기도 해요. 그 물감을 미리 다른 종이에 칠해본 후 너무 묽거나 원하는 색감이 안나온다면 다시 색을 만들거나 새로 사서 준비하고 실험한 후에 본 작업에 들어가죠.


그리고 빔 프로젝터로 스케치를 띄우고 이를 캔버스에 옮깁니다. 옮겨진 외곽선을 바탕으로 채색을 올려요. 이 모든 과정은 처음에 만든 계획 그대로 진행합니다. 그래서 준비 기간이 남들보다 많이 필요해요. 다른 친구들은 일주일 만에 스케치하고 작업을 바로 진행하는데, 저 같은 경우 2~3주까지 걸리는 편이에요.


제가 붓 자국도 안 남게 채색하면서 종이에 프린트한 듯한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는데, 이런 특징이 반영된 작업 방식인 것 같아요. 이렇게 무언가를 계획한 그대로 작업물을 만들어가는 작업 방식에서 기쁨을 느끼고 저에게도 잘 맞다고 느껴져요


출처 : Instagram @leean_on






과학적으로 작업하는 느낌인데, 혹시 과학 좋아하시나요?     


맞아요! 세상의 이치를 알아가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서 과학이라는 분야가 너무 흥미롭더라고요. 평소에 작업할 때 다양한 영상을 찾아보는데, '최재천의 아마존'이나 '과학을 보다' 같은 유튜브 컨텐츠를 즐겨봐요. 그래서 저에게 과학은 취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이해관계와 감정이 섞여 있어서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제가 봤을 때 과학과 원리 원칙에는 감정이 없었어요. 순수한 마음으로 지식을 수용하기만 하면 되니까 마음이 편하고 호기심의 욕구도 채워지니까 힐링이 돼요. 그래서 심심하거나 정신과 마음이 복잡할 때 이런 것들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호기심을 꼭 해결해야 하는 성격이라서, 궁금한 것이 생기면 깊이 파고들면서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마인드맵 방식으로 정보를 알아보게 되는데, 이런 사고방식이 작품을 구상할 때도 적용되어서 큰 주제를 뿌리로 잡고 그로부터 뻗어 나가는 방식으로 계획을 짜게 된 것 같습니다.






곧 졸업 전시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졸업 전시회는 대학생 4학년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저희 학과 졸업 전시회는 1~2년 정도 준비한 작업을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전시회를 통해서 작가로 발돋움을 하기도 하고 4년간 갈고닦은 실력을 주변에 보여주고 끝내기도 하죠. 유명 갤러리에서 관람하러 오시는 분도 많은데, 작업물을 보고 마음에 든다면 스카우트 제의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또 다른 시작으로 활용하는 친구도 많습니다.


저는 대학 4년은 보수를 받지 않음에도 당당하게 작가 생활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서 그 시기를 누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래서 ‘4년간 작가 생활을 열심히 했어!’라는 말을 전하는 자리로 작품을 출품했습니다. 






그럼 서진님의 작품 주제는 무엇인가요?


페르소나, 칼융의 심리학이라는 흥미로운 이론을 바탕으로 세계관을 쌓아서 만드는 작업 중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회적 역할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이게 된다는 점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저의 모습이 정말 다양해요. 어떤 사람은 차갑고 자기 것을 잘 챙기는 사람, 어떤 사람은 너무 다정해서 손해만 보고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저는 타인과 지인의 경계가 뚜렷해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도 그 모든 모습이 모두 저 자신이기 때문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회에서는 일관성 있는 태도가 좋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이런 인식에 동의하지 않고, 저의 생각을 인정받고 싶더라고요. 칼융의 페르소나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상황에 필요한 사회적 역할에 맞게 가면처럼 태도를 바꿀 줄 알아야하고 그 모든 것이 자신의 모습이라고 하죠.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페르소나에 먹혀서 스스로를 잃게 된다고도 해요.     


이런 것들을 반영해서 페르소나에 잠식당해서 자신을 잃는 것과 저만의 페르소나를 여러 가지 요소를 활용해서 재미있게 표현했습니다. ‘페르소나는 모든 것을 갖고 있고 나쁜 것이 아니다. 다양한 나의 모습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건 어떨까?’라는 것을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어요.     


이런 심오한 주제를 어떻게 나타낼지 고민하다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나 애니메이션, 게임 포스터 같은 구도로 표현했습니다. 지인들이 제 작품을 본다면 ‘서진이가 나에게 보여준 페르소나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꼭 하게 될 것 같아요.






작업 방식뿐만 아니라 주제도 독창적인 것 같아요.


보통 자신의 감정을 담으며 작업하는 작가님이 많죠. 그런데 이런 방식 때문에 나 자신을 소비하는 직업이 된다고 생각해서 작가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저도 과거에는 그렇게 작업했는데, 나를 쥐어짜서 영감을 만드는 것 자체가 힘들고 감정에는 한계가 있어서 정신적으로 피로해졌어요.


그래서 재미있게 접했던 이론에 기대서 저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바꿔봤는데, 이런 지식이 세상에 너무 많아서 작업이 정말 재밌더라고요. 앞으로도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에도 이번 졸업작품처럼 알고 있는 지식에 사람을 적용시키고 싶어요.


Instagram @cau_fineart75






미래가 정말 궁금해지는 예비 작가님이네요. 그렇다면 졸업을 앞둔 지금, 어떤 진로 고민을 갖고 계시나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고민을 늘 하다 보니, 하고 싶은 일과 전망이 좋은 일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놓인 적도 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과 진로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어요.     

한번은 지인 중 미술을 하지 않는 분께서 ‘미술을 선택하고 입시를 한 것부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강한 성격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하고 싶은 것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향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공감이 되면서 졸업 후 회화 작가 활동보다 일러스트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이 분야를 깊이 파면서 ‘즐기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라고 생각해보았을 때 2D 일러스트레이터가 자꾸 떠올랐어요. 2D 일러스트레이터는 어린 시절부터 되고 싶었던 꿈이었는데, 서양화를 전공하면서 미술에 대한 다양한 분야를 접할 기회가 많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하면서 장래희망이 바뀌었어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아니야 건축디자이너가 좋을까? 그래도 화가가 될래! 이런 식으로 계속 바뀌었는데, 결국에는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일러스트레이터인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린 시절에 원했던 직업이 단순히 멋져서가 아닌 정말로 원하는 것을 바랬던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나니, 허무하면서도 동시에 기뻤어요. 이렇게 깨달으면서 이 꿈을 진심으로 열망하게 되었고,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인데 당연히 해야지’라고 생각해서 방향이 확고해졌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2D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할 계획이에요.





https://www.instagram.com/leean_on/

https://www.instagram.com/cau_fineart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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