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양 Mar 15. 2016

소진 사회와 건강

긍정 과잉이 만들어낸 소진 사회, "넌 할 수 있어" 오늘도 쉬지 않는다

긍정의 과잉이 만들어낸 소진 사회, "넌 할 수 있어" 오늘도 쉬지 않고  자신을 불태우고 있다. 이것이 society of burning 소진 사회이다.


소진 사회란 모든 것을 하얗게 불사르고 끝장을 보는 사회로, "넌 할 수 있어"로 대표되는 한국사회를 말한다. 소진 사회는 어떤 일을 끝까지 불태워야 비로소 안심이 되는 것이다. 불금이라고 해서 회식도 밤새 놀아야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대접받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선 도전자들이 몸살이 날 정도로 연습하고 한 사람씩 떨어져 나가는 모습에 환호하며,  '넌 할 수 있어"하면서 너희 자신을 불태우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넌 할 수 있어"라는 시스템이 보내는 메시지에 따라 학생들은 더 좋은 스펙을 쌓기 위해 도서관 공부,  졸업 후 유학 등 일련의 코스를 당연한 과정으로 인식하게 된다. 직장인도 회사 취직 후 10시 퇴근, 직장 회식, 그렇지 않으면 더 좋은 캐리어를 쌓기 위해 어학원으로, 또는 국내 대학원으로 직행한다. 좋은 직장에서 다니면서도 자신 스스로 인생의 결과를 차근차근 쌓아가는 본질적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넌 할 수 있다는 긍정성에 따라 시스템이 원하는 스펙을 만들려고 또다시 해외로, 대학원으로 나간다.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긍정성 과잉 사회에서는 개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울한 존재가 된다.

2010년 독일에서는 한국계 철학자인 한병철 교수가 출간한 '피로사회'라는 책이 있다. 과거 시대가 바이러스와 질병에 대한 두려움의 시대였다면 현대사회는 신경증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과잉된 경쟁과 성과위주의 사회구조, 그리고 TV와 같은 매체가 부르짖고 있는 "넌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가 현대인들을 신경증이라는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있다고 하였다. 열심히 일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긍정성 과잉 사회에서는 오히려 개인은 두려움에 떨고 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울한 존재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절박함을 돌파하는 몰입의 삶과 긍정의 과잉으로 최선을 다하는 삶과는 근본이 다르다.

물론 인생에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 자신을 불태우는 과정이 필요할 때도 있다. 창조라는 작업은 내 안에 있는 암묵적 지식을 끌어내기 과정인데, 일정 시간의 고요함과 묵상이 필요하며 절박함을 돌파할 때 나온다. 묵상과 고요함은 몰입을 만들고, 몰입은 자신이 겪고 있는 한계 뛰어넘는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자신의 절박함을 극복하는 몰입의 과정 속에서 새로운 생각, 창조가 만들어지고, 대상의 본질을 확인하는 연민을 이끌어 낸다. 따라서 긍정성에 함몰되어 자신을 소진하는 것과 절박함을 돌파하는 몰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긍정성의 과잉은 시스템에 함몰된 노동이자, 성과주의이며, 섣부른 욕망의 표현 일뿐이다.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믿는 긍정 과잉 사회에서 인생의 본질은 망각된다.

이미 방전된 내 마음이 고달프니 남의 마음을 헤아릴 여유도 없고 사람을 만나기가 싫고, 주말에도 집에 콕 틀어박혀 있기 일쑤다. 무서운 것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내가 나를 근사하다고 느끼는 마음, 즉 자존감이 급격히 떨어진다. 소진 증후군의 핵심 증상은 삶의 의미가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던 삶이 가치 없게 느껴지고,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는 자기 파괴적인 생각까지 들게 한다. 학교에서 직장, 그리고 가정까지 일상 속에 만연된 소진 증후군의 원인은 인생의 본질을 망각하고 긍정성에 따라 자신을 불사른 결과이다. 시스템 속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소진 증후군은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감성이 원하는 것을 억누르고 이성이 시키는 대로만 자신을 다그치면 소진 증후군(burnout syndrome)에 빠지고 만다. 과로하면 심장에 무리가 가듯, 자신을 소진한 뇌는 과부하가  걸리면서 고장이 날 수가 있다.  감성의 뇌에 쌓인 피로를 제때 풀어 주지 않으면 감성 에너지가 완전히 방전돼 버리는 것이다.  


스트레스성 뇌 피로증이라고도 하는 소진 증후군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문제를 일으킨다.

좀처럼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짜증이 늘고 갑자기 화를 내기도 한다.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고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이런 상태를 소진 증후군이다. 한병철 교수는 ‘피로사회’라는 단어로 현대사회를 규정한다. 저자가 보기에 21세기, 피로사회를 지배하는 주요 질병은 생물학적인 것이 아닌 신경증을 꼽으며 예컨대 우울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소진증후군 같은 것들을 나열하며 피로사회에 대한 비판의 매스를 들이댄다. 아울러 본질은 망각하고 성과에 대한 긍정성만을 과잉 공급하는 사회구조가 현대인들의 정심을 되레 병들게 만들고 있다고 전한다. 산부인과 질병으로 갱년기 증후군, 월경장애, 월경전 증후군, 불임, 비만 등도 소진 증후군의 일종이다.


우리 뇌에 시상하부라는 곳이 있다.

여기에는 수많은 감성을 관장하는 호르몬을 조절하는 분비 센터가 있는데 집중의 호르몬 도파민, 잠을 관장하는 멜라토닌,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 갑상선 호르몬, 바소프레신, estrogen, testosterone 등의 성호르몬, 스트레스 관장하는 노에피네프린과 코티졸 등 다양한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중추기관이다. 시상하부는 아몬드 크기의 작은 부분이지만 매우 중요한 역확을 하는데, 기억력, 성욕, 식욕, 수면욕, 스트레스 방어, 체온 조절, 수분 및 대사 조절, 인간적 성적 매력 발산 등 인간 신체 활동의 조절을 매우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가 스스로 우리 몸을 소진하게 되면 이런 시상하부에 과부하가 생기게 되고,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 신체유지 기능이 망가지게 된다.


특히 여성은 환경변화에 민감하여 시상하부의 기능이 쉽게 손상을 받게 된다.

자신을 열심히 일하면서 자신이 소진되는 상태까지 도달하면 여성에서 먼저 생리불순으로 나타난다. 왜냐하면 여성의 생리를 조절하는 estrogen은 시상하부의 조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시상하부에 과부가 걸리면 당연히 생리 불순이 발생한다.  또한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도파민과 노에피네프린이 고갈되어 감정장애와 우울증이 발생한다.  더 심해지면 estrogen이 고갈되면서 배란장애, 비정상적인 출혈이 동반되될 수 있고,  결국 임신도 어렵게 된다. 신체리듬도 깨지면서 식은땀, 불면증, 자고 나면 얼굴이 탱탱 붓게 되고, 살이 찌게 된다. 갱년기  여성도 마찬가지다. 갱년기 여성이 스스로 자기 몸을 과도하게 소진하게 되면서 시상하부에 과부하가 걸리게 되면 숙면이 어렵게 되고, 우울증, 감정 변화, 불면증에 빠지게 되며, 안면홍조와 식은땀이 나오게 되면서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상태까지 다다르는 갱년기 증후군이 생긴다. 결국에는 대사장애가 오면서 비만, 고혈압 당뇨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이 젊은 가임기 여성과 갱년기 여성에게 오는 소진증후군의 증상이다.  "넌 할 수 있어"로 대표되는 과도한 긍정성이 우리 뇌의 시상하부에 과부하를 걸어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고갈시키고 신체리듬을 깨트리면서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고 공격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소진 증후군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감성의 뇌인 시상하부에 쌓인 피로를 제때 풀어 주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성 에너지가 완전히 방전되어 "내 마음이 고달프니 남의 마음 헤아릴 여유가 없는" 소진 증후군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소진증후군은 가정과 학교, 직장 회식부터 `시월드`에 이르는 일상 속의 에서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고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친근한 일상적 사례로 우리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진 증후군은 현대인들에게 만연되어 있다.


긍정성이 과잉된 사회에서 인간은 왜 신경증적 질병에 시달리게 되는 걸까?

자신에 대한 과도한 긍정성으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여유당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