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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국토순례를 응원하며

아빠의 편지에 아들이 답장하다

by 방승천

사랑하는 내 아들 방준식에게


준식아!


잘 지내고 있어? ㅎㅎㅎ 힘들지?


오랜만에 긴 글 편지를 쓰네. 이런 편지는 손편지로 써야 하는데..

아빠가 회사에서 점심 시간에 쓰느라 워드로 쓰는 거 양해해줘!

살짝 어색하지만, 네가 요즘 국토순례 중이라니 아빠도 뭔가 좀 멋진 아빠처럼 굴고 싶어졌단다.


아빠도 현대고 다닐 때… 음 1994년인가 1995년인가?

해병대 캠프였나 병영체험에서 일주일 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비오는 날 젖은 군복입고 PT 체조도 하고 화생방 훈련도 하고..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 대단한 일 아니었는데, 그 때는 순간 순간이 왜 그리 고통스럽고 힘들었는지!


75km를 걷는다면서? 세상에! 아빠는 차로도 75km 넘게 가면 다리 저리던데…

넌 두 발로 걷는다니 진짜 대단하다!! 네가 요즘 염원하는 다이어트에는 큰 도움이 되겠네 생각하다가도…

더위 많이 타는 내 아들이 햇볕 아래 땀 뻘뻘 흘리며 걷고 있을 생각을 하니까 짠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우리 아들 참 많이 컸구나' 싶어서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런데 말이야, 힘들어도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옆에 있는 친구들이랑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꾹 참고 끝까지 가보자! 살아보니 인생도 비슷하더라고. 포기하지 않고 자기 목표를 향해 꾸준히 걸어간 사람들(아빠가 강조하는 Growth mindset과 GRIT!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의 스토리를 만들더라고. 그런 사람들에게 예기치 않은 행운(Serendipity)이 찾아오는 느낌이랄까.


‘어디서 출발 했느냐’, ‘지금 어디에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진짜 능력은 ‘얼마나 멀리 가느냐’야. 나는 재능이 뛰어난 아들보다는, 좋은 성품으로 꾸준히 성장해서

자기의 멋진 스토리를 만들어 나갈 ‘대기만성형’ 내 아들이 벌써 자랑스럽단다.


살다보면 불편할 때도, 서투를 태도, 실수할 때도, 너무 힘들 때도 있어.

하지만,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now), 내가 있는 여기(here)에, 비겁하지 않고 + 뒷짐지지 않고 + 소매 걷고 최선을 다하면, 그 힘든 길은 금방 끝나있더라고.

그리고 그 뒤에는 결국 “잘 버텨냈다”는 뿌듯함이 남아.

아빠는 네가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튼튼하게, 그리고 한층 더 멋진 남자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준식아, 다치지 말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그래도 도전은 멋지게 해보자!

그리고 한 가지 더! 아빠가 너 많이 사랑한다. 그건 절~대 안 변해. 알겠지?

힘내라, 우리 아들. 끝까지 완주하고 멋진 모습으로 돌아와라!


집에 오면 엄마가 너 고생했다고, 너 좋아하는 맛있는 거 잔뜩 해준다고 벼르고 있어 ^_^

그러니 냉큼 성큼 걸어서 엄마 아빠 성재에게 돌아오렴!

다치치 말고! 집에서 기다릴게!

(엄마도 네 방 안 치우고 그대로 두고 있다 ㅋㅋ)



2025년 7월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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