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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심 대신 신뢰로 이끌어야 할까?

Amazon 리더십 리드, Darren의 인사이트

by 방승천

* 인살롱 기고 원문 링크 : https://social.wanted.co.kr/community/article/115664


글로벌 기업 Amazon에서 Head of Global Leadership & Talent Development를 맡고 있는 Darren Nerland는 제겐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게된 좋은 친구이자 비즈니스 파트너 입니다. 좋은 기회에 공적인 자리에서 HR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며 알게 되었지만, 이후 꾸준히 만나면서 우정을 다져오고 있죠.


작년에 저와 제 아들이 시애틀을 방문했을 때에는 직접 아마존 본사와 Sphere를 소개해 주기도 했고, 제 아들에게 성장에 대한 조언을 주기도 했었죠. Darren이 아내와 한국에 올 때면 저와 제 아들이 함께 나가 식사를 하기도 하고요. 지금 제가 경영하고 있는 기업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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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Linkedin에 소개된 Darren의 글 한 편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다수 컨퍼런스에서 키노트를 하기도 했던 Darren의 글은

쉽지만 깊이 있고, 짧지만 여운이 오래 갑니다.


오늘 소개할 글도 그러한데요. 대런의 다른 글들도 좋은 내용이 많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Linkedin을 follow 해보셔도 좋겠습니다.

https://www.linkedin.com/in/darrennerland/


오늘 공유해 드릴 글은 Why I Lead with Trust, not Suspicion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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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심이 아닌 신뢰로 이끌어야 할까?


내가 의심보다 신뢰를 기반으로 사람들을 리드하는 이유는

"한 번 내 신뢰를 얻어내 봐"라는 메시지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신뢰는 깨지면 언제든지 다시 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너는 내 믿음을 얻어내야 해"로 시작한다면,
그건 리더십이 아닙니다. 경고에 가깝습니다.


그 메시지는 아래와 같은 어감을 줍니다:

· "나는 너를 시험해 보는 중이야"

· "나는 아직 널 믿지 않아"

· "나를 감동시켜봐... 아니면 끝이야"


이러한 느낌과 생각은 심리적 안전감이 형성되기도 전에 무너뜨립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지지’가 아니라 ‘의심’의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제가 배운 것은 이렇습니다 :

· 신뢰는 (노력으로 얻어내야 할) 보상이 아니라, (당연히 주어져야 할) 선물이다.

· 처음부터 믿어주면 협력도 빨라지고 관계도 깊어진다.

· 신뢰를 주저하면 모든 게 느려진다.

· 높은 신뢰는 고성과 팀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그렇다면 최고의 리더들은 어떨까요?

그들은 먼저 믿어줍니다.
그들이 순진해서가 아니라

의심이 아닌 믿음으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믿기 때문에 책임도 묻습니다.

그런데 만약 신뢰가 깨진다면 어떨까요?
그들은 빠르고 직접적으로 개입해, 상대를 배려하며 문제를 해결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무죄판결을 얻을 때까지, 그들을 죄인 취급하며 이끌지 않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신뢰는 상대가 얻어내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내가 먼저 주는 건가요?



거래적 리더십과 변혁적 리더십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예전에 배운 거래적 리더십(Transactional Leadership)과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의 개념을 떠올렸습니다.


거래적 리더십은 구성원의 행동을 통제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보상과 처벌을 활용하는 리더십입니다.

이 리더십은 ‘”내가 원하는 것을 주면 나도 네가 원하는 것을 주마 - This for That” 의 철학에 기반합니다. (Quid pro quo라고도 합니다). 거래적 리더는 주로 권력(Power)에 기반해 상대를 움직이는 경향이 있죠.

구성원이 가진 외재적 동기(보상과 처벌에 반응하는 동기 2.0)을 주로 활용합니다.


변혁적 리더십은 구성원에게 영감을 주고, 비전을 제시하여 자발적 변화와 성장을 유도하는 리더십입니다.

이 리더십은 방향과, 그 방향에 맞는 질문을 던지고, 상대가 그 질문에 답을 하도록 하는 행동변화를 유도합니다. 변혁적 리더는 주로 영향력에 기반해 상대를 움직입니다. 구성원의 내재적 동기(의미와 재미같은 동기 3.0)을 유도합니다.


거래적 리더십이 나쁘고 변혁적 리더십이 좋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권력이 나쁘고 영향력이 좋은 것이라는 얘기도 아니고요.

권력은 자원을 할당하고 사안을 결정하는 능력입니다. 리더십에 있어 매우 중요한 영역이죠.


영향력은 권력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리더들은 영향력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권력을 발산합니다.

그렇게 타인들의 행동이나 태도를 변화시키죠. 외유내강적인 권력이랄까요?

물론 권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도 영향력을 활용합니다.


그런데, 제가 만나본 많은 리더들은, 두 리더십 중 하나의 스타일에 꽤나 치우쳐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게 자신만의 리더십 스타일이라고 설명하기도 하시구요.

하지만 사실 우리 안에는 이 두가지 리더십이 공존합니다.

상황과 상대에 따라, 내 안에 있는 두 리더십 스타일을 적절한 비중으로 섞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켄 블랜차드 박사님이 창안한 상황적 리더십 이론(SLT, Situational Leadership Theory)에서는 리더가 부하직원의 성숙도(능력과 의지)에 따라 각기 다른 리더십 스타일을 발휘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지시를 해야하는 상황, 위임을 해야하는 상황, 코칭을 해야하는 상황, 지원을 해야하는 상황적 맥락이 다르다는 말입니다.


저는 거기에 더해 같은 부하직원을 대상으로도 상황과 맥락에 따라,

거래적 혹은 변혁적 리더십 스타일의 비중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더가 활용하는 권력, 영향력, 설득력의 비중도 상황과 상대에 따라 달라져야 하구요.




리더십은 Nature 가 아닌 Nurture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큰 조직, 다양성이 큰 구성원들을 이끌어 나갈 때, 하나의 리더십 스타일만 고수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리더십 스타일을 바꾼다는 것은 개인의 특성과도 연결되므로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리더십도 노력과 학습으로 바꿀 수 있는 스킬 중 하나일 뿐입니다.


코넬대학교 ILR 스쿨의 Samuel B. Bacharach 교수는 리더십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마이크로 스킬(microskills)의 축적을 통해 누구나 학습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사회생활 초반부터 꾸준히 리더십 역할을 맡는 과정에서 제 리더십 스타일도 꾸준히 변화해 온 것 같거든요.


그 변화의 이유에는 제가 따랐던 많은 Leader들도 있지만, 제가 이끌었던 더 많은 follower들이 존재합니다. 선배들의 좋은 리더십은 본받으려고 했고, 본받은 것들은 행동에 옮기며 솔선수범 했지만, 후배들의 특성이나 제가 속한 조직의 상황에 맞게 조정하고 변화시켜야 했던 부분이 더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리더십은 노력과 학습을 통해 누구나 획득 가능한 기술(skills)이며, 선천적인 자질이나 타고난 카리스마와 구별되는 후천적으로 획득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는 스킬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어느 환경에서나 동일한 나만의 리더십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은 "내 리더십은 바꿀 수 없어" 혹은 "나는 이런 리더니까 나에게 맞춰"와 같은 고정적 마인드셋일 뿐입니다.



신뢰의 속도


물론 더 중요한 것은 사람마다 신뢰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리더마다 성격이나 기질의 차이도 있고 경험의 차이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정답은 없겠으나, 그럼에도 저는 먼저 신뢰하라는 Darren의 의견에 매우 공감하는 편입니다.


제 방식은 능력은 처음부터 믿되, 깊은 신뢰는 서서히 쌓는 것 입니다.
첫날(Day 1)부터 능력을 믿고 자율성을 줍니다.
그리고 마지막날(Day Final)까지 각자 한 뼘이라도 더 성장하는데 서로 기여하자고 말합니다.

그리고 함께 하는 과정에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깊은 신뢰는 그저 함께 지낸다고 쌓이지 않습니다.

험난한 사계절을 동고동락하며 이겨내는 과정에서 쌓입니다.


핵심은 의심이 아닌 믿음으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긍정적 의도와 능력을 처음부터 가정하면, Darren의 얘기처럼 모든 게 빨라집니다.
팀웍, 변화와 혁신, 의사결정, 위험감수 등등 모든 면 에서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방법은:

· 처음부터 능력과 의지를 믿어주고, 높은 자율성을 주는 것

· 말과 행동, 과정과 결과를 모두 지켜보며, 점진적으로 더 싶은 신뢰의 원천으로 삼기

· 양방향 신뢰, 즉 한쪽만 얻는 게 아니라 서로 믿을 만한 사람임을 보여주는 것 입니다.


신뢰는 말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순간 순간의 행동으로 관찰되며 드러나죠.
때문에 내 마음 속에 불신이 가득한데, 말로 “신뢰한다”고 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진심으로 상대를 신뢰할 때 그렇게 행동할 수 있고, 그렇게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저도 깊은 신뢰를 주는 것은 시간이 걸리고, 더 조심스러운 편인데요.

이런 노력을 했는데도 함께 하는 과정에 도저히 믿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 때는 상대를 믿고 싶은 내 마음, 즉, 믿음을 의심해야 합니다.



짧게 제 생각을 정리하면


먼저 신뢰를 주면서 시작하되, 더 깊은 신뢰는 천천히 쌓자는 것 인데요.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신뢰가 먼저일까요? 의심이 먼저일까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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