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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정 Jul 24. 2017

6. 국제포럼에서

그들의 이런저런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

#So energetic 한 그녀

인턴 나부랭이에게 정부 관계자들과 기타 다른 기구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포럼에 나를 데려가 준 것만으로 감사했다. 꽤나 유명한 호텔에서 점심이 있다며 시간 맞춰 오라고는 했는데 사실 내가 낄 자리가 있기는 할까, 라는 조심스러운 마음에 그냥 넘길까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며 택시를 타고 장소로 향했다. 


씩씩한 그녀는 "아, 나 organizers 하고 저기 앉아 있어!", 씩-웃으며 지나간다. 같이 껴야 하나, 구석에 그냥 혼자 앉을까, 소심한 마음에 이래저래 재다가 은근슬쩍 관계자들이 앉은 라운드 테이블에서 고급 호텔 뷔페 음식들을 담담히 먹기 시작했다. 어색한 식사 시간이 지나고 사실 포럼이 시작이 되었을 때에도 함께 온 사람들끼리 있는 것도 부러웠고, 작은 팀에 소속되어서 함께 올만한 직원이 없는 것도 아쉽고, 하물며 함께 일했던 인턴 동료가 그렇게나 생각 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고, 전문가들과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며 여러 가지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이런 자리에 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항상 웃으며 씩씩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고 또 들을 땐 적극적인 리액션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에너자틱한 그녀. 많은 사람들은 그녀 밑에서 인턴을 하는 나는 행운이라고 한다. 감사할 따름이다.  


#원론적인 이야기들

좋은 이야기들이다. 응당 그렇게 되어야 할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세상은 정녕 바뀌고 있는 걸까, 이 이야기들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똑같이 되풀이되었어도 어색하지 않을 원론적인 이야기들이었다. 모두들 차려 입고, 비싼 식당에서 낮은 사람들을 위한 정책적 이야기들을 풀어내는데, 그 사람들을 정말 알고 하는 이야기들일까, 듣는 내내 궁금해하기도 했고 답답하기도 했다. 


개발도상국 여성들을 위한 폭력 법률 개정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는 부서로서, 지역 HQ 인턴인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지역 사무소 직원들에게 baseline survey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주는 것이었다. 아시아 HQ로서 지역 사무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프로젝트를 모니터링할 수 있어 시야는 넓어질 수 있지만 문득 나도 언젠가 여기 서서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지는 않을까, 순간 멍해졌다. 


아시아 지역을 커버하는 포럼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성폭력에 관한 설명을 두 명의 서양 사람에게 듣는 것도 뭔가 어색했다. 어느 순간 높은 곳에 올라왔지만, 올라온 만큼, 또 낮아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도상국 여성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한다면서 그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만나지 못하는 것도 아이러니다. 태국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알아봐야겠다. 유명대학 석박사 출신의 고위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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