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말하며 떠나고 싶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높아지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할 때 경제적인 이유로 망설이는 삶을 살고 싶지가 않다. 하지만 동시에 근본은 놓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NGO에서의 현지 자원봉사를 통해 필드를 경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순간의 생각으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 일부러 글도 쓰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다니기도 했다. 스스로에게 부여한 책임감이다. 이런저런 것들로 재다가 어느 순간 지금 한 다짐이 흐지부지 되어 버릴까 봐 말이다.
여행을 조금 더 하고 싶었다. 그러나 여행보다는 '경험'을 할 순간인가 보다. 화려한 쇼핑몰들이 모여있는 중심가를 가도 사실 그저 그렇다. 내가 아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택시를 타고 다닐 때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배 선착장에서 10밧을 내고 시내로 향했다. 차도 안 막히고 가격도 저렴해서 마음에 쏙 든다. 물론 죽은 고기가 둥둥 떠 다니는 검은색과 녹색 중간 즈음의 물을 바라보며 여기서 내가 가라앉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찔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또한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거다. 무엇보다 이곳에 온 이유를 분명히 하고 싶다. 6개월 동안, 그 무엇을 위해서 머리로 지식을 쌓고 몸으로 부딪히며 멋지게 배웠다, 그렇게 말하며 돌아가고 싶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는 법이고 타인을 기쁘게 해주는 선택보다는 나의 온전한 행복을 위한 선택을 하라고 하지만, 그래도 "내 편"이 필요한 건 어쩔 수 없다. 여기에 오기 전 연락했었던 기 인턴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굉장히 flexible 하다는 대답을 들었더랬다. 그리고 비단 이곳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퍼바이저가 있어 감사하고, 대화를 하며 알아갈 수 있는 동료가 있어 감사하다. 또 내 고민을 필터 없이 이야기할 때 도와주고 싶다고 이야기해주는 언니 같은 현지 동료도 감사하다. 불안감이나 불만을 전혀 가지지 않은 채 있기란 힘들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본인이 하기 나름이다. 불안감을 불만으로 표출한 것이 아니라 적어도 대화와 행동으로 시도한 스스로에게 격려해 주고 싶다.
고민을 꽁꽁 묶어두고 있기보다는 원하는 바를 똑똑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다는 건 바로 이런 점이다. 내가 원하는 바를, 개선하고 싶은 그 사항을 깔끔하게 전달하는 법을 알아야 되고 그것을 해결해 줄 key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상사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 해 주기 위해서는 똑똑한 직원이기도 해야 하지만, 도와주고 싶은 직원이 되기도 해야 한다.
자원봉사를 위해 정보를 계속 뒤적였는데 우연히 동료와 나눈 대화에서 힌트를 얻었다. 현지 여학생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이라는데 영어로 진행되고 현지 여학생과도 관계를 build up 할 수 있어 좋은 대안으로 보인다. 정보를 얻어서 기회가 된다면 참여를 하고, 아니라면 또 다른 대안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유엔 language course를 등록했다. 유엔 공식 언어를 배울 수 있는데, 9월 8일부터 12월 4일, 일주일에 두 번 참여하여 4천 밧의 수업료를 내면 된다. 한 시간 반,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중국어를 계속 배울 수 있다는 점 이외에도 새로운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고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어쨌거나 즐거이 참석할 수 있기를.
때로는 자기 PR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내가 필요한 정보가 상대에게 흘러 들어갔을 때, 상대는 나를 기억해 줄 수 있다.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list up 하고 '적절한 때'를 봐서 적극적으로 어필하자.
그런 의미에서 내가 그동안 배운 것들:
Baseline survey guideline support: 동남아 4개국에 진행 중인 호주 펀딩 프로젝트 중, 현재 베트남에 시행될 설문조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baseline survey 모범 자료를 찾아서 제공함.
Education regional forum 참석: 아시아 태평양 지역 여성 교육 관련 포럼에 참석하여 regional level에 대한 advocacy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함.
무예타이 행사 참석: UN Women이 파트너를 맺고 있는 무예타이 협회 행사에 참석하여 partnership에 대해 배움.
피드백 제공: 기타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얻고 피드백 제공함.(technical 한 내용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