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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기린 Sep 24. 2015

노래가 친구인 아이들

슈퍼스타K7 참가자 '고정우'과'박소은', 그리고 <옥탑방 슈퍼스타>

 <표지> '옥탑방 슈퍼스타' 삽입 그림.

 http://playgugi.egloos.com/210093


 동화에서 '꿈'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동화속 주인공들은 모두 어떤 이유로 결핍이 있다. 백설공주에게는 엄마가 없고 헨젤과 그레텔은 집안 사정이 좋지 못했다. 그들은 집밖에 나가게 됐다. 밖에서 한참 헤매고 행복을 찾는다. 현실에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들 자기만의 방법을 찾는다. 그것이 동화처럼 행복으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도 그렇다.


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참가자들의 사연 하나하나에 관심이 간다. 그들이 바로 동화 속 주인공들 같다. 그중에서도 노래 부르는 프로그램이 유독 좋다. 음악에 대해 거의 모르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진심어린 노래를 들으면 프로 가수의 노래와 달리 '노래 부르는 이의 마음'에 집중하게 된다.


우선 소개할 사람은 '최연소 해남(海男)'으로 유명한 '고정우' 군이다.

고정우 군은 울산시 북구 당사동 우가마을에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고등학생이다.  2013년에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768회)에 출연한 일도 있다.


고정우 군이 Mnet '슈퍼스타K7'에 나오기 전엔, 나는 그저 기특한 소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래를 듣고는 완전히 반해버렸다.

 <참고> 노래 듣기(내 나이가 어때서), 슈퍼스타K7,2015.9.3 방영.

https://www.youtube.com/watch?v=-88y0z7MSFU

<관련 기사> http://entertain.naver.com/read?oid=016&aid=0000840181


 할머니들과 바다에서 물질을 하며 사는 소년에게 '나이'는 정말 무엇일까.

정말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에 조금은 어려운 환경에서, 그토록 구김없이 밝게 사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이것이다.

 "우리 할매 4명 앉혀놨다고 생각하고 노래 부르면 편안하게 안 하겠어요."

할머니 앞에서 재롱 떠는 손주만큼 예쁜 게 또 있을까. 아마도 할머니는 원없이 정우 군의 노래를 들어주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정우 군이 쟁쟁한 심사위원들 앞에서 싱글벙글 웃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오디션에 정우 군같이 밝은 친구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박소은' 양이 부른 노래 가사이다.

<참고> http://tvcast.naver.com/v/524043

그믐달 / 박소은

그믐달 / 박소은 자작곡,슈퍼스타K7, 2015.9.10 방영.


달님 있잖아요

제가 좀 어렸을 적에

매일 엄마 아빠 품에서 정말 행복했어요

달님 왜일까요

어느 날부터 엄마는 매일 숨죽여 울었고

우리집엔 매일 비가 왔어요

유난히도 하늘이 맑던 날

우리 아빤 떠나신다 했어요

울먹이는 나를 붙잡고서 약속 하나 하자 말하셨죠

그믐달이 백번 째 드는 날에 다시 돌아올테니

기다려달라고

그믐달이 백번째 뜨는 날 오늘

돌아오지 않는 건가요

사실은 나 모두 알고 있었죠

그날의 약속은 거짓말이란 걸

엄만 가끔 창밖을 보며 울죠

나는 정말로 아빠가 미워요.


 소은 양의 노래를 들은 네티즌들의 댓글엔 유난히 '울었다'라던가 '울컥했다'라는 반응이 많다.

 나 역시 이 날의 감동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기 '마음 속 슬픔'에 대한 고백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그것을 대신하지 못하지 않는가.

<관련 기사>http://www.sportsq.co.kr/news/articleView.html?idxno=81036


심사위원 윤종신은 소은 양의 심사평으로 "소은 양에게 음악이 친구인거야."라고 했다.

그리고 덧붙여서 소은 양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소은 양은 다음 단계를 넘지 못하고 탈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소은양 도전 실패가 아님  . 자기 면의 소리를 아름다운 목소리로,  내보냈기 때문이다. 어둠에서 빛으로 나온 것이다.


청소년 소설 중에도 오디션에 관한 책이 있다. 바로 <옥탑방 슈퍼스타/최상희, 한겨레틴틴, 2011)>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원구는 남해의 작은 섬에 사는 아이이다. 그러던 어느 날, 빚쟁이들을 피해 정처 없이 떠돌던 드레곤 엔터테인먼트 사장에게 발탁된다. 변삼용 사장은 대리운전을 하며 원구 밥값을 대고, 노래 실력이 늘 여러 방법을 함께 고민한다. 원구가 제일 잘 하는 것은 모창이다.  원구는, 주인집 영감에게 트로트를 배우고, 홍대 놀이터에서 '록 스피릿'도 터득한다. 그리하여 원구는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트로트도 아닌, 록도 아닌 노래로 응모하게 된다.


가난하다고 생선과 사랑을 모르겠느냐.

총총 빛나던 별들은 다 어디로 갔나, 짜라짜짜.

인생은 거친 바다, 당신은 나의 등대.

당신만을 위해 노래하리, 노래 부르리, 짜라짜짜.(216쪽)


원구도 소은 양처럼 오디션을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게 상관이 없다는 것을 원구 스스로 인정한다. 그리고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것을 깨닫는다.


 알아버렸어. 이렇게 신나는 세상이 있다는 걸. 나, 생각해봤던니 가수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야. 섬에서 한번도 못해봤던 걸 하고 싶었어. 동물원에도 가보고, 통닭도 먹고, 라이브도 들었지만 제일 신났던 건 그거야. 나, 노래를 부르고 싶었어. 내 노래를 부르고 그걸 들어주고 환호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했어. 자, 들어봐. 이게 내 목소리아. 내 목소리로 노래 부르고 있다고. 박추 쳐도 좋아. 내 노래를 듣고 후련해진다면. 미치도록 신난다면.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235쪽)


수많은 아이들이 오디션에 참가하는 이유는 '재능'에 대한 재발견보다는 원구처럼, 노래부르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거리에서 귀에 이어폰을 끼고 흥얼거리며 걷는 아이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노래와 친구하는 아이들'의 청춘을 한없이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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