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따뜻한말한마디> 19회
<표지> 디즈니애니메이션 <미녀와야수>, 2014 재개봉 영상 캡처.
다음은 누구나 아는 동요 '꼭꼭약속해' 2절이다.
싸움하면은 친구 아니야
사랑하고 지내자
새끼손가락 고리 걸고
꼭꼭 약속해
위 가사처럼 싸우면 친구가 아니다. 친구 사이에는 싸웠다가도 화해를 해야 한다.
사랑도 그런 거라 생각한다. 진정한 사랑은 장애를 만났을 때 더욱 성장하고, 그 장애의 크기가 클수록 보상이 더욱 커진다. 그렇지만 '행복한 결말'이 있다고 해서 그 과정이 달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동화도 마찬가지다. 동화가 '꿈과 소망'을 실현하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은 모두를 황금마차에 태우는 일이 아니다. 사실 동화의 가장 큰 목적은, 내적갈등의 완화이다.
박임전, 「미녀와 야수」에 나타난 사랑의 본성연구, 『동화와번역』제16집(2008.12) 145,150쪽 인용)
그런 의미에서, TV드라마 중에서도 동화를 떠올릴 만한 것이 있다.
SBS에서 2013년부터 이듬해까지 방영한 <따뜻한말한마디>는 소재가 비록 '불륜'이지만, 어린이가 보아도 무방할 만큼 품위가 있었다.
그 중 19회를 소개한다.
<참고> http://program.sbs.co.kr/builder/programMainList.do?pgm_id=22000000701
기획 : 한정환, 연출 최영훈, 극본 : 하명희,
출연 : 지진희(유재학 역), 김지수(송미경 역), 한혜진(나은진 역), 이상우(김성수 역) 등.
19회는 거의 결말 부분이다. 크게 4가지 내용이다.
1. 불륜을 했던 이들이 헤어졌지만, 그 상처로 불륜남의 아내는 떠나가기로 한다.
2. 불륜남의 시어미니는 며느리를 타박하다가, 제대로된 친구를 만나 '막말'하는 버릇을 고친다.
3. 불륜녀를 해치려 했던 아내의 남동생이, 우연히 불륜녀의 여동생과 교제 중이었는데, 둘은 이별을 택한다.
4. 불륜녀는 남편에게 용서를 받고 가정을 재건하기로 한다.
내용 별로 각 장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영상 캡처 및 홈페이지 사진)
1. 불륜을 했던 이들이 헤어졌지만, 그 상처로 불륜남의 아내는 떠나가기로 한다.
불륜남과 아내는 이혼을 상의한다. 둘만의 추억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인식한 남편이 아내에게 여행을 제안한다. 그리고 새로운 마음을 나눈다. 둘은 이혼 과정에서 서로를 진정으로 존중한다.
2. 불륜남의 어미니는 며느리를 타박하다가, 제대로된 친구를 만나 '막말'하는 버릇을 고친다.
며느리의 요리 선생이 어머니가 아플 때 며느리 대신 몇 번 요리를 해주었다. 어머니는 초면에 요리 선생의 이혼경력을 공격하는 등, 막말을 한다. 그런데 요리선생이 어머니보다 한 수 위다.
요리선생 모자를 보고 촌스럽다고 한 어머니, 그러나 요리선생은 행인에게 예쁘다는 칭찬을 듣는다.
"사람 보는 눈 제각각 이거든요?어머님 눈이 맞는다고 누가 그래요?"
어머니는 요리 선생을 만나 자기 잘못을 고치고 외로움을 덜어낸다. 둘은 같이 맛있는 타르트를 먹는다.
3. 불륜녀를 해치려 했던 아내의 남동생이, 우연히 불륜녀의 여동생과 교제 중이었는데, 둘은 이별을 택한다.
남자가 누나를 찾아간다. 둘은 각자의 인생에 거리를 지키자고 한다. 한편 불륜녀의 여동생이자 그 남자의 연인이었던 여자는 언니 때문에 연인과 이별해야한단 사실에 지독하게 술을 마시고 병원 신세였다. 그녀는 언니에게 온갖 비난을 하다가 말리는 부모님에게 '편애하지 말라'고 한다. 그녀의 부모님은 병원 퇴원 후 혼자 살던 그녀를 불러들인다. 자유를 박탈당한 그녀는 그냥 혼자 살겠다며 칭얼거린다. 그러다 부모님에게 애인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며 데려다 달라고 한다. 두 연인은 헤어지기로 한다. 여자는 진실한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더는 망가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4. 불륜녀는 남편에게 용서를 받고 가정을 재건하기로 한다.
남편은 자신이 불륜을 저질렀던 과거를 바탕으로, 아내를 용서한다. 남편은 자녀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셋이 함께 영화관에 간다. 다음 날 아침에도 셋은 함께 산책한다. 뛰다가 넘어진 아이는 울지 않는다. 울지 않는 이유를 묻자
"내가 잘못해서 넘어졌는데 왜 울어."
라고 한다. 그리고 아침식사 후 부부는 밖에 나가서 대화를 나눈다.
남편이 묻는다.
"당신, 나에 대한 마음 있어?"
"어떻게 없겠어. 넘어져있는데 자꾸 일으켜주려고 하잖아."
아내가 답한다.
우선 1번 장면의 '아름다운 이별'은 어쩌면 현실 속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득할 수 있었던건, 그동안 이 부부가 첨예하게 갈등하는 와중에도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에 불륜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남편은 그 마저도 감사하게 여기고 아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2번 장면은 다른 불륜 소재 드라마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이다. '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모든 과오를 돌린다. 아들이 바람핀 게 다 며느리 탓이라는 거다. 대부분의 불륜 소재 드라마에서 '변화'의 기회를 갖는 시어머니를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시어머니도 인간이다. 게다가 극중 어머니는 남편이 없었다. 항상 고분고분한 며느리에게 '막말'을 쏟았던 이유는 '외로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친구가 생기자 표정도 밝아지고 말투도 차츰 달라진다.
3번 장면은 사랑할 자격에 대한 것이다.
그 어떤 사랑도 자기자신을 바로 세우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다. 두 사람은 이별 후 오랜 시간 뒤에도, 사랑하는 마음이 변치 않아 다시 만난다.
4번 장면은 이 드라마가 하고 싶었던 '따뜻한 말 한마디'의 정수이다. 넘어졌으면 일어나라고 말이다. 불륜이라는 잘못을 인식하고 반성하란 거다. 그래야 다시 일어설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이처럼 등장인물들 모두 갈등을 해소하였다.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뻔~하다.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