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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강산 Sep 19. 2023

머리를 땅에 묻는 타조 되지 않기

<아주 작은 반복의 힘>에서 알려주는 '스몰 스텝 전략'

살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 당신은 어떻게 대처하는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애쓰는가 아니면 최대한 열심히 도망치는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후자다. 냄비에 상한 찌개가 있는데, 그걸 처리할 엄두가 안 나면 뚜껑을 덮으면 된다. 그러라고 뚜껑이 있는 것이다. 나는 인생에 크고 작은 뚜껑이 엄청 많아서 이건 이 뚜껑으로 덮고 저건 저 뚜껑으로 막으면서 살아왔다.

<나의 누수일지> 김신회 저


영어에서 '머리를 모래에 묻다(head in the sand)'라는 관용 표현은 '현실 도피하는' '진상을 외면하는'이란 의미를 담았다. 타조가 위기 상황에 몰리거나 겁에 질렸을 때 땅에 머리를 묻는 모습에 착안해 생겨난 표현이다. 실제로는 타조가 알을 묻기 위해 부리로 땅을 파는 행동이라고 하는데, 사람들도 두렵거나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현실을 똑바로 쳐다보고 문제 해결에 나서는 대신 눈앞의 현실을 외면하곤 한다. 나 역시 다분히 현실도피적 성향을 가진 1인이다.


왜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눈앞의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는 대신 회피하려고 하는 걸까?


임상심리학자인 로버트 마우어 박사<아주 작은 반복의 힘>이란 저서에서 우리는 큰 목표에 직면하면 두려움을 느끼고, 이때 이성적인 뇌의 역할을 하는 '대뇌피질'의 기능이 저하된다고 한다. 대신 생존을 위해 위험에 반응하는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두려운 상황에서 도망가려 한다는 것이다. 원시시대 인간이 야생에서 곰이나 사자를 만났을 때 보이는 반응이나 커다란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회피하려는 행동 모두 우리 뇌가 생존을 위해 진화한 결과인 셈이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신촌에 갔다 야외무대에서 방송인 타일러씨가 강연하는 모습을 봤다. 처음부터 듣지 않아 어떤 주제의 강연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타일러씨는 브라질에 유학을 가고 싶은데 주변의 만류로(언어는 어쩔 거냐, 치안이 위험하다는데 여자 혼자 어떻게 살려고 하느냐는 등) 고민하는 20대 여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여성은 주변의 우려와 만류 때문에 브라질 유학의 꿈을 포기해야 할지 갈등하고 있었다. 막상 브라질 유학을 준비하려고 보니 언어도 할 줄 모르고, 어디서부터 준비를 해야 할지 막막해하더라고 했다.


이 여성에게 타일러가 해준 조언은 꿈을 이루기 위해 너무 거창한 목표를 잡지 말고 당장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라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언어가 문제면 먼저 브라질 포르투갈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는지 5군데만 리스트업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검색을 하다 보면 브라질 문화원에서 공짜로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치안이 걱정된다면 유학 가고 싶은 대학 관계자 이메일을 먼저 수집하고, 그다음엔 메일로 치안이 정말 위험한지 문의해 보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이 많지 않은 지구 반대편 나라에 여자 혼자 유학을 준비하자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먼저 포르투갈어 배울 수 있는 곳을 리스트업 하는 식의 작은 노력은 당장 실행할 수 있다. 막막한 목표 앞에서 기죽는 대신 당장 할 수 작은 일을 하나씩 하다 보면 목표로 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게 된다. 이런 식으로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면 결국 꿈을 이룰 가능성이 커진다.



이처럼 커다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실현 가능한 작은 일부터 실행하는 전략을 <아주 작은 반복의 힘>에선 '스몰 스텝 전략'이라고 부른다. 우리 뇌의 특성에 착안한 과학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다.


인간은 큰 목표 앞에서 사람은 두려움을 느끼고 이성적인 사고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 큰 목표 대신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 스몰 스텝 전략의 핵심이다. 작은 목표를 통해 두려움을 우회하고 이성적인 뇌(대뇌피질)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면 창의성이 살아나고 비로소 빠르게 목표를 향해 전진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마우어 박사는 스몰 스텝 전략을 통해 다이어트에 성공한 여성의 사례를 소개한다. 싱글맘인 이 여성은 도저히 운동할 시간을 낼 수 없다며 번번이 다이어트에 실패했다. 이에 마우어 박사는 매일 러닝 머신 위에 1분만 서있도록 하도록 했다. 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 1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이처럼 실현 가능한 작은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면서 이 여성의 삶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서있다가 조금씩 걷다가 어느 순간 30분 이상 러닝머신을 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쉬우면 실패할 일도 포기할 일도 없다.




어릴 땐 무언가를 할 때 아이디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남들과 다른 생각, 남들이 미처 하지 못한 나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게 나의 가치를 빛나게 해 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아이디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중요한 건 실행이다. 성공하는 방법을 몰라서 성공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성공 매뉴얼을 손에 쥐고도 막상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그저 막막해 발걸음조차 떼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무슨 저런 뻔한 소리를 하나 싶었던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은 일찌감치 스몰 스텝 전략의 유용성을 설파하는 경구다.


'뭘 해 먹고살아야 하나'라는 밥벌이의 문제는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취준생 때부터 '내가 밥값을 하고 있나' 고민하는 주니어 시절을 거쳐 '언제까지 이 회사에 다닐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니어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따라다니는 숙제다. 인간이 두려움을 느끼는 큰 문제의 전형이다.

나중의 밥벌이를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언젠가 편도체가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상태에서 불안에 떨며 다음 밥벌를 찾아다녀야 할지 모른다. 눈앞의 사소한 문제들에 치여 정작 중요한 일을 미루고 있었던 건  아닌지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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