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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앤미 Jul 23. 2024

물러날 때를 아는 또리

젊은 강아지들로 세대교체된 중앙공원

  또리가 사는 곳에는 강아지들의 모임 장소가 있다. 강아지들의 모임 장소는 지금의 '중앙공원'으로 확정되기 전까지 3번 정도 바뀌었다. 물론 강아지의 모임이 상시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 날씨 좋은 날 4~5시쯤에 나가서 타이밍이 좋으면 여러 강아지 친구들을 볼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진다.

지금의 '중앙공원'으로 확정되기 전, 두 번째 모임장소에서의 강아지 만남

  어렸을 때 중앙공원은 또리의 무대였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천천히 걷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어렸을 때는 달리기 선수견이었다. 또리가 또 웃긴 것이, 사람들이 '우와' 감탄해 주면 신나서 더 빨리 과감하게 뛰곤 했다. 그러다 울타리에 걸려 발이 삐끗해서 중앙공원에 또리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 적이 있지만.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 중앙공원 강아지 모임은 사라졌다.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강아지들과 잠깐 안부를 묻는 정도가 전부였다. 강아지 모임이 있었다는 사실이 가물거려질 즈음,  작년부터 서서히 중앙공원이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또리가 중앙공원에서 놀 수 있냐고?


  천만의 말씀. 이미 중앙공원은 세대교체 된 지 오래다. 또리와 친구들의 세대는 지났다. 젊고 쌩쌩한 강아지들로 세대교체가 되었으며 노견은 잘 끼워주지 않는다. 예전에 본 강아지 프로그램에서 강아지 전문가가 "건강한 반려견들이 기본적으로 집을 좋아하고 무리의식을 갖고 생활하면 아프고 늙은 아이를 세균이라 생각할 수 있다"라고 말씀한 것이 떠오른다. 그렇다. 젊은 강아지들도 젊은 강아지들끼리 놀고 싶겠지.


  또리도 본인이 낄 자리가 아님을 알고 있는지, 중앙공원에 도착하면 주변을 서성이다가 떠나곤 한다. 

  6월의 어느 날, 그날은 또리가 웬일인지 젊은 강아지들 사이에 끼고 싶었나 보다. 계속 어슬렁어슬렁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또리는 겉돌고 있다. 우리 강아지가 늙었다는 사실이 새삼 와닿으면서 왠지 모르는 서글픔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또리야, 이제 중앙공원은 뒤 세대에게 맡기고 우린 떠나자꾸나.

겉도는 늙은 또리

  산책 중 또리의 옛 친구들을 만나면 서로 추억회상에 잠기곤 한다. 

  "저희 예전에 중앙공원에서 정말 잘 놀았는데... 중앙공원 요즘 가세요?"

  "아니요... 늙은 강아지들은 끼기 힘들어요. ㅎㅎ"

  "오, 그렇죠? 저희도 그래서 지나갈 때 많아요~ㅎㅎ"


  중앙공원을 뒤 세대에게 물려주는 또리와 친구들의 모습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사회의 주역을 맡기고 은퇴하시는 노인분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뒤 세대를 위해 물러날 때를 안다는 것, 강아지와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일 아닐까. 

    비록 또리와 친구들의 시대는 갔지만 함께했던 행복했던 추억들은 또리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다. 나 역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 행복했던 추억들과 따뜻한 관계 속에서 나이 들고 싶다. 그리고 먼 훗날 젊은 세대에게 맡기고 물러날 때, 뒤 세대에게 중앙공원을 맡긴 또리가 생각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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