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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앤미 Jul 15. 2024

인생은 새옹지마: 1학년과 6학년

1학년과 6학년, 무엇이 다를까

  여름방학을 1주 앞둔 시점, 선생님들이 미칠 때 방학하고, 엄마들이 미칠 때 개학한다는 말이 사실임을 실감 중이다. 여름방학을 앞둔 시점, 작년 2월이 떠오른다. 2023년 2월, 6학년 졸업식을 마치자마자 2023년 3월, 1학년 입학식에 참가하게 된 순간이.

  6학년과 1학년은 학년 특성이 많이 나는 것을 고려하여 보통은 6학년 맡은 다음 해에 바로 1학년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교감선생님께 내가 갈 곳은 1학년 밖에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2월에 진행한 6학년 졸업식 바로 2주 후, 1학년의 입학을 축하하는 입학식에 참가하게 되었다. (눈물)

  1학년을 맡고 난 후, 첫 주에 든 생각: 작년이랑 다른 학년이 아니라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발표 참여도가 다르다. 6학년은 발표를 꺼려한다. 그래서 학급운영 차원에서 뽑기통을 구매해 뽑기에서 나온 학생들에게 (원하지 않는) 발표의 기회를 주었다. 1학년도 뽑기통이 필요하다. 왜? 모두가 발표하려 해서...

  6학년은 뽑기통에서 자신의 번호가 나오면 탄식의 '아'를 내뱉는다. 1학년은 뽑기통에서 자신의 번호가 나오면 환호의 '아'를 외친다. 이렇게 발표하고 싶어했던 아이들이 6학년에 가면 발표를 싫어하게 된다니 도대체 6년 동안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뽑기통

  둘째, 심부름 참여도가 다르다. 6학년은 심부름을 귀찮아한다. 그래서 1인 1역을 만들어 책임의식을 갖고 학급의 일을 맡게 하였다. 1학년은 심부름에 환장한다. 뭐든지 하고 싶어 한다. 1인 1역이라는 제도를 이해하기도 힘들겠지만 만들 필요도 없다. 모두가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저번에 내가 학교 아리수에서 물 뜨는 것을 보고 심지어 선생님 물도 뜨고 싶어한다. 학급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에 나서고 싶어한다.

  셋째, 침묵이 통하는 정도가 다르다. 교사는 직업 특성상 목소리를 많이 써서 목이 쉴 때가 많다. 6학년 학생들에게 "선생님 목이 아파서 이비인후과 다녀왔어요. 선생님 말씀 잘 들어주세요."라고 말하면 다들 숙연해지면서 침묵으로 나의 목을 지켜준다.

  1학년 학생들에게 "선생님 목이 아파서 이비인후과 다녀왔어요. 선생님 말씀 잘 들어주세요."라고 하면 다들 "어? 나도 이비인후과 다녀왔는데." "어, 나도!" "나도!" 하면서 선생님과의 공통점을 찾아 오히려 반은 활기가 넘치게 된다.

  그럼 나에게 갈 곳은 1학년밖에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눈물로 시작했던 작년 한 해는 눈물로 끝났을까?

  새옹지마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최고의 베테랑 동학년 선생님들께서 1학년에 잘 적응할 수 있게 아낌없는 조언과 도움을 주셨다. 맡은 1학년 학생들 역시 2학년으로 올려보내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귀여웠고 선생님 말을 잘 따라주려고 노력하는 착한 아이들이었다. 1년 동안 토랑 바지실수, 심지어 급식판 엎은 적이 한번도 없다니 말이 되는가? 이렇게 작년 해는 지금까지 나의 교직생활 중 가장 평안한 해로 남게 되는 반전을 만들었다.

  물론 3월이 괜찮았다고 말하면 거짓이다. 선생님이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호시탐탐 자리에서 일어날 기회만 찾는 1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수업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랬던 1학년 아이들이 서서히 5월부터 수업시간에는 자리에 앉아있고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1학년을 맡으면서 교육의 소중함을 알았다. 아, 내가 맡았던 6학년 학생들도 1학년 선생님들의 눈물겨운 교육과 훈련이 있기에 내가 가르칠 있었구나.

 올해는 기피하는 부장을 맡게 되었다. 하지만 새옹지마니까, 남은 1년이 힘들 것이라고 단정짓지 않고 싶다.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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