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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앤미 Jul 09. 2024

또리의 베스트프렌드, 이사가다

이사도 갈라놓을 수 없는 강아지의 우정

  사람들도 친한 친구와 어색한 사이가 있듯이 강아지도 마찬가지다. 만나면 꼬리 흔들면서 좋아 죽는 친한 친구, 본체만체 스쳐지가나는 친구, 그리고 서로 으르렁대는 난감한 사이도 있다.

  또리는 i 성향의 내성적인 강아지여서 친구들이 많은 편은 아니다. 올해 한국나이 14살에 접어들어 어린 강아지들이 폴짝폴짝 다가오면 매우 귀찮아한다. 하지만 어렸을 때 함께 놀았던 친구들을 만나면 멀리서도 180도 꼬리를 흔들며 뛰어온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옛친구 반가워하는 그 느낌으로.

  사람들도 친구 제일 친한 베스트프렌드가 있듯이, 강이지도 마찬가지다. 또리에게도 베스트 프렌드가 있다. 이름은 봄이(강아지의 보호를 위해 이름은 가명을 사용하였다)이며 2011년 9월에 역사적인 첫만남이 이루어졌다. 눈부시게 하얀 강아지로 나이는 동갑, 크기도 비슷하다.

  어렸을 때 또리와 봄이는 강아지들의 아지트라 불리는 '중앙공원'을 누볐다. 냄새를 열심히 맡다가, 서로 등에 올라탔다가, 쫓고 쫓기며 날라다니며 아주 신나게 놀았다. 둘은 언제 어디서 만나도 반가워했으며, 또리는 멀리서 봄이가 보이면 멀리서 한걸음에 뛰어왔다.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또리가 본인 베스트프렌드라고 봄이 주인은 되게 좋아했다.

젊었을 때의 또리와 봄이

  세월이 흘러 흘러 또리와 봄이는 할아버지가 되었다. 둘은 역시 만나면 반가워한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의 건강을 걱정할만한 나이가 되었다. 또리는 항문과 다리가 아프며 봄이는 심장과 눈이 아프다. 천천히 걸으면서 서로의 냄새를 맡는 것으로 만족한다. 엉덩이를 흔들면서 격하게 반기지 않아도 서로의 존재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편안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천천히 걷고 있는 또리와 봄이

  2024년 4월 벚꽃이 한창인 날, 오랜만에 만난 봄이는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또리는 봄이를 보자마자 한걸음에 뛰어왔다. 그 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봄이가 이사간다는 것이었다.

2024년 4월, 오랜만에 만난 또리와 봄이

  또리와 거의 한평생을 같이 논 친구가 이사가다니...

  그리고 6월달에 봄이 누나에게서 이사갔다는 문자가 왔다. 나중에 꼭 놀러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회자정리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모든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는 법이지만 아쉬움이 깊게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견생 동안 서로의 베스트프렌드였던 또리와 봄이, 서로가 있어 즐거운 추억들을 쌓을 수 있었으며 13년간 함께여서 행복했다. 봄이야, 또리에게 좋은 친구여서 고마워. 슬프지만 즐거웠던 추억들을 떠올리면서 덜 슬퍼해보도록 할게. 멀리 가도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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