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리의 견생을 보면 인생 역시 또리처럼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고는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앞으로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것들이 또리에게는 내재되어 있다. 그 네가지를 지금부터 적어보겠다.
첫째, 밀고 당기기가 확실하다. 연애 필수 요소라고 불리는 밀당은 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여러 책에서 언급되어 있다. 또리는 밀당이 DNA 안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 먼저, 한없이 가족에게 다가오고 애교 부리지 않는다.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할 때는 무심히 있다가, 가족과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고 느꼈을 때는 배를 보여주며 애교를 부리고 무릎 위에 갑자기 쏘옥 안기곤 한다. 정말 사르륵 녹을 수밖에 없다.
연인관계, 인간관계에서 한없이 당기거나 한없이 밀면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들며 적당한 밀당은 관계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호감을 끌 수 있다. 또리처럼 무심하게 밀어낼 땐 밀어내고, 당길 땐 확 당길 수 있어야 한다. 또리는 밀당의 귀재가 틀림없다. 또리의 이런 밀당에 우리 가족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둘째, 자기표현이 확실하다. 강아지의 특성 중 하나가 고양이와는 달리 주인 말에 잘 복종하게끔 훈련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리는 자기표현이 확실해서 본인이 내킬 때만 가족 말에 따른다. '이리 와'라는 말을 분명히 이해하지만 자신이 오고 싶을 때만 오고 귀찮을 땐 절대 오지 않는다. '앉아'라는 말의 뜻을 알고 있지만 간식이 걸려 있을 때만 앉는다. 또리가 혼자 쉬고 싶을 때 쓰다듬으면서 귀찮게 하면, 참지 않고 조용히 방해받지 않는 구석으로 도망간다. 발을 밟지도 않았는데 살짝이라도 스칠 것 같은 예감이 오면 미리 '힝~' 아프다는 외침을 내어 자신의 안정을 보장하고 동시에 가족을 화들짝놀라게 만든다. 타인의 눈치를 보면서 자기표현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또리의 확실한 자기표현은 따라 할만하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자기표현은 하되, 꼭 해야 하는 일은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목욕하고 털을 말리는 것은 꼭 해야 할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이리 와'하면 무조건 온다.
혼자 쉬고 싶어서 방해받지 못하는 구석으로 도망간 모습
셋째, 건강 관리가 확실하다. 또리는 절대 과식하지 않으며 하루에 딱 필요한 양만을 먹는다. 영양과잉의 시대에서 현대인의 식습관 중 가장 문제라고 떠오르는 것이 과식이다. 나 역시 가끔은 과식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그때마다 또리를 바라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더불어 하루에 한 번은 꼭 가족을 데리고 산책하러 나가서 운동을 꾸준히 하며, 실외 배변만 해서 자신의 공간을 깨끗이 만든다. 얼마나 자기관리가 철저한가. 덕분에 또리는 또래 강아지 중에서는 건강한 편에 속한다.
넷째, 의심이 많다. 흉흉한 사건들이 매일 들려오는 현대사회에서 낯선 사람에 대한 의심과 경계는 늘 지니고 있어야 한다. 또리는 가족 외 다른 사람이 주는 간식은 일절 먹지 않는다. 아파트 공원에서 10마리가 넘는 강아지들이 놀고 있을 때, 어떤 분께서 강아지 간식을 나눠주신 적이 있다. 모든 강아지가 간식을 달라고 줄을 설 때, 또리만큼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 분께서 간식이 없는 또리가 안쓰러워 개인적으로 챙겨주셨는데도 입에 대지도 않았다. 정말 가족 아닌 다른 사람이 주는 간식, 물은 일절 먹지 않는 또리가 신기하기만 하다.
누구나 알법한 것들이지만 이것을 몸소 실천하는 또리를 보며 인생의 진리들을 깨우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