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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앤미 Nov 09. 2023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인연

우리 집 셋째와의 첫 만남

  바야흐로  2011년 고1, 17살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같은 어느 날, 할머니 에서 작은 생명체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작은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면서 우리 가족을 반겨주었고 새로 본 귀여운 생명체에 나와 동생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이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데 단 3초면 충분하다고 했던가. 작은 귀여운 생명체에 나와 동생은 3초 만에 마음을 뺏버렸다.


  강아지가 우리 집에 온 사연은 이러했다. 할머니께서 평소와 같이 백제고분을 산책하고 계실 때, 할머니 지인분이 갑자기 강아지를 안고 오더니 "늙으면 외로운데 강아지 한 번 키워봐~"라고 말씀하시고 강아지를 할머니에게 안겨주시곤 홀연히 사라지셨다. 그것이 할머니와 그분과의 마지막 만남이었다고 하는데 어디로 가셨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우리 할머니는 강아지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데 선뜻 강아지를 받아오신 것이 의아스럽기만 하다. 그때부터 강아지와 우리 가족의 인연은 시작되고 있었나 보다.


  귀는 뾰족, 털은 복슬, 꼬리는 화려, 눈은 왕눈, 코는 촉촉. 원래부터 동물을 좋아하는 나와 동생이지만 그 강아지는 너무 조그맣고 그야말로 주체할 수 없는 생명체 그 자체였다.


당시 옛날 폴더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화질이 좋지 못하다


그때부터였다.

나와 동생의 '강아지 우리 집 데려오기' 프로젝트가 시작이 된 것이.


  엄마와 이모는 건강이 안 좋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강아지를 키우기는 무리고 판단하였고 결국 다른 집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어마무시한 계획을 알아버린 나와 동생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 당시의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동생은 중학교 2학년으로 공부공부의 연속인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기본적인 성실함이 탑재되어 태어나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나와는 달리, 동생은 공부를 온몸으로 거부하여 부모님의 걱정을 한껏 받곤 했다. 그런 동생이 부모님에게 딜을 걸어왔다.


"강아지 우리 집에 데려오면 공부 열심히 하지. 내가 키울게."


  부모님은 고민하셨다.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약속은 둘째치고, 자기 기본적인 앞가림도 못하는 동생이 강아지를 온전히 키운다고? 믿을 수 없으셨나 보다. 완전 이해된다. 같은 배를 타고 있는 나도 못 믿었으니......하지만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는 법. 거래가 성립되기도 전에 동생은 그냥 막무가내로 강아지를 안고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나이스 마이 브라더). 한 번 집으로 들어온 강아지를 내쫓을 수 없었던 엄마께서는 동생의 조건을 수락하시며 강아지를 키워도 좋다고 허락하셨다.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으신 아버지께서는 처음에는 강아지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면 본인이 집나가겠다며 끝까지 반대하셨지만 결국은 나와 동생의 끈질긴 설득에 백기를 드셨다.


  동생과 부모님과의 거래가 일방적으로 불이행될 때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고 강아지도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 모두의 예상대로). 강아지는 온전히 엄마 몫이 되었다.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왔던 동생은 처음에는 당당하게 강아지의 1순위였지만 곧 4위로 곤두박질치고 만다.


  시간이 흘러 강아지가 우리 집에 온 지 어느덧 13년째가 되었다. 아버지께서는 늘 말씀하신다.

"우리 집 아들이 제일 잘한 행동은 강아지 또리 데려온 것이다."


또리, 즉 우리 집 셋째는 우리 집 보물이 되었다.  


 인생은 나비효과이다. 할머니의 백제고분 산책이 우리 집 셋째 입성으로 이끌었고, 이는 우리 가족에게 무한한 행복감을 주었다. 우리 집 대화 주제의 90프로를 차지할 만큼 빼놓고서는 진행이 안 될 만큼 우리 집의 주축을 맡고 있으며, 집을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어주었다.


  우리 집에 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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