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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임 Jul 25. 2023

회자정리(會者定離)

아버지는 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였을까? 아버지는 작은 동물조차 집에 들이는 걸 꺼려하셨다. 초등학생 때 친구가 햄스터를 키운다는 말에 부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던 나는 그동안 열심히 모은 용돈을 털어서 햄스터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왔다. 퇴근 후 지친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케이지 안에서 쉬고 있는 햄스터를 보고 한숨을 푹 내쉬며 말씀하셨다.


"정(情)이 많은 네가 걱정이구나."

그 말씀 외에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다. 설렘으로 가득한 나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다.


햄스터 여러 마리를 키우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햄스터 케이지 앞에 가림막을 치고 조용히 쉬게 해 주었다. 보드라운 털을 만져보고 싶었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꾹 참았다.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이 충분하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작은 친구는 우리 집에 온 지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다. 등교하기 전 햄스터 케이지를 가려놓은 천을 조심스럽게 치웠는데 어떠한 미동도 없는 햄스터를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엄마, 햄스터가 안 움직여."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케이지 안에 있는 햄스터의 등을 손으로 쓸어보았다. 반응이 없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머니는 꺼이꺼이 우는 나를 위로하면서도 어서 학교에 가라고 다그쳤다. 그날 밤, 잠이 들락 말락 하는 나의 귀에 부모님의 조용한 대화소리가 들렸다.


"처음부터 건강하지 못했던 것 같지?"

"어른 없이 꼬마 둘이서 갔으니 만만하게 생각했겠지"

(친구가 자주 간다던 가게에 함께 가서 햄스터를 데려왔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틀 만에.."


작은 동물 친구와의 이별이었다. 

하지만 이런 이별을 수백 번, 수천번을 겹쳐보아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큰 슬픔이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사랑하는 모든 존재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 건 나의 착각이었다.


 


작가의 TMI

지금은 설치류를 무서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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