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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cake Sep 16. 2023

그럼에도 언론인을, 방송인을 고집하는 이유

내가 느끼는 가장 큰 쾌락은 ‘성취감’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PD라는 꿈을 키워왔다. 시작은 엄마의 권유였다. 다큐 프로그램에 나오는 PD의 모습을 보고, ‘아들이랑 잘 어울리겠다.’고 말했다. 그 어릴 때 우리 엄마는 나의 어떤 면을 보고 그런 말을 했을까 싶은 생각이 지금까지 든다. 아무튼, 그 한마디를 듣고 난 이후, PD라는 직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방송부 활동도 해보고, 고등학교 때는 영화제작동아리도 만들어본다. 그리고 대학교 때는 대학방송국에 들어가 기자와 국장의 직책까지 맡는다.



  고등학교 때 문득 들었던 생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가. 그 이유를 책임감으로 대기엔 그 이상으로 활동했고, 재미와 흥미라고 하기엔 너무 단순했다. (물론 재미와 흥미도 중요한 이유가 되지만 말이다.) 내가 그동안 해왔던 활동과, 그 속에서 느꼈던 성취감을 떠올렸다. 촬영, 제작, 그리고 송출까지.

  촬영에서는,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연출하는 나의 모습이 제법 뿌듯했다. 카메라 속에서 벌어지는 장면들, 그리고 그 촬영본들을 다시 보면서 내가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것을 실제로 구현해 냈다는 사실에 성취감을 느꼈다. 또 촬영본들을 오려 붙이고 다듬어서 하나의 작품을 제작하는데 밤샘 작업을 반복하여, 내가 만족할 만한 영상 하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또 다른 성취감을 느낀다. 영상을 송출할 때에는 혼자 여러 기대를 하며 나 역시 그 작품의 시청자로서 바라본다. 다른 시청자들도 나와 같은 시선으로 시청했을 것이라는 기대와 바람을 가져본다.

  이런 기대를 정확히 충족했던 때는 학창 시절 때였다. 내가 만든 졸업 영상에 아쉬움과 기쁨이 섞인 오묘한 눈물을 흘릴 때. 그때 느꼈다. 그때는 그게 뭔지 몰랐다.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성취감임을 깨달았고, 그 성취감을 계속 쫓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드라마를 좋아해서 드라마 PD, 예능 PD의 모습을 보고 매력을 느껴 예능 PD를, 대학방송국에서 기자 활동을 하며 흥미를 느껴 지금은 시사 PD를 꿈꾸고 있다. 지금의 언론과 방송은 큰 풍파를 겪고 있다. 유튜브의 등장으로 예능프로그램은 자리를 잃어가고, 언론사의 신뢰도는 날이 갈수록 추락한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질문한다. “왜 아직도 PD야?” 처음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재밌어서, 멋있으니까, 정도의 단순한 대답이 다였다. 이제는 더 구체적이고 명확히 말할 수 있다. 내가 느끼는 가장 큰 쾌락은 성취감이고, 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 PD라고. 누군가의 감정에 동요를 일으키고,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언론인이자 방송인이라고. 지금 방송계가 어떻고, 언론계가 어떻고 하는 건 나의 진로를 바꾸지 못했다. 여러 갈래를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결국은 언론인의 길을 택했고, 언론계와 방송계의 현 실태는 앞으로 내가 이 업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모색하는 데에 필요한 것에 그칠 것이다.



  현재 나는 군 복무를 이행 중인 군인이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끝이 보이지 않을 때 미래의 내 모습을 떠올린다. 누군가를 끝까지 추적하여 결국 인터뷰를 따내는 나의 모습, 한 회차의 편집을 마무리하고 난 후 새벽을 걷는 내 모습, 때로는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기도 하는, 그런 모습을 그리며 나의 삶의 이유를 되새긴다.

  언론인으로서, 방송인으로서의 모습을 끝까지 고집해 보자. 여태까지 내가 열심히 살아왔던 이유이자, 앞으로도 열심히 살기 위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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