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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cake Oct 29. 2023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통제 속에서

군대에서 지켜낸 나의 건강과 함께

  

  입대 후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은 마치 감옥에 갇힌 것처럼 내 말투와 행동, 감정까지 모조리 통제당한다. 신병교육대에서는 영문도 모른 채 시키는 그대로 임무를 수행하고, 자대 배치 후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 자유의 박탈과 억압에 대한 반발심이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저 기다리고 버티다가 전역하는 것 밖엔 방법이 없다. 당장 문을 박차고 나갈 수도 없고, 엄마한테 전화(?)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살면서 다시는 경험해보지 못할 상황이다. 1년 6개월이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다시는 하지 못할 경험이라고 생각하니, 어쩌면 이 시간이 내 인생의 특이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내가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이 상황 속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통제된 상황 속에서 내가 싫어하지만, 해야만 하는 것을 생각해 봤다.



  

  입대 전 운동과 거리가 멀었던 나는 군대에 와서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어쩌면 해야만 하는, 필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군대에서 ‘개인정비시간’은 제한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그 시간에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만 있을 뿐,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휴식을 하는 시간이다. 운동을 하기 위해선 나의 유일한 자유를 통제해야 했다.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 순간 운동이 하기 싫어졌고, 초반엔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정말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내 자유를 통제하며 천천히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다 보니, 더는 운동이 내 자유를 통제하는 행위가 아니었다. 오히려 내 자유시간을 활용하여 건강을 챙기는 행위가 되었다. 운동에 흥미가 없던 사람이 강력한 통제 속에서 운동의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이다.


  또 다른 발견은 바로 식단관리다. 운동을 시작하며 건강과 몸에 대한 욕심이 생겼고, 곧바로 식단관리로 이어졌다. 20년의 군것질로 만들어진 내 아랫배. 분명 마른 체형으로 보이지만, 아랫배는 지방이 쳐져있었고, 손에 한 움큼 물컹하게 내 뱃살이 잡혔다.

식단의 첫 번째는 군것질 끊기였다. 박스 안에 있는 과자와 음료수를 모두 버렸고 더 이상 구매하지 않았다. 과당이 없는 제로 과자들을 구매해서 먹어보기도 하였고, 음료수는 무조건 제로를 실천했다. 강박이 있나 싶을 정도로 기피했다. 완전히 통제하니 그 속에서 서서히 조절할 수 있는 법을 배웠다. 내 몸에 해롭지 않을 만큼 군것질을 하는 방법도 어느 정도 터득했다.

  군대는 식사시간을 정확하게 통제한다. 내가 먹고 싶을 때 먹을 수도 없고, 정해진 식단에 맞춰 식사해야 한다. 결식, 그리고 간단히 식사한 후 다른 음식을 섭취하는 것 역시 통제하기도 한다. 이 덕에 규칙적이고 영양분이 골고루 갖춰진 식사가 가능해졌다. 밥과 반찬의 양을 조절하면서 탄단지 비율을 쉽게 조절할 수 있었다. 그날 단백질 섭취가 부족했다면 부족한 단백질은 보충제로, 지방이 부족했다면 간식으로 아몬드를 먹어 조절한다. 식단을 기록하고 칼로리를 조절하며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하는, 건강한 식단관리를 터득하고 실천했다. 처음에는 강력한 통제로 시작했지만, 그 통제는 결국 나에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안겨줬고 나중엔 재미를 붙여줬다.




  하지 않아도 될 경험이고, 하는 것보단 하지 않는 게 나에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이런 얘기조차 아무 의미 없다. 상황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튕겨내는 것보단, 그 특수성 속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는 습관을 기르고 싶다. 강력한 통제가 있는 환경은 싫어하는 것을 시작하게 만들고 체념 속에서 그 행위 본연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며, 나아가 그 행위를 내 의지로 조절하며 행할 수 있는 방법까지 익히도록 한다. 앞으로 확인해 볼 것은 이 통제를 벗어난 후 나의 모습이다. 통제에서 벗어난다면, 내 의지가 작동해 여전히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는 삶을 살아갈까. 내 의지로 운동하고 식단을 유지하는 능력을 갖춘 것이 맞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내 인생의 고작 1년 반을 투자하여 이런 습관이 만들어진 것이라면, 인생의 ‘특이점’이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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