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우울함과 관련된 내용이 많습니다. 감상 전 참고해주세요.
나는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 스무 살부터 아르바이트를 쉬어 본 적이 없고, 졸업 후 바로 취직해서 학자금을 열심히 갚았다. 남들은 실업 급여 받으면서 몇 달씩 놀기도 한다는데, 나는 계속 일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번 달 월세를 어떻게 할지 또 걱정이다. 더 잘 살아보고 싶어서 창업을 했고, 기존 직장에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면서 고생했는데 다 말아먹었다. 이번에도 식당 일을 하는 엄마의 도움을 받게 될 것 같다. 30대가 되면 내 생활이 안정되고 지금까지 혼자 고생한 엄마한테 용돈을 드리는 삶을 살게 될 줄 알았는데, 아직도 엄마의 도움이 없으면 월세를 못 내는 처지라니.
나는 나름 열심히 사랑을 했다. 진심을 다해 사랑했고 관계를 잘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오래 만났던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 매일 울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그때는 헤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슬펐다면 지금은 내 존재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 느낌이다. 다시 찾아온 새로운 사랑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는데, 새로 만난 남자친구와 정말 잘 해보고 싶었는데 한 달 넘게 연락이 없다. 그나마 조금씩 이겨내고 있던 우울함이 남자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으로 인해 터져 버렸다. 나는 일주일에 최소 4일은 울고 있는 것 같다.
열심히 살아봤자 당장 밥도 못 사먹을 처지라면,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나는 살아서 뭐하지? 무슨 이유로 살지? 그나마 나를 항상 걱정해주고 사랑해주는 부모님이 있다는 사실에 조금 위로를 받지만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내가 얼마나 힘든지 말하지는 못했다. 내가 사라지면 얼마나 슬퍼할지 알기에, 얼마나 자책할지 알기에 꾸역꾸역 살아보고 있다. 지금도 충분히 나에게 미안해하고 있는 엄마에게, 항상 재밌게 지내라고 말해주는 아빠에게 슬픔을 줄 수가 없다. 그리고 내 남은 빚을 부모님께 남겨드릴 수도 없다. 나는 그냥 하루하루 억지로 살아내고 있다.
내일은 당일치기로 바다에 다녀올 생각이다. 다음 달 카드 값은 어떡하나 싶지만 왕복 기차값 정도는 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가려고 한다. 내일도 집에만 있는다면 하루 종일 울 것 같고 안 좋은 생각이 계속 들 것 같다. 바다를 보며 글도 쓰고 일도 하고 올 생각이다.
어제도 하루 종일 울었다. 그냥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으앙 소리를 내면서 계속 울었다. 눈과 코가 퉁퉁 붓고 얼굴은 새빨개지고 이마에서 열이 나도록 울었다. 너무 울어서 목이 마를 정도로 울었다. 울다 지쳐서 잠시 핸드폰을 보다가 또 다시 슬픔이 밀려와서 또 울었다.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까?
내 과거의 선택들이 모두 바보 같다. 나는 지금까지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자.’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창업을 결심했을 때에도 지금 해 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했다. 하지만 지금은 창업을 후회한다. 가게를 접고 다시 취직 자리를 구할 때 남자친구 집과 가까운 곳으로 취직한 걸 후회한다. 다른 곳을 선택했으면 돈을 좀 더 안정적으로 벌었을 것이다. 가까이 살면서도 보지 못하는 현실에 덜 힘들었을 것 같다. 나는 요즘 매일 자책을 한다. 그러다가도 ‘내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데’라는 생각이 들고 다시 또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