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필요하다.
기분을 전환해 보려고 강릉에 왔다. 강릉에 오면서, 강릉에 와서도 계속해서 나는 이 우울함에서 벗어나 행복해지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강릉에 오는 기차 안에서는 친구들끼리 여행을 가는 대학생들과, 단 둘이 여행을 가는 단란한 모녀, 거의 다 왔다며 지인과 통화하는 사람 등을 보았다. 다들 행복해 보였고, 다들 누군가와 함께였다. 강릉에 와 보니 친구끼리, 연인끼리, 가족끼리 마주보며 웃고 이야기하고 있다. 다들 행복해 보인다. 나도 함께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만 혼자인 것 같다. 나만 외로운 것 같다.
인생은 혼자라고들 하지만, 인생은 절대 혼자 살 수 없다고도 한다. 타인에게 너무 의존하는 것은 안 되겠지만, 행복할 때나 힘들 때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조잘조잘 이야기하며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사람과의 대화 자체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나의 소소한 행복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님은 나를 전적으로 지지해 주시고 나를 넘치게 사랑해주시지만, 부모님께 힘든 일을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장녀의 무게인지, 동생들에게 말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오랜 시간 주말에 풀타임으로 일한 탓에 친구와 약속을 잡기도 어려워서, 그렇게 못 본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친구들과의 연락도 끊긴 지 오래이다. 나는 기댈 사람이 없다.
카페를 말아먹고서도 내가 무너지지 않았던 건 네가 있었기 때문이다. 네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옆에 있어 주었기 때문이다. 다음 주 금요일에 너를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머지 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이렇게까지 무너져 내려서 삶은 무기력해지고 매일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건 네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아무도 믿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너만은 믿었는데 너마저 없다면 나는 더 이상 누구도 내 곁에 둘 자신이 없다. 이제 진짜로 상처받는 게 두렵다. 상처를 받느니 사랑도 받지 않고 싶다. 내 옆에 아무도 없는 채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혼자서도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