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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웃살MJ Jul 14. 2023

학생들을 만나다 - 학원 아르바이트

사범대 '학생'이 '선생님'이 되어 가는 과정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처음으로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물론 스무 살짜리를 강사로 써 주는 학원은 거의 없고, 보통 채점 아르바이트이다. 동네 작은 보습학원에서 초등학생들이 푼 문제를 채점해주고, 틀린 문제들을 설명해주는 일이었다. 반년 전만해도 고등학생이었던, 그리고 나름 성인이지만 여전히 학생이었던 나에게 아이들이 '선생님'하고 불러주는 경험은 신기하기도 하고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이었다. 

 그 이후로도 학교를 다니면서 방학 때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주 1~2회 중학생 국어를 가르치거나, 과외를 하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선생님'으로서 경험을 하게 된 것은 휴학 이후이다.


본격적인 학원 선생님 일을 시작하다.

 2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한 뒤 학원에서 본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하게 된 일은 초등학생 전과목을 가르치는 일이었는데, 학생 수가 꽤 많아서 책임감과 부담감이 그만큼 커졌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당연하게도 앉아서 공부할 마음이 없다. 아이들은 다른 선생님에 비해 젊은 나를 많이 좋아했고, 나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아서 매일 나에게 질문을 했고 나와 놀고 싶어 했다. 어떤 아이는 수업이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꼭 '선생님, 똥 마려워요...'하며 울상을 지었고, 그러면 초등학생 아이들은 꺄르르 웃고 교실은 소란스러워졌다. 그러면 원장님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 아이들을 혼내고, 나도 수업이 끝나면 원장님께 혼났다. 초등학교 3~4학년 아이들이 말을 가장 잘 들었고, 6학년 아이 중에는 나를 이겨먹고 싶은 건지 말대답을 하거나 일부러 딴 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때 나는 아이들을 다루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대처를 제대로 못했고, 원장님이 또 들어와서 그 아이를 혼내고, 수업이 끝나고 나면 교무실에서 나도 혼나고... 이 생활이 반복되었다. 그 학원에서 즐거웠던 일도 물론 있었지만 아이들과 원장님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던 나는 그 학원을 그만 두었다.

 그리고 나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에 내 이력서를 올렸놨더니 새로운 학원에서 연락이 왔다. 중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학원이었는데 수학을 가르치라는 것이다. 원장님께서 '중학교 수학 정도는 잘 하시지 않나요?'라고 하시며 일하는 시간과 급여를 제안하셨는데 마음에 쏙 들었다. 수학을 원래 좋아하고 잘 하던 나는 하겠다고 했고, 휴학 기간 내내 그 학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이 시기의 학원 경험이 나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원장님과 학생들이 모두 나를 좋아하고 존중해주었고, 나도 열의에 가득차서 수업을 했다. 아이들은 성적이 많이 올랐고, 원장쌤보다 내가 더 잘 가르친다고 말했다.(내가 들어오기 전에는 원장님이 수학과 영어를 모두 가르치다가, 나를 뽑고는 영어만 가르치셨다.) 아이들과도 굉장히 친해져서 교실에서 수업 전에 생일 파티를 간단히 한다거나, 크리스마스에 서로 예쁜 카드를 주고받는 일들도 있었다. 작고 소중하며 행복한 기억들이었고, 강사로서의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나는 국어교육과인데 수학만 가르치네?

 휴학 기간에는 주5일을 출근했는데, 이후 복학을 하게 되면서 주5일을 일할 수 없게 되어 다른 학원으로 옮겼다. 거기서도 수학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여기서도 원장님과 학생들의 인정을 받고 친하게 지내며 '나, 선생님으로서의 소질이 있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상위권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고난도 문제집을 학교에 가져가서 과실에서 푼 적이 있었는데, 친구들이 국어교육과가 수학 문제집만 풀고 있냐고 물었다. 생각해보니 복학 후 다음 학기에는 바로 교생 실습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교생 실습에 나가서는 국어를 가르쳐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많은 학생들 앞에서 수학을 판서하며 가르칠 자신은 있는데, 국어를 가르칠 자신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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