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우울한 30대 청년의 일기
우울함과 관련된 내용이 많습니다. 감상 전 참고해 주세요.
8년 근속하던 직장을 호기롭게 때려치우고 창업을 했다. 모아둔 돈이 그리 넉넉하지도 않았고 준비도 충분하지 않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대차게 말아먹었다. 모아둔 돈을 모두 날린 것은 물론, 빚도 3천 가까이 생겼다. 직장을 다시 구했지만 월 200도 벌지 못하고 있다. 돈을 아예 쓰지 않아도 대출 원금과 이자, 월세를 내고 나면 적자이기 때문에 출근할 때 빼고는 집에만 있는다. 혼자 예쁜 카페에 가서 차 한 잔만 마셔도, 조금 더 힘들 땐 혼자 훌쩍 바다만 보고 돌아와도 행복해지던 내가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만 있는다. 가만히 있으면 눈물이 미친 듯이 흐른다. 처음에는 그냥 계속 울었다. 힘들 때 너무 참지 말고 쏟아내면, 그렇게 계속 울다보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 감정에 충실하게 그냥 울고불고 난리쳤다. 그런데 그렇게 며칠, 몇 주가 지나도 괜찮아지지 않았다. 잠도 오지 않는다. 잠을 자려고 눈을 감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마구 솟아오른다. 후회, 슬픔, 자책 등이 올라와 잠을 잘 수 없다. 눈 감으면 바로 잠이 들어버릴 정도로 졸릴 때까진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런 상태가 될 때까지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데, 그조차도 재미가 없다. 힘든데도 씩씩하게 사는 주인공도 꼴 보기 싫고, 겨우 저런 걸 걱정이라고 붙들고 힘들어하는 주인공도 꼴 보기 싫다. 정말 말 그대로 돌아버릴 것 같이, 미쳐 버릴 것 같이 우울하다, 지금도.
이 글은 ‘극도의 우울함을 이렇게 이겨냈어요.’라고 말하는 글이 아니다. 나는 지금도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하면 정말로 죽어버릴 것 같아서 책 읽기와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다. 내 상황과 내 감정을 글로 쏟아내다 보면 괜찮아질까? 이 글이 계속되다보면 ‘이제 괜찮아졌다. 나는 이제 행복하다.’라는 글을 적는 날이 올까? 지금까지 살면서 올해가 가장 힘들고 우울한, 가만히 있으면 우울함에 잡아먹힐 것 같은 요즘의 하루하루를 기록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