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웃살MJ Jul 19. 2023

우울함에 먹힐까봐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생활 일기

프롤로그

우울한 30대 청년의 일기 

우울함과 관련된 내용이 많습니다. 감상 전 참고해 주세요.



8년 근속하던 직장을 호기롭게 때려치우고 창업을 했다. 모아둔 돈이 그리 넉넉하지도 않았고 준비도 충분하지 않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대차게 말아먹었다. 모아둔 돈을 모두 날린 것은 물론, 빚도 3천 가까이 생겼다. 직장을 다시 구했지만 월 200도 벌지 못하고 있다. 돈을 아예 쓰지 않아도 대출 원금과 이자, 월세를 내고 나면 적자이기 때문에 출근할 때 빼고는 집에만 있는다. 혼자 예쁜 카페에 가서 차 한 잔만 마셔도, 조금 더 힘들 땐 혼자 훌쩍 바다만 보고 돌아와도 행복해지던 내가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만 있는다. 가만히 있으면 눈물이 미친 듯이 흐른다. 처음에는 그냥 계속 울었다. 힘들 때 너무 참지 말고 쏟아내면, 그렇게 계속 울다보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 감정에 충실하게 그냥 울고불고 난리쳤다. 그런데 그렇게 며칠, 몇 주가 지나도 괜찮아지지 않았다. 잠도 오지 않는다. 잠을 자려고 눈을 감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마구 솟아오른다. 후회, 슬픔, 자책 등이 올라와 잠을 잘 수 없다. 눈 감으면 바로 잠이 들어버릴 정도로 졸릴 때까진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런 상태가 될 때까지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데, 그조차도 재미가 없다. 힘든데도 씩씩하게 사는 주인공도 꼴 보기 싫고, 겨우 저런 걸 걱정이라고 붙들고 힘들어하는 주인공도 꼴 보기 싫다. 정말 말 그대로 돌아버릴 것 같이, 미쳐 버릴 것 같이 우울하다, 지금도.


이 글은 ‘극도의 우울함을 이렇게 이겨냈어요.’라고 말하는 글이 아니다. 나는 지금도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하면 정말로 죽어버릴 것 같아서 책 읽기와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다. 내 상황과 내 감정을 글로 쏟아내다 보면 괜찮아질까? 이 글이 계속되다보면 ‘이제 괜찮아졌다. 나는 이제 행복하다.’라는 글을 적는 날이 올까? 지금까지 살면서 올해가 가장 힘들고 우울한, 가만히 있으면 우울함에 잡아먹힐 것 같은 요즘의 하루하루를 기록해보려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