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넘실넘실
사방 팔방 날아온
오만 가지 풀씨
멋대로 자란 풀밭
아무도 돌보지 않은 공터
큰 나무 한 그루 없어
오히려 싱그런 풀꽃들이
자유로이 풍요로이
열린 하늘 아래 넘실넘실
조향미의 시 <양지밭> 전문
요가할 때 무엇을 입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황톳빛으로 물들인 헐렁한 옷을 입어야 하나? 요즘 유행하는 레깅스를 입어야 하나? 특히 나이에 따라 고민을 하게 된다.
처음 요가를 시작할 때는 집에 있는 옷 중에서 목이 올라오지 않는 티와 움직임에 제한을 주지 않는 바지면 족하다. 처음부터 다른 사람을 따라 할 필요가 없다. 한두 달 요가를 하면서 준비해도 늦지 않다.
옷이 너무 몸을 조이면 숨도 쉬기 힘들 때가 있다. 요즘 유행하는 옷은 레깅스로 몸의 곡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옷들이 많다. 옷으로 몸을 너무 구속하면 요가동작을 하는 내내 집중하기 힘들어진다.
좋은 점도 있다.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나의 자세와 동작을 보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가 틀어졌는지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외모에 너무 집중하고 신경 쓰다 보면 요가의 본질인 내면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요가원들도 지향하는 목표가 다양하여 거울이 필요하다는 부류와 거울에 집착하지 말라는 부류가 잇다. 거울이 필요하다고 하여 사면에 거울이 있는 요가원은 몸의 틀어짐을 잡을 수 있는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거울을 아얘 없애버린 요가원은 외부의 몸의 틀어짐보다 마음의 집중이 훨씬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어느 부분에 좀 더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옷의 복장도 달라진다고 보면 된다. 균형을 중시하는 요가는 대부분 내 몸을 바라보며 하기 때문에 몸을 지나치게 구속하지 않는 복장을 입고 균형요가를 지향한다. 마음의 치유를 더 강조하는 요가는 복장도 자유로우며 내면에 집중하므로 거울을 통해 몸을 바로잡는 것을 강조하지 않는다. 명상을 주로 한다면 현란해 보이는 요가복보다는, 레깅스로 몸을 살피는 것보다는 헐렁한 복장이 더 낫다.
내가 처음 요가원에 갔을 때 몇 년 정도는 집에 있는 간편한 복장을 입고 요가를 했다. 마음의 치유가 더 중요했으니까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에 더 집중했다. 나중에 요가원이 바뀌고 균형요가를 하게 되었을 때는 내 몸의 틀어짐을 발견하게 되고 왜 운동을 해도 아픈지 육체의 고통까지 집중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몸에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게 되었다.
레깅스도 브랜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부드럽게 감싸는 옷도 있고 숨을 못 쉬도록 코르셋역할을 하는 옷도 있다. 내 몸이 숨을 쉴 수 있는 옷으로 잘 골라야 한다. 타이트할수록 몸을 보정해 주겠지만 코어에 힘을 자유롭게 스스로 줄 수 있어야만 한다. 들숨과 날숨 호흡을 관찰할 수 있는 옷을 권한다.
요가원에는 사방팔방에서 날아온 오만 가지 풀씨들이 모였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큰 사람들이 모였지만 요가원에서는 모두 싱그런 풀꽃들로 만난다. 자유롭고 풍요로운 열린 하늘 아래 색색깔의 옷을 입고 다양한 모습으로 넘실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