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나의 첫 석사 취준 실패는 오만함이었다. 이미 2년 전에 취업준비를 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년 전 대학교4학년 때 하던 취준 전략으로 접근했고 서류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서류 탈락 후, 학교에서 진행하는 자소서 특강도 듣고 석사생을 위한 취준 전략 강의도 들었다. 그 결과 내가 한 방법은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선, 취업 트렌드가 바뀌었다. 대학교4학년 취업 준비를 할 때만 해도 직무 유사 경험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다른 경험을 써도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직무 유사 경험이 필수다. 경험이 없으면 무조건 탈락인 느낌이었다. 석사생이라면 비슷한 연구 주제가 있어야 하고, 학사라면 인턴이나 공모전 경험이 있어야 했다. 정말 경험이 없다면 어떻게든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유사 경험임을 어필해야 했다. 아마 취업문이 좁아지다 보니 이제는 직무 유사 경험이 필수가 된 거 같다. 또한 석사의 자소서는 달라야 했다. 나는 그저 ‘내가 이런 연구를 했고 이런 문제가 있어서 이렇게 해결했고 이때 이런 점을 느꼈다’라는 식으로 접근했다. 그러나 내가 한 연구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한 연구가 지원 직무랑 100% 일치하지 않는 이상 현업에서는 내 연구에 관심이 없다. 내가 한 연구를 아무리 설명하려고 해도 그들은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직무랑 겹치는 연구 주제 혹은 실험 방법을 어필해야 한다. 내가 무슨 연구를 했는지는 한 줄만 적으면 된다. 어쩌면 앞에서 말한 직무 유사 경험이랑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석사생들은 자신이 2년 동안 한 연구에 갇혀서 자신이 한 연구에만 집중하게 된다. 나를 뽑아주는 면접관들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생각은 pt발표에서도 유효할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석사생들을 대상으로 pt발표를 시킨다. 주제는 자신이 한 연구를 소개하는 것이다. 주제가 이렇다 보니 모두 신나게 자신이 한 연구를 길게 발표한다. 보통 15분 정도 발표하라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15분도 길다. 면접관들은 내 연구에 관심이 없다. 7-8분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2년 전 취준 트렌드와 내가 한 연구 위주로만 쓰다 보니, 한물간 취업 전략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강의를 듣고 다시 처음부터 취업 준비를 했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경험정리부터 했다.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떻게 해결했고 어떤 것을 느꼈는지를 나열했다. 거기에 더해 석사졸업자로서 어떤 연구를 했고 어떤 결과가 나왔고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문제점이 있었지만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관한 연구 경험 정리도 했다. 석사생들한테는 이것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자소서 질문이나 면접 질문은 이와 관련되어 있다. 면접관들은 내가 어떤 연구를 했는지를 물어보지 않고,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더 초점이 가있다. 그리고 합격 자소서와 자소서 강의를 참고하여 자소서를 썼다. 이렇게 하니 서류 탈락은 잘하지 않게 됐다.
사실 자소서에 관해서는 확고한 가치관이 있다. 자소서도 트렌드가 있는데 정석화되어 있다. 내가 직무 관련 어느 정도의 경험이나 지식과 같은 스펙이 있다면 자소서는 정석적인 방법으로 써야 한다. 실제로 합격 자소서들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양식이다. 각 기업의 자소서 문항은 크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자소서 형식도 비슷하다. 점점 상향 평준화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석사생과 같이 연구를 한 경험이 있는 즉, 스펙이 있는 사람들은 내 스펙을 형식에 맞게 쓴다면 합격할 것이다. 스펙이 없다면 이런 정형화된 형식으로 가면 안 된다. 승부수를 띄어야 한다. 자소서를 에세이처럼 써서 글로 현혹시키든지, 스펙은 없지만 관련 지식과 앞으로 자신이 이런 지식을 기반으로 더 큰 기술을 만들겠다든지 해서 승부를 봐야 한다. 물론 가능성은 낮지만 스펙이 없으면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없는 스펙으로 어떻게든 짜내서 정면으로 스펙이 있는 사람들과 붙으면 승산이 없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자소서 첨삭은 선호하지 않는다. 내가 자소서의 기본적인 개념도 없으면 첨삭에서 엄청나게 고쳐야 할 것이다. 이럴 때는 첨삭이 아니라 강의부터 들어야 한다. 어느 정도 개념이 있으면 사실 첨삭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자소서 문항에 대해 너무 딴 주제로 얘기를 하거나 자소서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을 때는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첨삭은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위주로 본다. 사실, 그런 사소한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취향 차이이고 면접관의 취향을 모르기 때문에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 오히려 첨삭 내용으로 바꾸면 내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글 자체가 어색해지는 것 같다. 이 부분은 현직자들의 첨삭도 마찬가지이다. 자소서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친구나 아는 현직자, 전문 업체에 첨삭을 부탁하면, 글의 주제가 자소서 문항과 일치하는지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방향이 보이는지. 이 2가지만 보통 물어본다. 글의 형식이나 짜임은 강의와 합격 자소서를 기반으로 내 스타일에 맞게 쓰면 된다.
나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자소서를 썼다. 나의 방식이 정답은 아니지만, 참고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