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의 함정
면접을 준비하면서 석사생들은 자신감에 차 있을 것이다. 2년 동안 연구한 것이 있기에 이야기할게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 얘기를 다 못하고 면접이 빨리 끝날까 봐 걱정할 수 도 있다. 특히 내가 지원한 기업이나 직무가 내 연구 주제와 비슷하다면 당당히 가슴 피고 면접장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면접장에서 자신 있게 내 연구를 얘기하다 보면 생각보다 호응이 없다. 분명히 겹치는 분야인데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면접관들이 내 얘기에 관심이 없는지 모른 채 그저 면접 준비에 최선을 다한 것에 만족하면서 면접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랩실에서 하는 연구와 기업에서 사용하는 기술은 다르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다. 최대한 싸게 만들어서 팔아야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 내가 연구한 태양전지를 예로 들면, 랩실에서 태양전지 효율을 기존 12%보다 2배 높은 24%까지 나오는 것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이제 기업들은 24% 효율의 태양전지를 생산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여전히 12%의 태양전지를 생산한다. 왜 그럴까? 이렇게 높은 기술은 대부분 원가가 비싸다. 소재를 비싼 소재를 쓰거나 공정이 복잡해서 공정의 난이도가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24% 효율의 태양전지를 생산하려면 12% 효율의 태양전지를 생산할 때보다 원가가 몇 배 더 비싸진다. 아무리 효율이 좋다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비싼 원가를 쓰지 않게 된다.
이것이 양산의 관점이다. 대량 생산을 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원가가 100원만 싸져도 만 개 제품에 대해서 백만 원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랩실에서는 어떤가? 랩실에서는 재료값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더 높은 지표만 나온다면 재료값이 몇 배가 들어가든, 제조 시간이 일주일이 걸리든 신경 쓰지 않는다. 이것이 양산하는 기업과 학문을 공부하는 연구 기관의 차이인 거 같다. 기업 입장에서는 양산 가능한 기술을 원할 뿐이다. 양산 가능한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원가가 합리적인 선 안에서 발전이 이루어지거나 비싼 원가를 상쇄시킬 수 있을 정도의 기술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원가가 비싸더라도 그만큼의 혁신이 있다면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나의 석사연구 과정을 설명하면 면접관들은 왜 애매한 표정을 지을까? 양산과는 너무 동떨어진 기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산에서 쓰이기 어려운 내용들이기 때문에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비슷한 분야라고 해서 면접관분들이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내가 연구한 주제가 실제 기업에서 쓰는 기술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쓰이지 않는 기술이라면 양산에서 쓰이는 기술과 겹치는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비슷한 분야라면 양산에서 쓰이는 기술과 겹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을 찾아서 공부하고 어필해야 된다. 내가 연구한 분야가 양산에서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지도 고민해 보면 좋다.
내가 연구한 주제가 기업의 관심사와 일치할 것이라는 함정. 이 함정만 피하면 꽤나 매력적인 지원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