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 합격론
내가 좋아하는 게임에서 ‘3분 항복론’이 있다. 게임 시간은 30분 정도지만 실제 승패는 3분 만에 결정 난다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웃으면서 장난으로 받아들이지만, 나는 꽤 타당한 주장이라 생각한다. 처음 3분 동안 손해를 보면 이후에는 이 손해를 극복하냐 극복하지 못하냐의 싸움이 된다. 면접에도 이와 비슷한 ‘10초 합격론’이 있다. 이름은 내가 붙인 거지만 임원분이 얘기해 주신 내용이다. 면접은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다. 마치 소개팅과 비슷하다. 얘기를 해보면서 괜찮은 사람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압박 면접이 많았지만 요즘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최대한 많은 대화를 하려고 한다. 대화 과정에서 같이 일할만한 사람인지 판별하는 것이 면접일 것이다. 그러나 소개팅과 마찬가지로 면접도 첫인상이 중요하다.
면접의 상황을 상상해 보자. 면접장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들어가도 좋다는 표현이 오면 우리는 문을 노크한다. 인사를 하고 문을 닫고 의자까지 걸어간다. 다시 한번 정식으로 인사하고 앉을지 말지 고민한다. 이때 친절하게 앉으라고 알려주시면 그때 앉는다. 그 후 인사팀의 진행으로 자기소개와 함께 면접이 시작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소개 이후의 면접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아마 지금까지 표현한 상황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노크를 하고 문을 연 순간부터 자기소개를 하기 전까지, 이미 합격 여부는 결정되었다. 우리의 걸음걸이, 인사할 때의 표정에서 이미 첫인상이 결정된다. 첫인상이 안 좋으면, 탈락시키기 위한 질문들이 들어온다. 첫인상이 좋다면? 합격시키기 위한 질문들이 들어온다. 탈락시키기 위한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잘 대답하거나 첫인상을 뛰어넘을만한 역량이나 경험이 있다면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 반대로 아무 역량이 없고 나의 장점을 어필하기 좋은 질문들로 판을 깔아줬음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대답을 한다면 떨어질 수 있다.
나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두 번의 면접을 봤다. 처음에는 떨어졌고 두 번째는 합격했다. 그 사이에 추가된 역량이나 경험은 없다. 차이가 있다면, 첫 번째 면접에서는 너무 합격하고 싶어서 목소리가 떨릴 정도로 긴장됐다. 처음에 문을 연 순간부터 긴장감에 몸이 로봇처럼 움직였다. 두 번째 면접에서는 간절함이 많이 희석됐다. 붙으면 가고 안되면 다니던 회사 열심히 다니고. 그러다 보니 긴장이 안되고 얼굴에 여유가 넘쳤다. 어차피 떨어지면 안 볼 사람들이기에 걸음걸이에 자신감이 있었다. 아마 나의 태도 차이가 가장 컸고 내 첫인상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처음에 ‘10초 합격론’을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느 회사가 면접을 그렇게 보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면접관들이 10초 만에 결정하겠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다. 면접관들도 사람이기에 자기도 모르게 첫인상이 박히게 되고 첫인상이 좋으면 합격시키기 위한 질문을, 첫인상이 안 좋으면 탈락시키기 위한 질문을 하게 된다. 첫인상에 따라서 면접 난이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아직도 여러분이 악마방에 들어가서 면접 질문이 날카로웠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하면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천사방에 들어가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첫인상에 따라서 악마방이 천사방이 될 수도 있다. 여러분이 고민해야 될 것은 ‘어떻게 해야 내 첫인상을 잘 줄 수 있을까?’이다. 면접의 분위기를 바꾸고 면접의 난이도를 낮추는 것. 이것이 ‘10초 합격론’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