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상 Oct 09. 2023

공대생의 중국 교환학생_4

견문이 넓어지다

많은 사람들은 견문이 넓어진다는 이유로 세계여행을 추천한다. 그러나 나는 공감하지 못했었다. 중국을 갔다 오기 전까지는. 

중국에 있으면서 견문이 넓어진다고 느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지금 와서 보니 견문이 넓어져 있었던 것 같다. 중국을 가기 전에 스페인, 일본, 베트남을 여행 갔다 왔었다. 여행은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느끼기 쉽지 않다. 그저 그 나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고 관광지를 구경하며 최대한 바쁘게 지내야 한다. 그러나 거주하다 보니 여유가 생기고 주변을 볼 수 있다. 또한 현지인들처럼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 나라 문화를 직접 겪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랑 다른 산업이 보였다.


전기차의 시대

2018년에 중국 베이징으로 갔다. 아무 생각 없이 베이징으로 갔지만, 베이징으로 교환학생을 간 것은 행운이었다. 상하이가 중국의 경제 수도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행정 수도는 베이징이었고 중국 정부의 방향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전기차였다. 정말로 전기차가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도로에 전기차를 보기 쉽지 않았다. 그 당시만 해도 한 달에 한번 정도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중국에 있었을 때 전기차가 정말 많았다. 그냥 길 걷다 보면 전기차가 심심찮게 보였다. 지금 우리나라 도로에 있는 전기차보다 훨씬 더 많은 비율이었다. 처음에 학교에서 전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한동안 쳐다본 경험이 있다. 조용함이 너무 신기했다. 사실 한국에서는 전기차를 모터쇼나 동영상으로만 보고 직접 본 적은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 중국에서 전기차를 처음 접했을 때 너무 신기했다. 한국에서는 전기차의 시대가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우리 바로 옆 국가에서는 이미 전기차 시대였다.

내 룸메이트는 독일인 친구로 독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란 것이 중국처럼 다른 나라를 무시하면서 강하면 기분이 나쁘지만, 이 친구는 다른 나라도 충분히 인정하면서 독일에 대한 애정이 강했다. 부러운 자부심이었다. 어느 날 이 친구한테 중국에 전기차가 많아서 놀랐다는 점과 함께 독일에도 전기차가 많냐고 물어봤다. 다행히 독일에도 전기차가 거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만 뒤쳐진 줄 알았는데 자동차 강국 독일도 우리나라랑 비슷한 상황이니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이 친구도 중국의 많은 전기차를 보고 놀랐다면서 독일이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지금 같은 명성을 잃을까 봐 겁난다고 했다. 이 친구 말로는 벤츠나 폭스바겐도 독일 언론에서 전기차 개발을 하지 않는다고 많이 공격당한다고 한다. 전통의 자동차 기업인 만큼 엔진에는 강점이 있지만 전기차에서는 기존의 강점들이 사라지기 때문에 전기차 진입에 대해 소극적이라고 한다.

중국인 친구한테 중국에는 왜 이렇게 전기차가 많냐고 물어봤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정책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매년 중국에서 온 미세먼지에 고생한다. 그래서 나는 중국이 나쁘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 미세먼지 보내놓고 아무런 사과도 없고 대책을 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대기 상황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각하다. 베이징의 미세먼지 농도는 대부분 150을 넘었으며 하늘이 맑은 날이 적었다. 매일 마스크를 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 번은 1000을 넘은 날이 있었는데 황건적이 왜 반란을 일으켰는지 공감할 수 있는 날씨였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인들은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미세먼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며, 심지어 예전보다 좋아 좋아진 것이라고 만족했다. 한국인 유학생들만 마스크를 낄 뿐, 중국인들은 경각심이 없었다. 우리나라가 미세먼지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뭐라 해도 왜 그렇게 뻔뻔한 태도였는지 이해가 갔다. 자기네 나라는 더 심하고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정말 심각했을 때 중국 정부에서 내놓은 해결책 중 하나가 전기차라고 했다. 대기오염을 시키지 않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사업을 키우고 전기차에 보조금을 많이 주면서 전기차 소비를 촉진했다고 한다. 또한 기존 엔진 자동차 시장에서는 중국이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미래의 전기차 시대를 미리 준비했다고 한다. 그 결과 다른 나라에서는 말로만 하던 전기차 시대가 중국에서는 이미 도래해 있었다.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4년 뒤에 전기차 배터리 회사에 취직했으니. 그러나 이미 중국의 전기차를 경험했기 때문에 배터리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깔려있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배터리 산업을 유망하게 본다. 그 부분은 인정한다. 향후 전기차 시장은 커질 일만 남았다. 문제는 중국 배터리 회사에 대한 무시이다. 배터리 회사의 현직자들은 아니지만 주변에 보면 CATL이나 BYD를 무시하는 사람이 꽤 있다. 중국 회사는 폐쇄적인 중국 전기차 시장을 독점하기 때문에 점유율만 높고 기술력은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고 배터리와 전기차를 생산했다. 기술력이 낮다고 하지만 먼저 진입한 만큼 생산능력이 좋다. 또한 중국 정부를 뒤에 엎고 중국 시장을 독점한 만큼 안정적인 수요가 있다. 그리고 이전에 CATL셀을 평가하고 분해해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랑 다른 배터리 원자재를 쓰지만, 셀의 성능은 생각보다 좋았다. 나도 무의식적으로 중국 제품이기 때문에 품질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지만, 그런 생각은 깨져버렸다. 딱히 기술력이 우리보다 낮다고 평가할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향후 중국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결론

중국은 남들보다 억지로 전기차 시대를 먼저 열었고 적응해 나갔다. 말로만 듣던 전기차 시장이었는데 먼저 열린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빨리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배터리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 깔리게 됐고 엔지니어로서 배터리 산업보다 반도체 산업을 선택한 것 같다. 사실 반도체 산업도 대만, 중국, 미국에 쫓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미 내 생각은 5년 전 중국에서 형성됐고, 맞든 틀리든 내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직을 한 거 같다. 이런 점을 보면 세계를 다니면서 견문을 넓히는 것은 중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공대생의 중국 교환학생_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