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정답이 없다는 걸 깨달아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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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전환에 실패하고 시간이 좀 흘렀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마음이 진정되었다가도 위로 한마디에 다시 눈물이 터지는 일상이 반복됐다.
채용 전환에 실패해서 이 회사에 다니지 못한다는 것보다는, 앞으로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된다는 막막함이 컸다. 인턴 때 지원했던 산업군이나 직무를 제외하고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싶었다.
근데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이 과연 뭘까?
이번 상반기 때는 내 성향이나 관심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영업, 마케팅, 경영지원, 행정 등 되는 대로 넣었었다. 사실은 하고 싶은 직무가 크게 없었다. "대한민국 취준생 중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확고해서 그것만 파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들도 다 그냥 여기저기 넣어보는 줄 알았다.
물론 나처럼 직무 가리지 않고 지원서를 난사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외길만 파는 친구들도 종종 있었다.
이 친구들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한 길을 정하게 된 걸까? 정말 궁금하고 부러웠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정해진 교육과정 속에서 매일 비슷한 수업을 듣고 끝나지 않는 시험을 본다.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한 케이스였다. 처음에는 칭찬받는 게 좋아서 시작했지만, 어느새 그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나는 부모님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말 잘 듣고 성실한, 착한 아이였다.
그렇게 거의 평생을 주변에서 하라는 대로 살아오다가,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알아서 하라며 사회에 던져졌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에는 이 자유가 몹시 좋았다. 이제 국영수 말고 내가 관심 있었던 다른 수업들을 들을 수 있고,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런데 고학년이 되어도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 것이다. 보통 이것저것 하면서 관심사를 좁혀나간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제자리였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 건 또 불안해하는 성격이라 끊임없이 자격증 공부에, 서포터즈에, 알바에, 인턴에.... 그냥 바쁘게만 살았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탐색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없었다. 아니 사실 좀 무서웠다. 내가 걸어가 보고 싶은 길이 생기면 정말 그것만 해야 할 것 같아서. 바보 같은 생각일 수 있지만 그때는 관심사가 좁혀지는 게 너무 무서웠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덧 졸업을 했고 주변 친구들은 모두가 제각기 다른 길을 찾아 떠나기 시작했다. 남들 다 적성 찾아 열심히 사는데 나만 길을 잃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상반기에 아무 곳이나 일단 들어갔다가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
결국, 나는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너무도 당연하다.
불안하다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맞지도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 했던 것이다.
나 스스로도 계속 의심하고 불안했는데 그게 다른 사람 눈에 보이지 않았으랴.
사람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게 되어 있는 것 같다.
이제 나는 무서워서 회피했던,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다시 가지려 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에 가는 것이 인생의 정답이라고 믿었던 그 시간에서, 이제는 벗어나야겠지.
나는 이미 가야할 길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로 잠깐 미뤄왔을 뿐..
내가 관심있는 분야는 바로 이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