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자극 속에서 민감한 나를 지키는 방법
기록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 나자신에 대해서 기록해보려고 한다.
예민하고 허약하지만 꿋꿋한 나를 소개합니다.
#1. HSP가 뭔가요?
나는 어렸을 때 내가 예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험기간 때만 되면 항상 장염에 걸렸지만 그냥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체력이 조금 약하다고는 느꼈는데,
그래도 주변에서 항상 "00아~ 너는 진짜 밝다, 걱정 없이 사는 거 같아서 부러워!"라는 말을 자주 들었을만큼 단순해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어 인턴을 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보니 모든 것이 나를 찌르는 바늘이었다.
내 첫 사회생활은 스타트업이었는데, 남들은 잘만 버티는 거 같은 9-6시(심지어 최소..)가 나에겐 너무나도 지옥이었다.
어떻게 사람들은 매일 7시에 일어나 지옥철을 타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하루종일 일하다가 퇴근하고 운동까지 하는걸까.
회사생활하면서 맞닥뜨리는 모든 것이 나에겐 너무 치명적이었다.
상사들과 함께 먹고 싶지 않은 메뉴를 같이 먹는 점심시간,
위에 안 좋지만 생존을 위해 마셔야 하는 카페인,
뚫어져라 모니터를 쳐다보니 몰려오는 눈의 뻑뻑함,
하루종일 앉아 있어 찾아오는 소화불량,
사무실의 답답한 공기,
그리고 2주에 1번꼴로 진행되는 회식.
일을 하면서 2주에 1번씩은 항상 링거를 맞으면서 버텼다.
이게 나의 10년 후에 모습이 된다니 너무나도 끔찍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남들은 이 정도로 힘들어하는 거 같진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멘탈이 약하고 체력이 너무 없다고만 생각했고 어떻게 체력을 길러야 할지에 대해서만 고민해왔다.
그런데 요즘 유튜브를 보다보니, "HSP"라는 단어가 굉장히 자주 보이는 것이 아닌가. "옛날에는 ADHD가 한창 유행이었던 것 같은데.. 이건 뭐지?"하는 마음으로 클릭해봤다.
왠지 영상에 나오는 HSP의 특징이 다 나인 것 같았다.
그래서 시중에 떠도는 검사를 아무거나 해봤더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음, 내가 느낀 것에 비해서 생각보다 엄청 높은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여러분들도 23가지 중에 몇 가지에 해당되는지 테스트해보기를 바란다.
인터넷에 hsp검사 치면 바로 나온다.
아무튼 나는 특히 잘 때 불이 켜져 있으면 잘 못 자고, 특히 미세한 향이나 환기가 안되는 것에 민감한 타입이었다.
보통 사람들보다 10% 더 민감하다니 예민한 사람은 맞는 것 같았다.
검사를 하고 나니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싶어 "예민한 사람", "민감성", "HSP", "초민감도" 등 온갖 예민함을 표현하는 단어는 다 검색하며 나와 같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검색해봤다.
옛날에는 예민함은 단점으로 받아들여져 숨기기 급급했는데, 요즘은 이렇게 수면 위로 올라와 활발하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사회가 왔다니, 이 자체 만으로도 나는 너무 감격스러웠다.
사람들이 올린 글과 영상들을 보며 나만 이렇게 힘든 삶을 아니었구나 하고 작은 위안을 얻었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도 나의 글을 보고 "저 사람도 저렇게 하루하루 버티는구나"라는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어서 이렇게 글을 써보려고 한다.
*내가 느낀 예민함을 덜 느끼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자기가 어떤 분야에 대해 예민함을 느끼는지 알아야 한다.
나는 빛/소리/냄새 중에서 냄새에 가장 예민한 것 같다.
물론 3가지 다 나를 괴롭게 만드는 요소이긴 하지만, 특히 지하철에서 버스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의 향수냄새를 맡으면 바로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창문이 있는 공간을 선호하거나, 미니 선풍기를 들고 다니며 코 앞에 갖다대 자체 환기(?)를 시키곤 한다.
2. 외부 자극을 최대한 방지하자.
옛날에는 괜히 지는 것 같고, 한 번 피하면 계속 피하게 될 것 같아서 일부러 약속도 많이 잡고, 사람들 많은 장소도 가고 그랬다. 하지만 예민함이 나쁜 것만은 아니고 이제 받아들여야 할 성향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닫고 난 후부터는 최대한 신경 쓰이는 요소는 없애려고 한다.
특히 요즘은 약속을 2주에 1번꼴로 잡는 편인데, 확실히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니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 내가 몇시에 넘어서 자면 다음날 유난히 피곤하고, 어떤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가장 안되는지 등 나를 지키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들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3. 나만의 속도에 맞춰 가자.
예민한 사람은 남들보다 체력이 빨리 소진된다. 하지만 주변에 워낙 체력이 좋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 많다보니, 그것에 자극받아 괜히 똑같이 하려고 하면 병만 난다. 다 각자 자기만의 속도가 있으니 조급해 하지말고 본인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EX) 아무리 할 일이 많아서 11시 전에는 잔다.
"그게 말이 쉽지" 하겠지만, 실제로 핸드폰 보는 시간 줄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다음 편에서는 과민성대장증후군과 함께 살아왔던 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또한 예민함과 저질체력을 앉고 살아가는 내가 어떻게 극복해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풀어보려고 한다.
나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