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눈부시게 빛날테니
최근 채용연계형 인턴 전형에서 떨어졌다. 전환율은 60% 정도였지만, 팀원분들께서 나를 좋게 봐주셨던 데다, 팀장님도 "우리 팀으로 올 수 있도록 힘써보겠다"는 말씀을 해주셨기에 솔직히 탈락을 크게 예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동하던 중 갑자기 회사로부터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을 보고 순간 불안감이 밀려왔다.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 시키며 메일을 열어보니, 결국 전환되지 못했다는 말이 길게 돌려 적혀 있었다.
몇 개월 동안 열심히 일하고 잘 보이려고 안간힘을 썼던 모든 시간들이 다 물거품이 되는 거 같아 눈물이 났다.
배우려는 자세로 매일 자리에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새벽까지 남아 열정을 쏟았지만 결국엔 모든 게 부질없었다. 나는 뭘 위해서 다른 면접들을 포기해가며 내 시간을 바쳤던 걸까?
이런 일들은 나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신은 항상 예상치 못한 경험을 선물해주신다.
자존감은 한없이 낮아졌고, 마음 한켠엔 억울함과 분노도 들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아 노력도 왜 이렇게 배신을 하는구나.' 이제 다시 처음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막막함이 밀려왔고,
인턴 합격 소식에 기뻐하셨던 부모님께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한바탕 울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인턴 생활 동안의 내 태도도 돌아보고 최종면접 때 어떤 질문을 받았었고 어떻게 답변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복기해봤다. 처음에는 그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것조차 너무 버거워서 그냥 덮어두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알아야 성장할 수 있으니까 다이어리에 쭉 써 내려가며 내 생각을 정리해 봤다.
돌이켜보면, 여러모로 그 회사의 조직문화나 직무와 내가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나 역시 인턴 기간 내내 ‘내가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반복했고, 끝내 스스로를 이 직무에 적합한 사람이라 자신 있게 말하지 못했다. 아마도 그런 망설임이, 수십 년간 수많은 사람을 지켜봐 온 임원진의 눈에는 보였을지도 모른다.
사회초년생으로서 임원진 앞에서 나를 어필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들도 알고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 채용은 그들의 선택이고 나는 그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결국 취업을 포함한 인생사 모든 것은 운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회사 같은 직무여도 상황에 따라 경험이 풍부한 중고신입이 필요할 수도, 갓 졸업한 쌩신입이 필요할 수도 있고, 열정적인 사람이 필요할수도, 차분한 사람이 필요할 수도 있다. 나는 이 시기에 회사가 채용하려는 사람의 유형과 조금 다른 사람이었나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경험은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덕분에 나는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다른 진로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비록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확실하게 선택을 내릴 수 있었다.
유튜브에서 어떤 댓글을 봤는데 인생은 시간의 분절이 아니라 레이어드라고 했다. 지금은 의미 없고 나아진 게 없어 보여도 분명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이 글이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