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감사하고 감사한 일들이 모여 선물이 된다. 날이 갈수록 예측불가한 삶에 두 손을 들어 항복해 본다. 삶을 견인하는 힘은 자신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하나님의 도우심이다. 이 또한 그분의 도우심만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 되돌아보면 난 결심한 것을 제대로 결과물로 내어 놓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도 평등하게 주어지는 새해를 향한 소망을 담아 보려 한다.
주거래 은행인 농협에 가면 새해 가계부를 준다. 해마다 새 가계부를 받아 올해는 끝까지 기록하리라 다짐하지만 8월의 무더운 날씨와 함께 사라지는 결심. 염치도 없이 12월에 다시 방문하기를 수차례. 아, 어쩌다 난 이런 사람이 되었는가. 해마다 한해를 반추하여 보니 참 못났다. 그래도 올해 새 가계부를 받아 책냄새에 코를 킁킁거린다. 참 좋다. '가계부야, 올해는 끝까지 완주해 보자'하며 주요 일정을 보기 좋게 기록해 본다. 사실 돌이켜보니 작년에도 비슷한 순간이 오버랩되어 살짝 부끄럽다.
가계부를 보면 하루가 나온다. 그날의 일들이 자연스레 기록되는 것이다. 입출금만 기록하는 것보다 간단히 그날의 감정들을 짧게 기록하는 것은 좋은 습관이다. 부디 마지막날에 참 잘했다는 칭찬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길 소망한다.
우린 정보의 바다에 산다. 관심분야 검색만으로 모든 궁금증이 해결되기도 한다. 운동, 외국어, 요리 심지어 악기까지 의지만 있다면 다 가능한 시대에 산다. 오늘도 새해 결심을 위한 탐색에 들어갔다.
금년 1월의 큰 수술 후 체력이 많이 저하되었다. 면역력도 떨어졌음을 느낀다. 하루일정 중 두세 가지 감당하고 나면 저녁 9시 뉴스 전에 침대를 찾는다. 수력 8년 차 수영을 하고 있지만 근력운동이 부족하다. 게으른 편인 나에게 또 다른 운동을 결심하고 실행하는 것은 아주 큰 일이다. 어느 날 우연히 알고리즘으로 뜬 영상에 '노르딕 워킹'을 보게 되었다. 자세교정뿐 아니라 근력운동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필요성을 알지만 사실 아직까지 많이 망설이고 있다. 그래도 현재는 희망사항으로 '노르딕 워킹'을 접수해 본다.
한 가지 더 욕심내어 보자.
'삶이 명료해지는 건 물건을 살 때보다 정리할 때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미니멀라이프를 꿈꾸나 나의 성정상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도 꿈꾼다. '하루 십 분씩이라도 공간을 정리해 보자' 매일 조금씩 공간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자. 결국엔 미니멀라이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정리는 기억을 되살려 주는 도구이다. 깜박하고 같은 것을 사기도 한다. 정리하므로 물건에 깃들인 시간여행 속으로 간다. 문제는 시간여행 속에 갇히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삶은 짧다. 많은 물건들로 인한 시간, 공간을 아름답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아름답다'에서 '아름'은 알다, 앎등의 어원에서, '답다'는 아(我)로 '나답다' '나스럽다'라고 한다. 나의 기준에서 나 스스로 아름다운 삶을 위해 어제보다 조금만 더 움직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