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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숙 May 14. 2024

달콤한 일터를 찾아서

(꿀벌 부부의 도전기 2)


꿀벌 부부의 농지 구하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임차한 농지에 우리 부부와 딸은 제초매트 까는 작업을 했다. 200여 평 농지에 까만 제초매트를 신나게 깔았다. 다음날 야속하게도 매트가 바람에 모두 엉켜버렸다. 그래도 우린 다시 힘을 내서 엉켜버린 매트를 일일이 풀고 더 촘촘히 고정핀을 박았다.


그 후로 또다시 센바람이 불었고 매트가 다시 엉켜버렸다. 그러자 오기가 작동되었다. 세 번째 작업은 돌과 흙으로 매트를 단단히 고정했다. 이 작은 일을 겪으면서 우리가 계획한 일이 언제나 순조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트를 깐 땅은 참 보기 좋았다.

이젠 창고로 사용할 컨테이너를 구하기로 하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적당한 가격의 물건을 수 차례 알아보았다. 드디어 오래되어 낡았지만 창고로 사용하기엔 적당한 컨테이너를 구입하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에서 터지고 말았다.

가설 건축물 허가 대상인 컨테이너 신고를 위해 군청 민원실을 방문했는데 이 땅은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먼저 농지 임대차 계약은 ‘한국 농어촌 공사’의 ‘농지은행’을 통해서 계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우린 개인 간 직거래를 했다. 그리고 농지 임대인의 소유권등록이 3년 이상 되어야 임대 가능한 농지인데, 이 땅은 소유권 이전이 2년 조금 지난 농지였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농지계약도 했고, 제초매트도 힘겹게 깔았고, 컨테이너도 구입했는데 참으로 암담했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참 다행인 것은 이럴 때마다 오기가 작동되면서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다시 경매 사이트와 중개사무실을 통해 집과 가까운 곳 농지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적당한 농지는 구하기 아주 어려웠다. 하루는 동네 마실 중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덕산댁 할머니 집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마침 할머니 아들인 영규 씨와 인사를 나누고 양봉장을 구하는 중이라 했다. 영규 씨가 고맙게도 자신의 농지를 선뜻 빌려주겠다고 했으나 임대 요건에 부합하지 않았다. 무엇이라도 도와주려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바람결에 전해졌다.



그날 영규 씨의 과수원에 연분홍 복숭아꽃이 옹기종기 가지에 매달려 하늘 향해 힘껏 물 올림을 하고 있었다. 힘찬 물질로 발그레한 복숭아꽃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참 예뻤다.     


할머니 집을 뒤로하고 가던 길에 밭에서 일하시는 진주댁 아주머니를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서 본능적으로 땅을 휙 둘러보니 양봉장으로는 최적화된 농지였다.

우린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합창을 했다.


“아주머니, 땅 좀 빌려주세요?”

“아이고, 나도 힘들어서 못 해 먹겠다. 울 아저씨한테 말해봐라.” 하셨다.


우린 서로 두 눈이 반짝거렸다. 선걸음에 아저씨 댁에 찾아갔고 흔쾌히 승낙받았다. 그동안의 수고로움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저씨로부터 직불금등의 이유로 안 되겠다는  말을 듣게 되면서 우리는 생각을 바꿨다ㆍ아저씨 땅을 팔아달라고 조르기로 했다ㆍ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아저씨는 오래오래 기억될 말을 하고야 말았다ㆍ


"자네들이  이러니 내 맘이 흔들리려 한다!"

이때 남편의 명대사가 나왔다ㆍ

"아저씨, 제발 흔들리세요. 제발요!"


아저씨의  마음이 심하게 흔들리셨는지 평생 농사짓던 밭을 우리에게 넘겨주셨다ㆍ 셀프등기를 하고 결혼 35주년 되던 4월에 등기가 완료되었다ㆍ


드디어 우리의 달콤한 일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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