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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몬드봉봉 Oct 20. 2023

믿는 구석이 있었죠, 책이요


    정석은 아니겠지만 아무렴 어때

    정말 그렇다니까

    처음부터 정석은 물론,

    애초에 정답도 존재하지 않았어

    그저 시도만 존재할 뿐




우리는 시험지가 아니잖아요. 더욱이나 삶에 있어 우리의 선택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당장 나의 선택이 정답이라는 보장도 없다. 정답이기를 바라며 무작정 밀고 나가는 것일 뿐. 적어도 내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테니까.



<죽은 시인의 사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두 가지를 소망하게 되었다. 첫째, 존 키팅과 같은 어른이 되리라는 꿈. 둘째, 진정한 교육이라는 꿈.


저 꿈들을 이루고자 교대 자퇴를 결심한다

모순으로 느껴지시나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우리네 삶에 공통지침서가 되어주는 역할이 아닐까. 실제로 그래야만 하고.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교육자로서 도저히 아이들에게 마음껏 꿈을 꾸라는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너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 나가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나조차도 그럴 용기가 없는데 어떻게 그래요. 이것이야말로 모순이잖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내가 그랬었거든."


이런 어른이 되고 싶었다.


 아- 그렇다면 교사만이 꼭 교육자는 아니겠구나. 흔히들 말하는 정석적인 방식은 아니겠지만, 자신만의 길을 걷는 누군가를 보며 '저런 삶도 있구나'하며 가끔은 참고할 만한 지침서가 될 수도 있겠구나.






정독가인지라 좋아하는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것을 즐기는데, 그래서 마치 내가 그들과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키팅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닐이라면 여기서 이런 말을 했겠지." 쿡쿡 웃음이 나오는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마음이 괴로울 때면 저들을 떠올린다. 닐이라면 지금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키팅 선생님이라면 어떤 말씀을 해주셨을까. 그들에게 물으며 조심스럽게 한 발짝, 한 걸음을 내딛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걸음걸음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허상일지라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치열하게 했었던 이들이었다. 나 역시 한때는 토드와 같은 성향의 사람이었다. 두려움이 많은 토드보다 더 했던 것이, 나는 스스로 생각할 용기조차 없는 의존의 대명사였다.


조금 아픈 이야기를 해보자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 선생님을 연기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사랑하는 저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가끔 그들을 떠올릴 때면, 허무함에 마음이 아파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렇지만 닐과 로빈의 죽음이 결코 비극적인 결말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럿을 꽃 피울 수 있다면. 그리고 실제로 여럿을 꽃 피웠다면.


책 한 권으로 참 많은 것을 배웠다.


그깟 알량한 자존심은 버리고 조언과 도움을 구할 용기. 용기 있게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용기. 하나를 위해 둘을 포기할 용기. 나의 선택에 자신감을 가질 용기. 내 모습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용기.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받은 만큼, 나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나의 것을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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