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오싹한 느낌이 들더랬다.
숨이 멎을듯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오갔던 것인지, 실은 흐느껴 우는 소리였던 것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지나치게 눈이 부셨으니까. 저곳은 분명 웃음꽃으로 가득했으니까.
한두 모금이면 바닥이 보일듯한 커피잔을 가만히 응시하다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커피잔을 입에 대어봤지만 결국 그대로 내려놓고 말았다.
'그만, 너무 늦었잖아. 벌써 세 시야.'
맞긴 해.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너무나 어지러웠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마지막 모금을 털어내곤 의자에 털썩 몸을 던졌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눈꺼풀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떠 보니 오른손은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었고 책상 위에는 온갖 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창문에 비친 아이의 머리는 마구 헝클어져 있었고, 벌겋게 충혈된 눈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보였다.
슬퍼진 아이는 문을 잠구고선 글자를 주워담기 시작했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탄식과 함께, 그 글자들을 하나씩 조용히 풀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