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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니 Oct 28. 2024

네버엔딩 스토리 (2022)

지긋지긋함에 대하여 

제목: 네버엔딩 스토리 (2022)



   이 또한 허무하고 저 또한 허무해서, 이 지구는 온갖 허무한 것들 투성이다. 허무함에 언제는 이유가 있었던가. 헛되니 헛되고, 허무해서 허무한 거지. 열여덟 짜리가 감히 인생을 벌써부터 증오합니다.


    삶이란, 너무나도 허무한 것이어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젤리 같이 말랑말랑하고 순수한 사람이겠다. 쉽게 감동 받는 그런 귀여운 사람. 나도 그런 귀여운 사람이기를 바랐지만, 나는 순수하지 않아서 귀엽기는 이미 글렀다. 나도 한 번 순수해져 볼까. 이미 이 말을 하고 있는 것부터가, 나는 순수하지 않다는 거잖아. 순수하지 않은, 아니 결코 순수해질 수 없는 사람에게는 어디 순수한 꿈, 순수한 미래는 없을까.


    차라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얼마나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을까. 숨은 의도를 어떻게든 캐내보겠다고 쉴새없이 굴러가는 머리.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며 입가에는 냉소를, 속으로는 비난을. 사람을 향해, 세상을 향해 쉴새없이 빈정대는 이 꼬여있는 인간이 싫어 죽겠다. 내가 미워 죽겠다.


    여느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있다지. "성인에게도 숨기고 싶은 과거는 있고, 죄인에게도 미래는 있다." 순수하지 않은 사람을 위한 순수한 마음은요? 순수함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비꼬는 사람을 위한 순수한 마음은요. 이것도 같이 되찾을 수 있나요?

 

    세상을 꼬아보는, 이 틀려먹은 사람의 세상은, 귀여운 사람의 세상과 사뭇 다르답니다. 나도 아름답게 바라보기를 바라지만, 너무나도 간절히 바라지만,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가 않아서요. 그렇게 보이는 척이라도 해볼까 하는 시도도 꽤나 했었지만, 몰려오는 처절함에 허무해지던데요. 알 수 없는 좌절감과 자괴감에 입가에는 다시 냉소를, 속으로는 다시 비난을 일삼던데요.


    '숨은 의도를 캐내리라'는 이 불필요한 열정은, 나의 못난 마음을 애써 숨기는 데도 한 몫 하고 있더군요. 내가 사람을, 세상을 이해하려 들지 않으니 저들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아쉬움을 품으며. 그러나 마음 한 켠에는 이 못난 인간도 이해 받고, 존중 받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이 살고 있습니다. 내가 저들을 저 모습 그대로 사랑하지를 않는데, 나는 내 모습 이대로 사랑 받고 싶은 마음. 과연 나라는 이 지긋지긋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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