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마선에 노출되어 슈퍼히어로가 된 네 명의 박사는 왜

7화

by 정범철

3장 – 협력과 모색


레드플라이, 한강 변에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에어팟을 귀에 착용하고 잔잔한 팝송을 듣고 있다. 레드플라이에게 전화가 온다. 파마머리를 한 레드플라이의 엄마가 한쪽에 등장한다.


레드플라이

응. 왜?


플라이엄마

어디야?


레드플라이

한강.


플라이엄마

거긴 왜?


레드플라이

그냥. 바람 쐬러.


플라이엄마

혼자?


레드플라이

응. 무슨 일 있어?


플라이엄마

아니. 그냥 안 들어오길래.


레드플라이

명석이는?


플라이엄마

방금 재웠어.


레드플라이

그래.


플라이엄마

힘들지? 기자회견 봤어. 명석이랑 같이.


레드플라이

응.


플라이엄마

아까 박서방 잠깐 왔다 갔어.


레드플라이

왜?


플라이엄마

짐 가져갈 거 있다고.


레드플라이

지가 무슨 염치가 있다고 거길 와? 그래서? 문 열어줬어?


플라이엄마

열어줬지. 어떻게 그럼. 문밖에 기다리고 섰는데.


레드플라이

명석이는? 아빠 만났어?


플라이엄마

아니, 아빠 왔다니까 제 방으로 휙 들어가서 문 딱 잠가 버리더라. 겉으로 보기엔 그래도 아직 여덟 살이잖니. 어린 게 얼마나 충격이 컸으면….


레드플라이

엄마, 앞으로 그 인간 또 찾아오면 절대 열어주지 마. 엄마가 그렇게 받아주니까 계속 그러는 거야.


플라이엄마

알았어. 저녁은?


레드플라이

먹었어.


플라이엄마

이제 날개도 없는데 혼자 돌아다니지 말고 빨리 들어와. 수술한 데는? 안 아파?


레드플라이

괜찮아. 통증도 없고.


플라이엄마

그거 관둬도 날개는 그냥 내버려 두지. 굳이 제거 수술까지 해야 했니?


레드플라이

엄마, 말했잖아. 날개가 족쇄나 마찬가지라고. 날개가 있는 이상, 벗어날 수 없어. 협회든 정부든… 세상은 날 가만두지 않는다고.


플라이엄마

아까워서 그렇지. 명절에 고향 내려갈 때 진짜 편했는데. 네 시간 거리를 십오 분 만에 갔잖아.


레드플라이

엄마.


플라이엄마

알았어. 알았어. 그냥 하는 소리야.


레드플라이

나 히어로 하기 싫다고. 내가 아무리 나쁜 놈들 때려잡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 구해줘도 나쁜 놈들은 계속 나타나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계속 생겨나. 내가 아무리 막아도 막아도 어차피 세상은 바뀌지 않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거랑 같은 거야. 정치하는 놈들은 우릴 이용하려 들고 대중은 우리가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내가 왜 그들의 꼭두각시로 살아야 해? 나는 그냥 엄마 딸로, 명석이 엄마로 살고 싶어. 나는 그게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이야.


플라이엄마

그래, 알지. 엄마가 괜히 쓸데없는 소리 해서 또 우리 딸 힘들게 했네. 엄마가 미안해.


레드플라이

엄마가 뭐가 미안해. 미안하단 말 좀 그만해.


플라이엄마

알았어. 이제 안 해. 얼른 들어와. 명석이가 엄마 언제 오냐고 찾다가 잠들었어. 노화가 어찌나 빨리 진행되는지 어제랑 오늘이 또 다른 것 같아.


취객이 비틀거리며 등장한다. 조금 전 기절했던 그 취객이다.


플라이엄마

열쇠 있지? 이제 문으로 들어와야 하잖아. 베란다로 바로 들어올 때가 편했는데. 아무튼 자고 있을지 모르니까 들어와서 씻고 푹 자. 밤늦게 혼자 위험하게 돌아다니지 말고. 요즘 거리에 취객들 많아서 시비 걸고 그러면 어떡해. 넌 사람들이 다 알아볼 텐데.


레드플라이

엄마는 참… 요즘 무슨 취객이 많다고….


레드플라이, 둘러보다가 취객을 발견한다.

취객은 호흡이 곤란한 듯 벽에 기대어 가슴을 부여잡고 있다.


취객

숨이… 잘 안 쉬어져.


레드플라이

알았어. 조심할게.


플라이엄마

그럼 끊는다.


레드플라이

사랑해. 엄마.


플라이엄마

나도 우리 딸 사랑해.


전화 끊는 레드플라이. 취객이 레드플라이를 보고 다가와 눈 비비며 유심히 살펴본다.


취객

어? 레드… 그거… 레드… 맞죠?


레드플라이

아닙니다.


취객

맞는 거 같은데.


레드플라이

아니라고요.


취객

맞잖아요! 방사선….


레드플라이

네?


취객

방사선 히어로! 기자회견 했잖아. 나 아까 낮에 뉴스 봤는데?


레드플라이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레드플라이, 자리를 피하려는데 취객이 쫓아온다.


취객

(주위에 알리고 싶은 듯 두리번거리며) 히어로다! 여기! 레드다. 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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