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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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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지금
Oct 03. 2024
삶이 참 다정한 때.
일어나면 물을 끓여 머그컵에 따르고 티백을 띄워 차를 우려낸다. 녹차에 레몬그라스잎의 은은한 향이 잘 어우러져서 적당히 녹차의 쓴맛을 덜어주고 부드러워 남은 잠 기운을 떨쳐내고 천천히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에 함께 하기에 참 좋다.
적당히 뜨끈하게 데워진 머그컵을 양손으로 감아 쥐면 손바닥에서부터 시작 된 따뜻함이 서서히 곳곳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작은 화단으로 나가 햇살 아래를 조용히 걷는다.
서두르지 않고 한 발자국씩 은근히 몸의 무게를 실어가며 걷는다.
걸으며 깊게 쉼호흡을 한다.
온 몸이 움직이며 구석 구석 가을 아침의 호흡을 받아들이며 깨어나는 순간들을
의지적으로 인식하고 느끼려 주의를 기울인다.
간간히 여전히 따뜻한 차를 마시며
온 몸으로 하루가 선물해주는 따뜻한 기운에 나를 맡긴다.
햇살은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가 닿으며 지난 밤 미처 다 털어내지 못한 피곤과 자잘한 생각의 조각들을
가뿐하게 몰아낸다.
따뜻하게 온 몸을 채운 열기는 하루를 시작하는 힘이 되어준다.
삶이 참 다정한 순간이다.
전쟁 소식을 들으며 도착한 이 땅은 여전히 앓고 있다.
외부의 소리들이 마냥 크고 불안할때 그제야 "단정하고 고요한 일상"이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를 알게 된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참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무얼 해야할지 몰라 도통 어떤 일도 쉬이 손에 안 잡힐때면 늘 하던 일을 꾸준히 하면 된다는 것도 배워간다.
늘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모습으로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린다.
저녁무렵 빨래를 걷으며 늘 비슷한 햇살 냄새를 맡는다.
늘 같은 일과를 종종 거리며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묵묵히 담아내는 작은 우리집. 어제 같고 그제같은 똑같은 풍경들.
자주 지루하다고 느꼈던 시간과 장소가 새삼 참 고맙다.
여전히 오늘 하루를 잘 살고 있음을 내 손과 내 눈으로 만지고 보며
시끄럽던 내 속을 묵직하게 다독인다.
삶은 '그럼에도' 참 다정할 수 있다.
내 안에 생각과 감정이 너무나 많아져서 정리가 필요할때면
글을 쓰곤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일기장에 썼고 성인이 되어서는 주로 한글 프로그램을 열고 글을 썼다.
한참 쓰다보면 '이제 이 정도면 되었다' 싶은 때가 온다.
내 마음을 어느정도 쏟아내고 나니 나 스스로 편안해진 것이다. 그러면 조용히 'delete'버튼을 누르고 컴퓨터를 껐다.
글을 쓰기전에 나와 글을 다 쓰고 난 후의 나는 달라졌고
그새 내리던 비와 폭풍우가 그쳤으니 이제 새로 난 길을 걸을 때가 된 것이다.
글은 언제나 가장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청자였다.
내가 아무리 그 앞에서 '지랄'을 부려도 받아주고 또 받아주었다.
누구에게도 내가 때때로 얼마나 '멍청이'가 될 수 있는지를 폭로하지 않았다.
글쓰기는 삶이 내게 준 든든한 '피난처'였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이 조금씩 쌓여간다.
작은 내 삶과 일상들이 모이고 있다.
부끄럽고 감사하게도 그 소소함을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들러주신다.
이제 글쓰기는 피난처를 넘어서 나의 따뜻한 응원군이 되어주려나 보다.
글을 쓸 때면 언제나 함께하는 아몬드 우유 넣은 디카페인 커피까지.
삶이 이토록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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