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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지금 Oct 09. 2024

밥은 잘 묵꼬 사나?

어느 집 식탁 풍경 모음

한국에 계신 양가 부모님과의 전화 대화는 '밥'으로 시작해서 '밥'으로 끝난다.

미취학 어린이들 둘. 뭐든 잘 먹는 아빠. 나이 사십 넘도록 친정 엄마가 해주는 밥상 받아먹고 지낸 엄마.

그래서인지, 경상도 특유의 인사법 때문인지 부모님은 항상 물어보신다.


"밥은 잘 묵꼬 사나?" 로 시작해서

"잘 챙기 묵꼬 살아래이." 로 마무리 되는 대화의 행간에는

빈약한 내 요리 실력에 대한 걱정과 격려도 들어있다.


나도 내가 걱정스러웠다.

짐 무게에 육수 재료도 챙겨오지 않았던 터라 초반엔 국물맛 내는데 자신이 없어 라면 스프마저 그리울 정도였다.


그러나 부족해도 매일 주방앞에 서고 또 서다보니 밥도 국도 소소한 반찬도 식탁 위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잡곡밥에 두부버섯국. 상추에 오이를 곁들이고 된장참치쌈장을 더하니 쌈밥 한그릇이 된다.

아삭한 오이에 절인 올리브를 올려 먹으면 새로운 맛이 펼쳐진다.


토마토에 두부를 썰어넣고 발사믹 식초에 올리브오일을 섞어서 샐러드 드레싱을 둘러주면 짭쪼롬한 맛에 반찬처럼 먹기에 좋다. 양배추 김치에 감자 된장국을 같이 하면 한끼에 다양한 채소를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


양배추에 각종 채소를 채썰어 볶다가 참치 두어캔 넣어 같이 섞어 밥 위 올리면 참치 덮밥이 된다.


달걀물에 참치 넣고 전처럼 구워 잘라주면 아이들 밥반찬으로 간편하다.


어떤날에는 감자채 볶음에 미역국. 또 어떤날에는 냉장고 속 채소 다 넣고 볶은 후 스파게티를 해먹기도 한다.

늘 마음 편한 달걀 후라이에 된장국은 단골 메뉴. 된장국은 푸근한 친구 같아서 무슨 반찬을 곁들여도 다 좋다. 냉동 생선을 구워 같이 먹는 한 끼도 좋다.


얇게 자른 닭가슴살에 달걀 튀김 가루 물을 묻혀 노릇하게 구워낸 '슈니첼'. 우리나라의 돈까스 만큼 대중적인 튀김 메뉴이다.

아보카도와 토마토, 그리고 간장에 설탕 섞은 드레싱. 조합이 좋다.


감자밥도 해먹고 옥수수도 같이 삶아 먹는다.


양배추 김치도 해먹고 과일이 많은 날에는 양파 썰어 넣고 식초 설탕 물 1:1: 1 비율로 붓고 놔두고 절임으로도 내놔본다.


밤에 자리에 누우면 내일 뭐 해먹지?를 생각한다.

작은 주방 작은 냉장고. 고만고만한 식재료들. 내 요리 실력은 더 고만고만해서 늘 엇비슷한 메뉴들이 올라온다.

가족들의 표정도 늘 무난 무난 하다.


잘 먹고 힘내서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잘 살아내고 있다는 무언의 표현들.


그 무언의 소리들은 잔잔히 나를 응원해준다.


"밥은 잘 묵꼬 사나?"


 밥도 잘 먹고 하루도 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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